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반칠환 시집 {새해 첫 기적}에서
심장이란 우리 몸의 피가 온몸을 돌 수 있도록 펌프 역할을 하는 순환계통의 중추기관으로 왼쪽 가슴 아래에 있다. 심장은 좌우로 2개씩 총 4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위쪽 2개의 방은 혈액을 받아들이는 장소로 심방, 아래쪽 2개의 방은 혈액을 내보내는 장소로 심실이라고 한다. 심장은 주기적인 수축과 이완작용을 반복하여 심장 안으로 들어온 혈액을 다시 내보냄으로써 혈액이 온몸에 순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심장은 그 옛날부터 생명과 동일한 의미로 인식되어 왔고, 심장이 뛰지 않으면 곧 사망을 의미했다.
심장은 생명이고, 생명은 심장이며, 심장은 끊임없이 수축과 이완 작용을 하기 때문에, 모든 생명체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국가의 심장은 수도이고, 지방정부의 심장은 주도이고, 문자의 심장은 시詩이다. 심장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흥분을 하게 되고, 이러한 외적 훙분 전도 기능의 전체를 ‘자극 전도계’라고 부른다. 흥분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공포와 불안에 대한 것과 기쁨과 희열에 대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공포와 불안에 대한 흥분은 밥맛을 잃게 하고, 기쁨과 희열에 대한 흥분은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찬가를 부르게 한다.
반칠환 시인의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는 기쁨과 희열에 대한 반응이며, 이 세상의 삶에 대한 찬가라고 할 수가 있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라는 시구가 바로 그것이며, 이 세상의 주인공은 봄이 아니라, 이 세상의 생명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봄은 다만 계절이나 장식일 뿐, 이 봄의 무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은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들인 것이다.
두근거림은 생의 약동이며, 살아 있음의 구체적인 증거이다. 모든 생명체는 이 심장의 두근거림으로 움직이고, 이 두근거림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두근거림이 겨울을 뚫고 나와 봄을 활짝 열어젖히자 만물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시는 사상의 꽃이자 모든 문화 예술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언어의 심장이라고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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