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금은 신자의 품격 - 나만의 기준을 만들자
신자로서 마땅히 교회 유지비를 내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여섯 가지 의무 중 하나다.
「한국천주교 사목 지침서」에서도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 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165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가 교무금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자원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교무금은 교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본당 사목과 복음화 활동, 시설 확충과
유지, 본당 사목자 생활비와 직원 인건비 등은 물론 교구 발전과 유지까지 교회 활동
전반에 교무금이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문제는 교무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확한 수입과 예산을 가늠할 수 없어
본당 사목계획과 연간 행사 등을 수립하기 어렵고 근본적으로는 본당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자들 역시 교무금 책정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교무금에 대한 수많은 오해 때문이다.
가장 큰 오해는 미납 교무금. 갑작스런 수입의 감소나 가정 형편의 변화로 교무금을
연체하다 냉담에 빠지는 이들도 많다.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정한 교무금을 완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납 교무금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 제도는 없다. 밀린 교무금에 대한
부담으로 신년도 교무금 책정을 미루거나 신앙생활을 그만두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교회 차원에서 배려한 것이다.
신자들이 오해를 갖게 된 데는 교회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교무금이 신자의 의무
라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사목자들 사이
에서도 관련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정확한 이해를 돕는 한편
확고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목자가 아닌 평신도가 주체되어 교육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박선용 신부는 “공동체 운영은 평신도들이 담당하고
사제들은 사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이제는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이와 함께
교무금을 비롯한 헌금에 대한 개념을 알리는 교육을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무금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투명한 결산이 신자들의
자발적인 교무금 책정을 독려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교무금의 핵심은 액수가
아니다. 신자들의 마음에 있다. 성경에도 ‘가난한 과부의 헌금’(마태 12,41-44,
루카 21,1-4)을 통해 그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교회는 신자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교무금 액수에는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수입의 삼십분의 일을 봉헌할 것으로 권장하고 있다.
적어도 한 달(약 30일) 중 하루만큼은 하느님께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수입은 가장의 소득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총소득을 의미한다.
한 사목자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교무금에 대해 인식시키고 동참할 수 있도록 가정
에서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교회의 유연한 태도와 배려
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적 부담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무금 외에도 교회에
봉헌해야 하는 주일 봉헌금, 건축헌금, 시설 후원금 등 다양한 항목의 헌금이
신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일부에서는 신자들이 ‘성의껏’ 자신만의 책정 기준을 세워, 교무금을 비롯한 교회에
내는 헌금을 미리 계획하는 등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박선용 신부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자기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십분의
일이든 삼십분의 일이든 스스로 책정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교무금, 주일헌금,
특별헌금, 시설 후원금 등을 분할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무금 책정에 앞서 신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교무금은 원칙적으로
자기 수입의 일부를 ‘자신을 위한 지출에 앞서’ 바쳐야 한다. 자기 수입 중에 남는 것을
계산해서 바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해야한다.
교무금을 충실히 내는 것은 건전하고도 올바른 신앙생활의 표현이며 하느님
자녀로서의 도리다.
[출처: 가톨릭신문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