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이 2024년 7월 27일 새벽 2시반(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파리를 관통하는 센강을 이용한 야외 개회식으로 거행됐습니다. 개회식은 센강의 6km에 이르는 구간에서 배를 이용해 이뤄졌습니다.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근처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유람선을 타고 움직였습니다. 사상 최초의 새로운 개막식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한국 선수단은 48번째로 입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이 대회 본부석앞을 통과할때 소개된 국가명은 북한이라는 명칭이었습니다. 한국 republique de coree 영어로 republic of korea가 아닌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호명된 것입니다. 프랑스어로도 북한으로 소개됐습니다. 153번째로 입장한 북한에 대해서는 당연히 북한으로 제대로 호명됐습니다. 전세계인들이 보고 있는 현장에서 한국의 이름이 졸지에 사라져버린 형국입니다. 현장에 참석했던 프랑스인이나 타국의 관광객들은 한국과 북한의 차이를 제대로 몰라서 그런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한국 관광객들이나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올림픽 행사가운데 입장식이 상징하는 바는 실로 엄청납니다. 올림픽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이자 그 올림픽을 가장 빛나게 하는 순간입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런 입장식을 위해 아마도 수십번 리허설을 진행했을 것입니다. 제가 서울 올림픽을 취재한 경험으로 볼 때 그렇습니다. 또한 어느 나라나 그런 절차를 거칩니다. 보고 또 보고, 수많은 각도에서 판단하고, 조그만 실수도 지적되고 걸러내는 그런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로 올림픽 입장식입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껏 올림픽 역사상 일어나지 않았던 역대급 실수가 바로 파리 올림픽 입장식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예전에 올림픽에서 국기를 잘못 소개해 난리를 피운 적이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었습니다. 북한여자축구가 콜롬비아와 조별 리그 1차전을 치르기 20분전에 북한선수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북한국기가 아닌 한국의 태극기가 전광판에 소개된 것이었습니다. 이에대해 북한 선수단은 강하게 항의했고 몸을 풀다 중단하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습니다. 북한측은 아예 출전을 거부했습니다. 런던 올림픽 조직위와 국제축구연맹이 북한에 공식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영국 언론이 크게 보도하자 국제올림픽 위원장도 유감의 뜻을 나타냈고 급기야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나서 북한에 사과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방문하고 그곳에서 값비싼 명품도 엄청나게 구입하고 있습니다. 파리에 가면 연중내내 한국인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많이 찾는 프랑스 파리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을 제대로 구별하는 프랑스 현지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코리아입니다. south korea냐 north korea냐를 굳이 따지지 않습니다. 한국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남한 북한정도로 구별합니다. 그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공산독재 세습체제에다 핵폭탄을 가지고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정도로 압니다. 한국은 K 팝 등 문화예술측면에서 많이 알려졌고 특히 삼성과 LG 가전제품 그리고 반도체의 강국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과 북한에 대한 역사적 지식과 이해도는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학교에서 세계사와 지리학을 배웠다는 사람들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 정도로 알려져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구촌의 국가적 대표행사인 올림픽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한국과 북한은 각기 다른 나라로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개최국인 파리의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도 그런 측면에 대해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늘 그런 불상사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3년여만에 이뤄진 휴전협정 체결일입니다. 1953년 7월 27일 UN군과 중공 그리고 북한사이에 휴전협정이 체결됐습니다. 그때도 남한 즉 한국의 존재는 없었습니다. 지금도 한반도는 전쟁상태입니다. 단지 휴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71년동안 그런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종전선언을 할 때가 되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때문에 계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종전선언을 한다고 앞으로 전쟁이 없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입니다.
이런 역사적 의미가 존재하는 이 날에 멀리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의 이름은 사라지고 북한의 이름으로 한국선수단이 불려진 것은 그냥 불상사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과 프랑스의 이런 저런 갈등이 이런 사태를 야기하지 않았는가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겠죠. 지금이 어떤 세상이고 그런 것이 알려지지 않을 수도 없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간주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도 지금 이 사태를 무마할 여러 방도를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냥 단어하나 잘못 발음된 것이 아닌 한국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한국이 북한이 된 상황에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민족 상잔의 내전이 일시적으로 종료된 휴전협정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7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