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보기보다 강하고 질긴 미국 민주주의

[귀암(龜巖) 김재형]

오피니언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보기보다 강하고 질긴 미국 민주주의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입력 2024.11.11. 00:15

https://www.chosun.com/opinion/chosun_column/2024/11/11/QOMM35PB4VBXLLMRUBIRNQ43NU/

[朝鮮칼럼] 보기보다 강하고 질긴 미국 민주주의

美 동부 체류하며 대선 목격
언론은 살벌한 선거 중계했지만
200년 '로키 선거운동' 전통
정작 시민은 평온한 일상 누려
트럼프 당선 여러 우려 있지만
패자 해리스, 전폭적 협력·승복
지금 우리가 남 걱정할 처지인가

오랜만에 미국에 와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한 번도 미국을 찾지 않았던 것에는 미국이 ‘싫어진’ 탓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층 까다로워진 입국 절차가 미국행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전해 들은 미국발 뉴스 가운데도 반가운 것은 별로 없었다. 국제적 책임감 저하, 경제적 쇠락, 사회 양극화의 심화, 극단적 분열의 정치 등이 미국의 현실을 대변하는 상투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의의 라이벌 관계였던 미국식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가치관 차이는 근래에 들어와 사사건건 ‘문화전쟁’으로 증폭되어 나라 전체를 흔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좌파 정책 실험’이 초래한 기업 활동 위축 및 구조적 경기 침체, 마약 중독자 및 노숙자 급증, 치안 불안 및 도시 위생 악화는 미국에 대한 정나미를 크게 떨어뜨렸다. 점점 더 잦아지는 듯한 총기 사고 소식이 구체적 공포로 다가온 적도 많았다. 요컨대 일찍이 내가 알던 미국은 더 이상 아니다 싶었다.

그랬던 나는 지금 40년 전 유학길에 첫발이 닿았던 미국 동부 지역을 여행 중이다. 1830년대 프랑스의 정치학자 토크빌이 ‘혁명의 나라’ 자신의 조국에는 없던 미국 특유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견했으며, 그런 인연으로 20세기 후반에는 현대 미국인의 ‘마음의 여로’를 탐색한 학자들이 속속 배출된, 이를테면 미국의 ‘정신문화 수도’ 같은 곳이다. 이들은 보통 미국인들의 일상적 행복과 관련하여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어떻게 조화하고 불화하는지를 분석하고 고민하였다. 시민종교나 사회자본 같은 개념을 통해 말이다.

이번 기회에 나는 ‘연구자 모드’로 돌아가 미국의 상황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묻고 싶었다. 호텔 대신 ‘민박’을 숙소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다. 주관적이기는 해도 나의 일차적 결론은 생각보다 미국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풍요는 여전히 세계 톱이고, 개인들은 최대한의 자유를 구가하는 듯하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타운홀 미팅도 아직은 활발하다. 책이나 신문, 잡지를 가까이하는 가정이 의외로 많은 데다가,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의 옥석(玉石)도 비교적 가려지는 편이다. 이러한 상식과 교양의 토대 위에 내로라하는 명문 대학들이 천하의 인재를 모으고 길러내는 모습은 참으로 부럽다.

지금도 미국은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성공의 길이 열려 있는 ‘기회의 땅’에 가깝다. ‘아메리칸 드림’이 ‘아메리칸 악몽(nightmare)’으로 전락했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민에 관련된 국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갤럽에 의하면 역대급 ‘대이민(大移民)의 시대’를 맞이하여 2021년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9억명이 이민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인데, 잠재적 이민자 5명 중 한 명이 미국행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나라라면, 또한 도저히 살기 힘든 나라라면 이와 같은 미국 최고 선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

때마침 내게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직접 볼 기회도 주어졌다. 놀라운 것은 너무나 차분하고 조용한 대선 분위기였다. 선거판 자체는 치열하고 살벌했으나 그것이 일상의 평온을 해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플래카드와 벽보, 유세차량 등이 온 나라를 어지럽고 정신없게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 선거라면 미국은 ‘로우키’(low-key) 선거운동 관행을 200년 이상 고수하고 있다. 대목을 맞이한 언론만 아니라면 선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다. 교통이나 보행, 경관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자그마한 ‘야드 사인’(yard sign, 팻말)이 마당이나 길가, 창문 등에서 선거철을 조용히 상기시켜 줄 뿐이다.

정치학자 루이스 하츠(Lewis Hartz)에 의하면 미국은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나 ‘예외적인’ 국가다. 태생적으로 ‘자유로운 영혼들의 나라’라는 의미에서다. 국가적으로 대선이 아무리 중요해도 개인의 삶이 더 소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념이 합리성이나 실용의 가치를 끝내 이기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개인의 자유와 기회 균등, 법치주의는 미국 사회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전통으로서,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저력의 궁극적 원천이지 싶다. 트럼프 당선으로 제기되는 미국 민주주의 후퇴론도 패자 해리스의 ‘깨끗한’ 승복과 ‘전폭적’ 협력 약속이 많이 불식시킨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에는 질기고 강한 측면이 있다. 불안한 대목이 미국 정치에 왜 없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지금 우리가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라는 게 지금 이곳 보스톤을 통과하며 드는 생각이다.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한마디

2024.11.11 02:49:53

맞습니다. 뉴스에 부각되는 타락한 모습들은 미국 전체의 모습이 아니다. 건전하고 정직하고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미국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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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4.11.11 05:20:00

미국은 그냥 강대국이 아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위정자들의 국리민복 정신이 든든한 미국을 지탱한다. 거짓과 선동에 취약한 한국도 본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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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피아

2024.11.11 06:43:39

미국이 없었으면 지금 세계는 쏘련과 중공에 의한 악당들의 세상 이였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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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익

2024.11.11 06:34:05

해리스가 깨끗한 승복과 전폭적인 협력 약속이라고? 참패한 핼리스가 깨끗한 승복이 아니라면 우쩔건데? 전폭적인 협력이란 무슨 말이냐? 지금도 해리스는 트럼프를 조롱하고 있는데? 미국인은 미국과 자신의 삶을 위해 트럼프를 선택한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만 미국인은 현명했으며 미국과 자신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한 것뿐이다. 미국과 자신의 발전이라는 선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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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식

2024.11.11 05:38:06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당선에 여러우려를 하고 있는데 미국의 민주주의가 질기고 강하고 길다 미국 바이든 민주당 정권 하는 일이라고는 전쟁 뿐이다 세계를 이편 저편으로 갈라 놓고 돈 벌이 하는 정권에서 세계평화를 외처대는 트럼프 공화당정권 만새다 윤정권도 이제 대북적대정책을 대북 평화정책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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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lup

2024.11.11 05:36:12

이게 세계패권국의 국민들 모습이지 선동질에 들끓는 양은냄비 바닥같은 우리정치권이 배워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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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리

2024.11.11 08:05:14

그럼 트럼프가 민주주의 수호자인가? 그런 그가 자신이 대통령 안 되었다고 의회 진입을 하겠다고 충동질하여 난장판을 만드나? 나치 독일 히틀러도 게르만 민족주의로 유태 민족등 다른 민족에게 자신들의 부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선동하여 열광적인 지지로 나치 독일 총통이 되었다. 그가 총통이 되자 아예 민주주의 싹을 도려냈다. 그것과 아메리칸 퍼스트를 부르짖고 국경에 장벽을 쌓고, 보호 관세로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트럼프와 뭐가 다른가? 이런 선동정치가들은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 희생양을 제물로 삼고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우린 그가 중국만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동양계 여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일본인, 인도인 모두 동양계다. 거기에 더한 것이 성공한 흑인이다. 이들의 성공으로 백인들이 가져가야 할 부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미국 국민을 갈라치기 한다. 그게 민주주의자냐? 트럼프에 의해 미국 민주주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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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11.11 08:03:26

가보지 않아도 미국은 정말 잘 정돈된 나라다.. 배울점도많다.. 미국덕택에 세계가 평화롭게산다.. 일부빼고.. 혹시 그런질서가 무너질까 걱정되 트럼프가 되던 헤리스가되던 신경쓰일 뿐이다.. 우크라를 보더라도 트럼프가 휴전을 외치지만 정작 동부땅을 포기해야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건 우크라에 패배를 선언하는것이다.. 곧 서방의 패배다.. 그게 우리일이 될까 걱정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선배로서 가치가 무너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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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순

2024.11.11 07:32:54

성익님, 해리스는 사기꾼 트럼프처럼 선거결과 안 받아들이고 지지자 선동해서 의회난입하는 추잡한 인간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입만 열었다하면 거짓말하는 범법자 트럼프는 Fox Newsmax Russia 등의 끝없는 거짓선전도구의 덕으로 가치판단이 흐릿하신 분들과 수퍼부자들의 지지로 이번에 이겼는데 트럼프의 재 복귀가 가져올 재앙이 없기를 기원할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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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맨

2024.11.11 06:52:34

항상 민주주의는 강하고 질겼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살펴 보아도 결국 국민이 이겼지.. 상식과 공정이 이기는 것이지.. 그래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 것이지.. 국민을 바보로 여기고 속이려고 하면.. 루이16세와 마리앙투아네트가 되는 것이지.. 민주공화국에서 법꾸라지들이 법을 가지고 놀려고 하는데.. 결국 국민들이 길로틴으로 처형하지.. 역사는 반복된다.. 메멘토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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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천재

2024.11.11 07:51:54

이번 보수우파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을 살린 것이다. 더러운 좌파 민주당의 해리스가 되었다면 아마 개박살은 예고되어 있었다. 이제 미국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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