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오빠와 백○○어르신 댁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에는 어르신이 안계셔
동네를 돌며 인사만 드리고 왔는데
오늘은 점심주겠단 약속 지킨다며 시간맞춰 오라셨습니다.
편하게 시간맞춰 나가 버스를 탑니다.
지난 번에는 타고 내리고 모든게 긴장이었는데
이번엔 편합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하나봅니다.
준비해둔 버스비를 드리고 내립니다.
함께 두어분이 내리십니다.
익숙하게 버스에서 내리니
"이가네 애들이가?" 물으십니다.
중평마을 백○○어르신 뵈러 읍에서 왔다고 인사드렸습니다.
그렇구나 하시며 웃어주십니다.
마을로 들어서니 정자나무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계십니다.
지난 주에 뵌 분들이 계셔 저희를 알아봐 주십니다.
"오늘은 할머니 계시지 싶다. 들어가봐라"
기억하고 챙겨주시니
반겨주시는 것 같아서 즐겁습니다.
대문 안으로 살짝 보니
방문앞에 어르신 신발이 있습니다.
할머니~ 부르며 들어갑니다.
어서오라시며 맞아주십니다.
방으로 들어가서 인사드리고, 안부를 여쭙니다.
옥수수와 음료수를 내어주십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앉아 먹으려니 어르신이 말씀하십니다.
지난 주 절에 다녀오니
온동네에서 니네가 나 찾으러 다녔다고 소문이 났더라.
마을에 들어오니 그카고
장에나가니 온 장에 사람들이 그카고
더운데 어째그래 돌아댕겼노
어르신뵈러왔다고 동네분들께 인사드리고,
혹여나 계실까 싶어 장을 둘러보러 나갔다 딱 두분께 여쭈었는데
말이 어느새 온 동네와 장에 퍼졌나봅니다.
어르신이 몇 번을 말씀하시기에
귀찮으셨나보다. 곤란하셨나보다 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그게 아닌듯 싶습니다.
날이 이래 더운데 장에까지 걸어갔을꺼 아니가
날도 더운데 말라고 돌아댕기노
보고 신발없고 사람없다 싶으면 그냥가지
햇빛이 이렇게 뜨거운데...
더운 날씨에 걸어다녔을 오빠와 제가 걱정되셨나 봅니다.
고생했을까봐 마음이 불편하셨나 봅니다.
앞집 아저씨 나가는 길에 차 얻어타고 다녀왔다하니
그러냐며 조금 안심하는 듯 하십니다.
어르신께 걱정시켜드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주상오빠가 어르신 처음 뵈러오는 거니 인사드리고 싶어 그랬다고
이제는 어르신 안계신 것 같으면 그냥 가겠으니
걱정마시라고 어르신께 말씀드립니다.
저도 그러겠다 옆에서 끄덕였습니다.
왔으니 밥먹자 하시며 어르신이 일어나십니다.
약속대로 된장찌져주시고 거기에 고추부침, 오이냉국, 열무나물..
시골밥상, 제대로 차려주십니다.
거들까 여쭈니 그냥 있으라 하셔서 가만히 쳐다만 보는데
어르신 손이 마법지팡이 같습니다.
어느새 맛난 나물이 한접시, 어느새 맛난 냉국이 한그릇..
된장찌개 떠먹으니 어렸을 적 할머니가 해주던 맛입니다.
할머니네 놀러 온 것만 같습니다.
다 먹은 뒤 설거지 할까요? 하고 여쭈니
그래 해라~ 하십니다.
열심히 설거지합니다. 오빠는 걸레질을 합니다.
시켜주시니 그것이 또 감사합니다.
정리 다 한 뒤 어르신이 누으시며 누워 쉬라 하십니다.
배부르고 시원하니 잠이 솔솔 와서
어르신 옆쪽으로 살짝 눕습니다.
드라마 할 시간이라 TV를 켜시기에 같이 보고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나가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낮에 이야기 나누다가
오후에는 반찬마실 함께 할 어르신을 뵈러 가야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기억하시고는
볕이 이래 뜨거운데 가지마라, 그냥 좀 더 누워있다가 읍으로 가라
날씨 더워 고생할까 걱정해 주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감사합니다.
좀 더 쉬다가 가라고 챙겨주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감사합니다.
버스시간 딱 맞춰나가니 걱정마시라 말씀드리고
어르신 댁을 나섭니다.
날이 더워 나오시지 마시라하니
오냐 멀리 안나가마 하시며
방문에 걸터 앉으셔서 대문 나설때 까지 바라봐 주십니다.
어르신 댁을 나서며 놀러다니는 기분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놀이의 뜻을 찾아봅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행하는 모든 활동이라 합니다.
어르신과 만나면 즐겁습니다.
더 자주 뵙고싶고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싶고
더 많이 여쭙고 또 배우고 싶습니다.
너무 가벼운 마음인가 조심스러워 질 때도 있지만,
순간순간 느껴오는 즐거움이 마치 마음에 꼭 맞는 놀이하는 것 같아서
여유로워지고, 편해지고, 기분이 한층 가벼워집니다.
거창에서의 하루하루가 놀이하는 것 같습니다.
첫댓글 읍장님과 부읍장님, 백어르신 댁에 마실 다녀왔군요. 할머니께선, 여기저기서 누가 당신께 젊은 사람이 찾아왔다 하니 참 반가웠을 것 같아요. 주인공이 되었으니 기쁘셨을 것 같아요. 적적한 한 낮에 함께 밥먹고 낮잠 자는, 사람의 체온이 반가웠을 거예요. 놀이'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삶의 자세와 섬김의 자세, 복지를 풀어내는 자세로 삼고 싶군요. 고마워요.
할머님의 무뚝뚝하고 '버럭' 하시는 모습... 하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따스함과 정이 느껴져서... 몇번뵙지 못하는 저희에게 가져주시는 사랑에 감사한 시간입니다. / 저의 작은 생각에 항상 따스한 지지와 격려 해주심 너무 감사해요... 아 그리고 저는 면장입니다 ^ㅡ^ 그래서인지 면으로 가는 날이 더 즐겁고 좋아요 히히
곡성엔 샛별이 참 많았지요. 함께 밤하늘의 별똥보기, 참 정겨웠어요.
잘 했어요. 그 더운데 할머니 뵙겠다고 면소재지로 다시 마을로 부지런히 다녔다는 얘기 듣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저는 그렇게 못했거든요. 많이 배웁니다. 많이 배워요. /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해요, 샛별이 처럼. 사회사업은 사람과 더불어 일하는 거예요. 사회사업가가 즐겁지 않으면 되는 일 없어요. 사회사업가가 즐겁지 않으면 얼마나 힘들까요.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해요, 샛별이와 주상이처럼.
즐거워해야지, 힘내서 신나게해야지.. 이렇게 다짐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즐거움이 넘쳐납니다- 즐겁게 일할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제 평범한 마음을 세워주심이 더욱 감사합니다
백○○ 할머니, 굳은 표정으로 밭일하시고 집에 계시다가 저희가 찾아뵙자 얼굴에 생기가 돕니다. 얼굴에 미소가 보입니다. 집안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이십니다. 말씀도 곧잘 하십니다. 원래 할머니 댁에 손님은 많지만, 농활팀이 찾아오는 일은 또 다른 생기를 불어넣고 어르신 노릇 톡톡히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