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중국정부가 상하이 및 광둥성 4개 도시와 홍콩간의 무역결제에 위안화 사용을 허용한 뒤로 이제 만 5년이 지났다. ‘위안화 국제화’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중국은 대외무역의 15%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으며, 위안화를 이용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전체의 20%에 달하고 있다. 또 SWIFT에 의하면, 2014년 3월 기준 위안화는 이미 세계 7위의 결제통화가 되었다. 추세로 보면 내년 하반기에는 위안화가 미달러, 유로, 파운드에 이어 세계 4위의 결제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19세기의 영국 파운드화도 20세기의 미국 달러화도 새로운 국제통화로 등장할 때, 이렇게 빠른 시간에 유통규모를 키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베이스캠프는 단연 홍콩이다. 오랜 기간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금융센터 역할을 해 온 홍콩은, 중국의 입장에서 ‘관리 가능한’ 위안화 비즈니스 테스트 마켓이다. 2003년 홍콩에서 개인의 위안화 거래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래, 위안화 예금‧대출‧딤섬본드 발행‧무역결제‧RQFII 등 중국은 모든 위안화 관련 역외 거래를 홍콩에서 시작했다. 특히 최근 2~3년간 홍콩에서의 위안화 비즈니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홍콩은 자연스럽게 위안화 역외센터 자리를 선점하게 되었다. 2013년에 새로 설립된 홍콩금융발전국(FSDC)이 ‘홍콩의 역외위안화센터 발전을 위한 21개 정책 제안’을 발표하는 등, 홍콩은 역외위안화 비즈니스를 홍콩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고 있다. <홍콩의 역외위안화 비즈니스(2010, 2013)> (단위 : 억위안) 자료 : HKMA, 홍콩경제일보 위안화 역외센터는 홍콩 하나로 충분한가? 중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지 않다. 위안화 국제화가 진전되면, 즉 전세계 여기저기에서 위안화에 대한 교환, 투자, 보유 수요가 증가하면, 중국과 홍콩이외 제3의 지역에서도 위안화 센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미달러화의 역외시장이 만들어졌던 1950년대의 런던과 1960년대의 싱가포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속도가 높아지자, 당연하게도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위안화 역외센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한 금융센터인 런던과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대만과 프랑크푸르트, 파리, 룩셈부르크 등도 모두 고유의 장점을 내세워 위안화 역외센터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안화 금융상품 시장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향후 자국의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센터 지위 유지‧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통화로 표시된(denominated) 금융상품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인프라가 결제은행(시스템)이다. 위안화 역외센터를 만들고자 하는 도시들은 위안화 결제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으며, 중국계 은행들간에는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은행이 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중국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의 위안화 결제은행으로 지정된 곳은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대만과 싱가포르 등 4개 도시 이다. 그러나 최근 2년 새에 현지 정부에 의해 위안화 결제은행으로 지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시아의 말레이시아, 라오스, 캄보디아와 유럽의 룩셈부르크 등이다. 지난 3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유럽순방에서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영국의 런던이 중국인민은행과 위안화 결제은행 설립 합의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만나 본 중국은행(홍콩)의 위안화 비즈니스 담당자는 결제은행 업무 자체가 가져다주는 직접적인 이득은 작지만, ‘시장선점자’로서의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의 4대 상업은행(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이 모두 역외 위안화 결제은행 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결제은행 지정에 위안화 유통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의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설립 방식으로 분류한 각국의 위안화 결제은행> 자료 : BOC 담당자, 인터넷 검색 이미 10년 전부터 홍콩과 마카오에서 가장 먼저 위안화 결제은행으로 지정되어 가장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행의 입장은, 2013년 2월 싱가포르에서 중국공상은행(ICBC)이 결제은행으로 지정된 것도 정치적인 고려가 컸다고 해석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2013년 11월 중국은행이 현지 정부에 의해 위안화 결제은행으로 지정되었는데, 역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 불과 4개월 만에 중국공상은행이 추가로 결제은행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위안화 결제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국가에 2개의 결제은행이 생긴 셈이다. 대중무역의존도, 대중투자의존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고, 한중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의 발걸음은 조금 뒤쳐진 듯하다. 우리로서는 싫든 좋든 10년 안에 위안화가 최소한 동아시아 지역내 기축통화가 된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금융산업 발전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금융산업 육성과 발전을 포함해 대한민국 경제운영 전반에 ‘위안화 요인(Yuan Factor)’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행이 최근에는 우리 금융위원회에서도 위안화 국제화 추세에 맞춰 ‘위안화 허브’ 논의가 나오고 있다. 중국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를 우리 금융산업 발전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중국 기업들과 거래가 많은 기업들부터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위안화 결제는, 해당 기업내에 위안화 결제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보유 위안화의 투자처 확보 등 그 자체로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증가시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홍콩주재 한국 모 대기업 무역상사 재무담당자는, 자사 홍콩 법인의 경우 중국기업과의 거래의 약 60%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며, 위안화 결제는 “중국 바이어에게 추가적인 결제 옵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위안화 가치가 여전히 상승공간이 있다”고 주장한다. 홍콩의 많은 기업들이 이미 중국기업들과의 거래에 위안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홍콩에 진출한 법인, 자회사들부터 위안화 거래의 노하우를 익혀둘 수도 있을 것이다. 위안화 거래가 많아지면, 오히려 거래비용이 낮아질 수도 있다. 둘째, 홍콩을 포함해 중화권 자본 금융기관과의 합작을 통해 위안화 비즈니스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한국 금융기관들은 중국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중화권 금융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위안화 역외센터의 지위를 선점하고 있는 홍콩은 우리의 위안화 비즈니스 학습을 위해서도, 중화권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셋째, RQFII, RQDII, 홍콩-상하이 증시 연동거래 등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확대 조치들은 물론, 상하이자유무역시험구, 광둥‧홍콩‧마카오자유무역원구와 같은 중국의 지역 발전 전략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 금융산업 개방 및 위안화 유통채널 확대가 이들 지역발전전략의 중요한 구성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위안화 국제화 동향(최종)- 김용민 박사님 - 05.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