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을 시작하기 앞서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전적으로 재미로 하는 거라는거를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새 하도 팀 분위기가 안좋다보니 까페도 꽤나 날카로우신 분들이 많아서 걱정되네요.
여기 팬 분들 글을 읽다보면 고참들이 문제다. 감독이 문제다. 고참들 얼른 다 2군에 보내야한다. 아니다 그래도 고참들이 있어야한다. 이런 갑론을박들이 있는데 저는 조금은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릅니다.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엘지라는 팀의 후진적인 야수 양성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한번 볼까요?
저는 채은성 선수가 우리 시스템의 낙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채은성 선수는 작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지요. 1군 첫해에 2할 후반대의 타격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이 선수가 분명 재능이 있는 선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선수들은 요즘 잘나가는 팀 같은데서는 분명 그 다음해에는 3할급 타격 메커니즘을 보유한 선수로 자리잡곤 합니다. (물론 세상일에 100%라는 것은 없겠지요. 경향성을 말하는겁니다) 이렇게 선수가 성장을 해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올해 이진영선수가 중간에 빠진적이 있는데 이 자리를 채은성선수가 차지했겠지요. 물론 수비 실력은 많이 떨어지더라도 말입니다. 그러면 이진영 선수가 경기 후반 대수비를 해 주어도 좋고요. 이렇게 되면 그것이 바로 세대교체입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집니다. 김용의 문선재 이런 선수들도 2년전에 등장했을 때 심지어 시즌 중반까지는 3할 대의 타격을 보였고 결국은 2할 후반대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다른 양성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팀에서는 3할대 선수로 올라섰을테고 그렇지 못해도 그전 모습은 보여주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다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주저앉았지요. 최승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지환 역시 이런 패턴에 하나입니다. 그 피지컬과 그 잠재력 거기다 성실하기까지 한 선수가 저 정도 밖에 못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제 가설을 증명하기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예 더 기원을 내려서 엘지 전체를 보아도 엘지에서 제대로 양성해서 키운 선수. 즉 첫해가 커리어하이가 아닌 선수는 이병규(9)선수가 유일합니다. 이 선수 하나만 자신의 신인 시절보다 꾸준하게 성정했던 선수입니다.
심지어 94년 신바람 삼인방도 첫해가 커리어하이였습니다. 물론 박용택선수도 있지만 이 선수도 20대 내내 헤메다가 30대가 넘어가서야 겨우 꽃피운 케이스니 너무 성장이 느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 두산 넥센 엔씨 같은 강팀들은 알아서 선수들이 쑥쑥 크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안정적인 야수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기반 위에 감독도 존재 하다보니 훨씬 수월하게 자신의 야구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송일수 정도로 어마어마한(?) 감독이 아닌이상 팀을 말아먹기도 힘듭니다. (여담이지만 두산에서 송일수 감독을 지명했던 건 되려 두산이 이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자신감이 너무 과했던 게 문제였지요) 이걸 바로 현대 시스템 야구 혹은 뎁스의 야구라고도 하더군요.
우리는 이에 비해 아직도 너무 후진적입니다. 무엇이 이렇게 팀을 만들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내부 사정도 잘 모르니 어디를 개혁해야 이게 되련지도 모르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세대교체니 뭐니 하는 것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인도 실력이 갖춰지지 않아 자신감도 없는 선수를 1군 경기에 내내 박아놓는다고 해서 그 선수가 알아서 경험치가 쌓이고 커가는 게 아닙니다. 되려 선수를 완전히 망가뜨려버릴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승준만 봐도 작년에는 최승준이 상대할만한 투수만 골라서 내보내는 경향이었기 때문에 되려 더 잘치고 본인 스스로 기도 살았던 부분이 큽니다. 그러다 올해 시즌 초반에 작년에 비해서 실력이 전혀 향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풀타임을 주니까 아예 선수가 망가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분명 생각해야 합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우리 젊은 선수 중에 풀타임으로 주어서 성장 가능한 수준의 선수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추진 선수한테나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냉정한 우리 팀의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상황에서 고참들을 빼야한다 아니다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게 저한테는 그렇게 의미있는 이야기로 들리지가 않습니다.ㅠㅠ (그런 말씀 하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말입니다ㅠㅠ)
그래도 그나마 희망적인 건 이번에 새로 지은 이천 2군경기장이 워낙 시설도 좋고 주변도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아무 생각없이 야구하기 좋다고 하더군요. 이제 하드웨어는 어느 팀에 내놓아도 부럽지 않게 갖추어졌으니 소프트웨어를 조금만 제대로 갖추어도 효과가 배가 될거 같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만이라도 된다면 올 한해는 말아먹어도 다음 해부터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최소한 내년 시즌에는 뭔가 발전하는 엘지를 보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올 여름 유난히 덥고 거기다 엘지 야구는 더 무더운데 다들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엘지보다도 여러분이 더 화이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선수단 교통정리가 안된게 올시즌 결정적이죠. 박용택을 재계약했다는건 사실상 리빌딩은 안한다는 얘깁니다. 우승전력으로 간다는거죠. 그러나 박용택 이진영이 최근 3-4년동안 가장 구린 스탯을 기록하고 있으니 팀이 돌아갈리가 없죠. 지금 트윈스는 무조건 베테랑 5명이 해줘야 팀이 돌아갑니다. 1.5군들이 거의 이변이 없는한 주전들자리 못꿰찹니다. 은퇴하지 않는한..결국 리빌딩이라는 지금 상태도 의미가 없고요 내년에 시작하면 결국 빅4 밖에 믿을선수는 없는게 트윈스입니다.
박용택 이병규7 정성훈 이진영을 수비나 타격에서 넘어설만한 선수? 없어요..어쩔수 없어요 엘지는 저 선수들이 잘하기를 바랄뿐이ㅈㅅ
작전이 없다, 선수간 협력플레이가 안된다, 대타/대주자 실패가 많다, 투수교체를 제때 못한다 등등은 운영진과 코칭스탭이 제대로 못하는거 맞는거같아요.
근데 요새처럼..타자들이 아예 맞추질 못하는거랑 투수들이 두들겨맞는건 그거만으로 설명이 안되여..
우린 다 파악당하고있는데, 상대 파악은 전혀 안하고 대책없이 그라운드에 올라오는거같아요.
우리팀에 전력분석담당자가 있긴한가요..
확신할 수야 없지만 전력 분석에 있어서도 타팀에 비해 그 실력이 떨어져보입니다. 우리 타자들은 노림수가 없이 타석에 들어서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야수들 같은 경우에는 신진급들은 본문에서 제가 말씀드렸듯이 애초에 제대로 된 양성 시스템이 없는 가운데 실력 자체가 올라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용택을 비롯한 고참들은 갑자기 엉뚱하게 장타스윙한다고 나섰다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정상급 타격 매커니즘조차 무너져버렸습니다. (정성훈만 제외하고요) 투수들은 그런 상황에서 지쳐버린거 같구요.(정찬헌 사태도 엄청난 악재였고요) 어쩌면 올해가 예전 암흑기보다 더 우울한 시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멋쟁이엘지 맞다..정찬헌이 빠졌지요..불펜은 1인 절대전력이 아니라 유기체처럼 조직된 전력인데 구성하나 빠지니 잠시 휘청하긴 했죠..
그치만 대부분 패인이 불펜 무너진거보다 선발이 장타 뻥뻥 맞아 깨지고 공격에선 후속타 없이 잔루가 많다는거잖아요..
@이쁜여우 네네 그런 게 바로 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글 한번 써봤습니다.ㅎㅎ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공감가는 부분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어요.
유망주 성장세가 더딘 것을 문제 삼으시면서 원인을 취약한 팀의 양성시스템으로 보셨습니다. 그런데 대뜸..기회를 줘도 자질이 부족한 자원이 많다는 것으로 결론을 삼으셨어요. 이건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애초에 쓸만한 자원이 없다면 육성시스템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야 맞겠죠. 양성시스템에 부정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적어도 팜의 자원들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상품가치를 가진 원석도 없는데 어떻게 가공능력이 부족하다는 논리가 가능하겠어요? 모순이죠.
부족한 글솜씨로 생각을 표현하다보니 오해가 생기는 군요.ㅎㅎ 일단 야알못에 졸필인 주제에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성장 못한 선수들이 '기회를 줘도 부족한 자질'을 가진거라고 말한게 아닙니다. 제가 거론한 선수들 모두 자질은 훌륭하지요. 그런데 이런 휼륭한 자질의 선수를 실제 주전급 선수로 키우기 위해선 단순히 1군 타석에 많이 넣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군에서 타격 매커니즘도 다듬어야하고 그 외 여러가지 갖춰야할 것들이 필요하지요. 그런게 끝난 상태에서 1군 타석은 부족한 실전 감각. 투수와의 실전 수싸움 이런걸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도 보면 그렇더군요.
@멋쟁이엘지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저야말로 그런 말 자격이 안 되는데... 혹시라도 언짢으셨으면 진심 사과드려요.
그런데 육성 과정이 별로 좋지 못하다보니 그 전 과정이 갖춰진 경우가 별로 없고 그나마도 오래걸린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다른 강팀들을 보면 확실히 그 과정이 매우 짧게 걸리더군요. 뭐 그저 가정으로 이루어진 가설이다보니 전부 헛소리일 수도 있습니다.ㅎㅎ 육성 시스템은 좋은데 다른 이유 때문에 크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죠. 근데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일관성이 있어보여서요.
@R_MuTT 앗 아닙니다.ㅎㅎ 평소 님이 올려주시는 세이버메트릭스 자료 재밌게 보고 있었습니다. 더운날 야구도 안풀리는데 힘내세요!
근거로 드신 채은성은 실상 작년에 컨택능력으로 버틴 선수고 그래서 타구질이 안 좋았습니다. 타율은 그럭저럭했으나 타점이나 장타가 부족해 실제 팀 공헌지표가 매우 낮았습니다. 더구나 포지션도 없었죠. 캠프를 거치면서 고정포지션도 가졌고 타법도 비거리를 만드는 중거리형으로 개량시도를 했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습니다. 좀 더 지켜보는게 필요한 것이지 육성 실패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채은성 선수의 발전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님이 거론하신대로 이런 저런 발전을 이루었지요. 다만 수비를 제쳐놓고도 타격만 봐도 여러가지 부분에서 아직 많이 아쉬운데 저는 성격이 부정적이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부터 보였던 모양입니다.ㅎㅎ 제 글 마지막에서 언급했던거 처럼 우리도 재능있는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이 빠른 팀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님 말씀듣고 생각해보니 채은성 선수는 다른 선수와는 약간 케이스가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물론 '내새끼'라 콩깍지가 씌인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것이 우리 양성 시스템이 전과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제 글이 틀렸다는 것을 멋지게 팀이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