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스트리온강의 북쪽 어귀의 헤러니언 마을...... 아직은 전장터로 번지지 않은 곳이라 커다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고 지극히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불안과 근심이 휩싸여 있었다. 이곳도 언젠가는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일까...... 사람들은 자신이 할 일을 하다가도 문득, 펠스트리온강의 남쪽을 바라보곤 했다. 그런 불안함 가운데 마을의 펠스트리온 대륙 최고의 전투교육 학교인 헤러니언 마·검사 학교에서는 신입생을 받는 입학식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많은 학생들이 학교 내부의 넓은 공터에 열을 맞추어 서있을 때, 흰 백발에다 긴 턱수염마저 희어져 버린, 하지만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건장한 몸을 가진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헤러니언 학교의 교장이자, 17년간의 전쟁에서 수많은 공적을 세우며 당대 최고의 영웅으로 불리고 있는 빌리언 장군이 바로 그 였다.
"그간 17살이 될 때까지, 그리고 전문적으로는 6년동안 지구학교(초등교육기관)에서 세상의 지식을 익혔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헤러니언 학교는 전투명문 교육기관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을 잘 알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7년 동안 세상의 지식이 아닌, 검·창·활등의 무기를 다루는 법과, 마법의 소질이 있는 학생들에겐 수·화·지·천의 4원소력을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지휘관으로서 군사를 다룰 수 있는 능력 등을 집중적으로 배양할 것입니다. 저를 비롯하여 우리학교의 교수님들께서는 그간 17년동안의 전쟁을 직접 체험하고 공적을 세우며 끊임없이 사악한 부르드 데빌들과 싸운 사람들 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전쟁터에 있지 않고 이 학교에 남아 제군들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들이 직접 부르드 데빌과 싸워 저들을 물리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이 학교에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 세상의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은 저와 같이 늙어버린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기 때문에, 저 웨스트 부르드 데빌과 맞써서 다시 대륙의 평화를 되찾아야 할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저와 선생님들께서는 여러분들을 훌륭한 군사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해 이 학교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언 장군은 감정이 격양된 듯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구령대 양옆에 서있는 선생님들을 가리키겨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저를 비롯한 이 학교의 교수님들께서는 여러분들에게 모두 잘 알려진 분들일 겁니다. 전쟁의 장군으로, 훌륭한 지휘관으로, 마법사로...... 하지만 우리들은 이 학교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한 장군도, 마법사도 아닙니다. 오직 여러분들을 위해, 여러분들을 훌륭히 양성하기 위한 교수일 뿐입니다. 그 점을 명심하시고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우뢰같은 박수를 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제 곧 4원소력을 다루는 마법사가 될 것인지 무기를 다루는 검사가 될 것인지 테스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많은 학생들 중 헬런은 친구인 핌스와 긴장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헬런, 이제 곧 마법사·검사 테스트가 있는데 넌 어디로 어느 쪽으로 될 것 같애? 난 개인적으로 마법사로 선택되었으면 좋겠어."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하늘색 빛의 머리를 가진 핌스가 말했다.
"글세...... 그런데 넌 왜 마법사가 되고 싶어하는 거야? 언제는 검사가 되어 빌리언 장군처럼 훌륭한 검사가 되고 싶다며?"
"그랬었는데...... 우리 아버지께서 마법사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신 후로 마법사가 되기로 마음을 바꿨어. 그리고 내가 보기엔 넌 검사가 나을 것 같아. 딱 니 생김새를 보면 말이야."
핌스가 말한 것은 그 만한 일리가 있었다. 헬런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건장한 체격과 적당히 그을린 피부가 딱 검사가 되기 위한 모습을 지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핌스가 헬런이 마법사보다 검사가 나을 거라고 한 것은 헬런의 실력 때문이다. 헬런과 핌스는 펠스트리온강 부근의 마을에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마을의 위치 때문에 가끔 전쟁터에서 벗어난 부루드 데빌의 졸개들이 그들이 살던 마을에 오곤 했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도 두려워하던 부루드 데빌을 물리친 것은 헬런과 그의 아버지였다. 헬런의 집안은 전통적인 마법사 집안이었다. 때문에 헬런의 아버지도 마법사 였고, 마을에서 마을을 보호하는 수비대장을 맡고있었다. 웨스트 데빌을 물리칠 때 헬런의 아버지는 일부러 아들인 헬런을 꼭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헬런의 아버지는 헬런에게 이유는 모르지만 마법을 가르치지 않고 검술을 가르쳤기 때문에 헬런은 항상 검술로서 부루드 데빌을 물리쳐야했다. 그래서 헬런은 웬만한 어른들도 당해내기 힘든 웨스트 데빌을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을 정도로 검술의 실력이 있었다. 그런 헬런을 알기에 핌스는 그런 말을 했던 것이었다.
헬런을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나도 사실 검사쪽에 더 마음이 가. 하지만 우리 집안이 워낙 마법사의 전통이 있어서 마법사로 선택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것도 그럴 것 같애. 너의 아버지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마법사 같으니까. 그런 사람의 아들인 니가 아련하겠어?"
"아버지는 가르시아 왕국의 마법단장으로 있기도 했었다는 걸 마을 어른들께 들은 적이 있어. 지금은 한 마을의 수비대장일 뿐이라고 하는 말도 말이야"
"헤헤...... 어쨋든 난 마법사가 되고 싶어. 마법사는 그저 주문만으로 부르드 데빌을 물리칠 수 있잖아. 검사처럼 위험하게 전방에 나가 싸울 필요도 없고."
헬런은 핌스가 그저 간단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절대로 마법사가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하셨어. 마법사는 마법을 사용하기까지 엄청난 정신력을 필요로 하고, 심지가 약한 사람은 검사도 물론이지만, 마법사는 더욱더 될 수 없다고 하셨어. 게다가 마법사는 부루드 데빌을 물리칠 공격마법뿐만 아니라 그 외의 보조 마법이나 치료마법 또한 익혀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검술을 익히는 게 더 쉬울 거라고 하셨어. 근데 넌 마법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애."
핌스는 하늘색 빛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서 말이지...... 난 그놈의 정신력이라는 것이 부족한 것 같애. 그래서 그게 걱정되기도 해"
헬런은 살짝 웃으며 핌스에게 말했다.
"음...... 하지만 딱 하나. 너의 집중력만은 이 세상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걸? 여자를 꼬시기 위한 집중력말이야."
"뭐야!!"
헬런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헬런은 핌스에게 팔을 뒤로 제쳐진채로 앞을 보며 말했다.
"켁...... 이..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그제서야 핌스는 헬런을 놓아주었다. 헬런은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이런 힘이면 넌 검사해야겠다. 에구 팔이야"
하지만 핌스는 헬런의 말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말했다.
"앞을 봐! 대륙 마법 연맹의 부회장인 네일이야! 정말로 양쪽볼에 불문양의 그림이 있잖아!"
헬런은 까치발을 들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앞에는 마법복 차림의 작은 체구를 가진 여자가 책상옆에 서있었다. 빨간 머리색에다가 양쪽볼에는 핌스의 말대로 불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헬런은 빨간 머리에다가 불문양이 그러져 있으니 참 어울리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헤러니언 학교에서 마법부 소속인 네일 교수라고 합니다. 지금, 여러분도 알다시피 마법사와 검사를 가르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이쪽 줄부터 차례대로 한명씩 올라오세요"
네일교수는 헬런이 서있는 줄의 반대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꽤 큰 구슬이었는데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네일교수가 그 구슬을 책상에 놓자 구슬은 갑자기 투명해지는 것이었다. 헬런은 궁금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네일 교수가 말했다.
"이 구술은 여러분들이 마법사의 소질이 있는지 알려줄 것입니다. 마법을 하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한데, 사람들은 대부분 마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용하고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 구슬은 여러분들이 마력을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즉 마법사의 소질이 있는지 알려줄 구슬입니다. 제가 구슬을 잡으면 빨갛게 변해버리죠? 이것은 제가 마법사에 소질이 있다는 뜻입니다. 구슬은 빨간색, 파란색, 황색, 흰색으로 변하는데 각각의 색은 4원소력을 나타내죠. 빨간색이 나타난다면 불의 마법에 소질이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전 마법부에서 불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네일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빨갛게 변해버린 구슬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다시 말했다.
"자 한사람씩 이 구슬을 잡아보도록 하세요"
첫번째 학생이 구슬을 잡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네일교수는 그 학생에게 무어라고 말하고는 크게 소리쳤다.
"검사!"
그 아이는 멀리서 손짓하는 한 남자에게로 갔다. 그 남자는 덩치가 상당히 커 보였는데 그 남자에게 다가간 아이가 그 남자 앞에 스자 그 남자의 키에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남자의 몸은 온통 근육질인지 옷은 찢어질 듯이 보였다. 뒤이어 두 번째 아이도 구슬을 잡았는데 그 구슬은 푸르슴하게 변했다.
"마법사!"
네일이 다시 크게 소리치자 이번엔 그 아이는 네일교수의 뒤에 섰다. 아마도 검사는 저 근육질의 남자에게(아마도 교수일 듯), 마법사는 네일교수 뒤에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듯 했다. 구슬을 잡으면 색이변한다는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헬런은 긴장감이 더 앞섰다. 핌스도 그렇기는 마찬가지였다. 핌스는 학생들의 결과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해서 한명 한명이 검사와 마법사로 구분되었는데 결과에 만족하는 아이와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의 표정이 가지각색이었다. 드디어 핌스의 차례가 되었다. 핌스가 구슬을 잡자 구슬은 흰색빛으로 물들었다. 핌스 다음이 헬런의 차례여서 헬런은 핌스에게 말하는 네일교수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오! 너는 천의 힘에 특히 소질이 있구나! 천의 힘은 그리 흔하지 않은 힘이지. 하지만 가장 배우기 힘든 부분이라는 걸 명심하고 내 뒤에 스거라. 마법사!"
핌스는 헬런을 보며 쓴 미소를 지은뒤 잘하라고 한마디하고 네일교수의 뒤에 섰다. 드디어 헬런의 차례가 되었다. 헬런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네일교수는 헬런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드디어 마지막이네. 자 어서 구슬을 만져봐."
헬런은 구슬을 만지려 하다가 갑자기 네일교수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혹시...... 너 스위런의 아들 아니니?"
스위런은 헬런의 아버지였다.
"네. 맞습니다만은......"
"그렇니? 이번에 스위런이 자신의 아들이 들어간다고 말하더니만 너였구나? 난 스위런을 잘알고 있지. 스위런은 훌륭한 마법사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자, 어서 이 구슬에 손을 대보아라. 난 이 구슬이 어떻게 변할지 결과가 궁금하구나."
헬런은 내일교수의 말을 듣고는 구슬을 만졌다. 구슬은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네일 교수는 의외라는 듯이 헬런에게 말했다.
"음?? 이상하군..... 스위런의 아들인 만큼 구슬의 색이 변할 줄 알았는데....? 뭐 어쨋든...... 검...???"
네일교수가 검사라고 소리치려하자 갑자기 구슬이 빨간색, 푸른색, 황색, 흰색을 번갈아가며 변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구슬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럴수가...... 구슬이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없는데?"
헬런은 구슬이 심하게 흔들리고 계속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놀라 그만 구슬에 손을 떼고 말았다. 그러자 구슬이 갑자기 펑소리를 내며 5조각으로 나뉘어져 버렸다. 그런데 구슬의 깨어진 부분의 가운데 하나의 조각이 똑바로 서있는체로 넘어지지 않고 있었다. 헬런은 그 구슬 조각을 보았다. 그 구슬 조각에는 황금빛의 용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