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수년 전의 일입니다. 슬프고도 아픈 일이지요. 잘못 알고 지내리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로잡아주려고 찾아간 것입니다. 평범하게 집에 돌아온 처녀가 자기 집에 낯선 남자가 와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을까요? 흔히 도적이나 강도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약도 없고 돈도 없고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보이는 대로 다 가지고 가세요. 진정하고 의자에 앉으라고 말합니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해치지 않으니 염려 말라고 해줍니다. 생각보다 많이 컸다고 말합니다. 수년의 시간, 아이들은 금방 성장하지요. 사진 속의 소녀가 이제는 처녀가 다 되어 있습니다. 진실을 알려주어야 하겠다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동안 엄마가 아빠를 살해하고 자살했다고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놀람, 슬픔 그리고 아픔을 안고 살아왔을 것입니다. 어쩌면 부모에 대한 기억을 잊으려 애쓰며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조작된 현장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상상에 불과합니다. 아빠를 살해하려고 집에 들이닥쳤는데 엄마가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시간 귀가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부부를 모두 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치 엄마가 아빠를 살해한 것처럼 그리고 자살한 것처럼 현장을 꾸미고 도주했던 것입니다. 조사와 결론은 그렇게 이루어쪘고 남겨진 딸에게도 그렇게 전달되었겠지요. 어린 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알려준 대로 알고 지냈을 것입니다. 슬픔, 아픔, 그리고 원망으로 간직하고.
죽은 사람은 러시아 정치인 네스키입니다. 부부와 딸이 함께 찍혀있는 사진이 아픔을 더해줍니다. 상사의 명령으로 이유도 없이 임무수행을 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의 명령도 아니고 단지 개인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작전에 불과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 임무수행 후에는 오히려 그 요원을 살해하려고 달라붙었습니다. 다른 요원이 집요하게 쫓아옵니다. 사실 ‘제이슨 본’은 임무수행 후 기억을 상실했습니다. 가끔 이전에 일어났던 장면들이 눈앞을 스치는데 무엇인지 확실하게 감을 잡지 못합니다. 그러나 일단 사랑하는 애인과 먼 타국, 인도로 피신하여 사람들 눈을 피하여 살고 지냅니다. 그러나 본을 집요하게 쫓아온 요원에게 연인을 잃게 됩니다.
어떻게든 자신의 기억을 찾으려 애씁니다. 이 기막힌 사건이 왜 일어나야 했는지 그리고 복수를 위하여 파고듭니다. 언뜻 지나가던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봅니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대단히 높은 기관이 연루되어 있음을 직감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을 노출하여 공항에서 경찰에게 붙잡힙니다. 자연히 관련기관에서 찾아올 것입니다. 서로 주고받은 연락과 내용이 경찰의 핸드폰에 저장됩니다. 그것을 취득하여 탈주합니다. 이제 수수께끼가 맞춰져갑니다. 한편 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 조작한 사고가 조사 과정에서 이상하다 판단한 CIA ‘파멜라’ 요원은 조사권을 받아내서 사건 전말을 추적해갑니다. 그리고 현재는 파쇄된 트레드스톤 프로젝트라는 기밀을 알게 됩니다.
본은 경찰과 CIA의 추적을 받으며 유럽 여기저기 자신의 행적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 만들어진 살인병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거액 비리의 주모자였던 상사의 미끼가 되어 살해 위협을 받게 된 것입니다. 2천만 달러의 자금이 러시아로 이체되던 중 사라졌습니다. 누군가 꿀꺽한 것이지요. 그것을 숨기는 작업이 필요하였을 것입니다. 뛰어난 요원인 본이 발탁되었습니다. 사실 가장 사용하기 좋은 도구지요. 물론 사용 후에는 즉각 폐기처분해야 합니다. 정부 안에서도 비밀작업이었기에 이런 인간병기가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없어진다 한들 누구 하나 관심 가질 리도 없습니다. 사라져주기만 하면 완벽합니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병기인 만큼 자기들 맘대로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파멜라는 본을 추적하면서도 트레드스톤 프로젝트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려 합니다. 거액을 챙겼던 CIA 막강 책임자는 표적이 자신에게로 좁혀오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 날 본이 드디어 찾아옵니다. 그러나 원수 같은 그를 사살하지 않습니다. 전후 내용을 풀어내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녹음하여 자리를 떠납니다. 그 녹음파일을 파멜라에게 전송해줍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파멜라가 책임자를 찾아옵니다. 각오하고 있던 그는 파멜라에게 총을 겨누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총부리는 자신에게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스스로 최후를 만듭니다.
최고국가기관이라 할 수 있는 CIA 내부에도 부패의 싹은 존재합니다. 하기야 권력이 있는 곳에는 늘 부패의 가능성이 있게 마련입니다. 모두가 돈으로 연결되지요. 세상이 돈으로 움직이니 말입니다. 평생을 벌어도 얻기 힘든 거액이 눈앞에 보인다면 대부분 그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이겨내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사회가 꾸려져가는 것이겠지요. 관련자들을 모조리 체포하고 사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섭니다. 파멜라가 전화를 받습니다. 본입니다. 반갑지요. 처음에는 의심하고 추적하였지만 본의 도움으로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었습니다. 만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본이 나타날까요? 영화 ‘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를 보았습니다. 2004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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