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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인삼’ 굴의 계절… 스태미나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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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우유’ ‘바다의 인삼’ ‘바다의 현미’ 등 다양한 표현으로 찬사를 받아 온 굴의 계절이다. 제대로 된 굴 맛을 보기 위해 미식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는 있지만 굴이 스태미나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굴이 사랑받아 온 것은 역사적으로 뿌리가 꽤 깊다. 동양에서는 420년경 송나라 때 대나무에 끼워서 생산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1670년경 히로시마에서 처음 생산되었다 하고, 우리나라는 1454년 단종 2년에 공물(貢物)용으로 생산한 것이 첫 기록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선사시대 여러 패총에서 굴 껍질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그 기원은 더욱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B.C 95년경 로마인인 세르기우스 오라타에 의해 처음 양식되었다고 한다. 서양인들은 원래 날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독 굴만 날것으로 즐긴다. 그 이유는 굴이 지닌 독특한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닌 ‘정력 강화’ 효과의 영향이 크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굴을 정력제로 여겨 ‘Eat oysters, love longer(굴을 먹어라, 보다 오래 사랑하리라)’고 하여 굴에 집착하기도 했고, 영국에는 ‘성 제임스의 날(St. James’s day)에 굴을 먹으면 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고대 유대인은 종교상의 이유로 굴을 금기시하기도 했는데, 동양의 사찰에서 마늘 등을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금지했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겠다.
후대로 내려오면서는 역시 같은 이유로 굴이 더욱 사랑받게 된다. 실제 정력에 좋아서인지 소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대를 풍미한 영웅이나 여자들과의 스캔들에 휩싸여 일생을 보낸 남자 중 굴을 즐겨 먹었다는 사람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나폴레옹이다. 수많은 전쟁터를 누볐던 그는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사정이 허락하는 한 하루 세 끼 굴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고 할 정도로 굴 매니아였다. 나폴레옹 얘기를 하자면 조세핀을 빼놓을 수 없다. 나폴레옹의 첫 왕비인 조세핀은 그와 결혼할 당시 아이가 둘이나 딸린 이혼녀에 나이도 6살이나 많은 연상녀였다. 게다가 행실도 얌전하지 못해 사교계에는 그녀와 관련한 스캔들이 끊일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결혼까지 하게 된 것. 나폴레옹은 조세핀의 말이라면 꼼짝도 못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지만 조세핀은 달랐다. 한 남자로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나폴레옹의 부하와 바람을 피운 것은 물론, 그가 전쟁터로 간 사이 외간남자를 침대로 끌어들이기 일쑤였다. 당장 소박을 맞아 마땅한 일이지만 오히려 경험 많은 조세핀의 성숙미와 농염함에 매료당한 나폴레옹은 그녀에게 맞추기 위해 더욱 노력할 뿐이었다. 조세핀 외에도 카로린느, 마리아 와레스카 등 수십 명의 애첩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나폴레옹이 굴에 집착한 것이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대작가 발자크도 한 번에 1444개의 굴을 먹었을 정도로 대단한 애호가이다. 그의 소설에 나타나는 탁월한 여성 심리 묘사의 바탕에는 그의 연애 경력이 숨어 있다. 파리에서 지내던 당시 인기 여성이나 귀족가문의 여성과 애정편력이 많았던 덕분에 성숙한 여인들의 심리를 잘 알게 됐던 것.
세기의 미인 클레오파트라의 연인 줄리어스 시저도 굴을 즐겨 먹었다. 시저가 대군을 이끌고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 원정을 꾀한 이유 중 하나가 테임스강 하구에서 나는 굴의 깊은 맛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 역시 굴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도 여자관계에 있어서는 남부럽지 않은데, 나이 40이 되도록 이렇다 할 일도 하지 않은 채 남의 돈을 빌려 쓰면서도 당대의 소문난 미인은 죄다 애인으로 거느렸다고 한다. 결국에는 클레오파트라까지 사로잡지 않았는가.
여성편력의 최고봉인 카사노바는 여자를 유혹할 때마다 함께 굴을 먹었을 정도의 식도락가였다. 오늘날까지 바람둥이를 일컬을 때마다 오르내릴 정도로 시대를 풍미했던 베네치아 출신의 이 작가는, 16세 때 집단섹스로 처음 순결을 잃은 후 성과 나이, 출신성분 등을 가리지 않고 전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성적 자유를 구가했다. 이후 연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끝없이 파산을 경험했지만 평생 후원자를 얻으며 끝까지 살아남았을 정도로 특유의 성적 매력을 지녔다.
이 외에도 독일의 명재상 비스마르크가 앉은 자리에서 175개의 굴을 먹었고, 로마 황제 위테리아스는 1000개를 먹었다고 하니 굴의 스태미나식 여부를 떠나 서양인들이 굴을 즐겨 먹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과학적으로 봤을 때 ‘굴=스태미나식’이라는 그 시대 사람들의 믿음이 전혀 헛된 것은 아니다. 굴에 많은 글리코겐과 아연(Zn)은 각각 에너지의 원천과 성호르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데, 특히 아연은 정액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테이즈라는 효소를 억제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돕는 것. 또 불임을 예방하는 비타민E 역시 많이 들어 있다. 굴과 관련된 연구 중에는 성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굴을 다량 섭취시켰더니 절반 이상이 효과를 봤다는 보고가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남자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굴을 즐겨 먹은 대표적인 여자로 클레오파트라를 들 수 있다. 굴은 멜라닌 색소를 분해해 살결을 하얗게 해주며 저칼로리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피부가 하얗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올 겨울에는 바닷바람도 쐴 겸 서해로의 여행을 계획해보자. 추운 날씨에 떨어진 기력을 회복하는 데 그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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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의 건강학
건강에 유익하지만 5~8월에는 주의해야
굴은 동의보감에서 “성질이 고르고 맛은 짜며 독이 없다. 대장과 소장을 깔깔하게 하고 대변과 소변 및 도한(盜汗)을 그치게 하며, 설전(舌顫)과 여자의 대하적백(帶下赤白)을 치료하고 온학 을 없애준다”고 설명한 것처럼 각종 질병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불포화 지방산인 EPA는 혈액 중의 중성지방 및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동맥경화ㆍ고혈압 ㆍ뇌출혈 등에 예방효과가 있고, DHA는 학습기능 향상ㆍ항암작용ㆍ노화억제 효과 등이 있다. 타우린은 유아의 두뇌 발달을 비롯해 뇌졸중ㆍ동맥경화ㆍ담석증ㆍ담낭염ㆍ간장병 등에 작용하며, 다른 식품에 비해 풍부한 아연은 앞서 말한 성호르몬의 활성화 외에도 인슐린 분비의 촉진, 알코올성 간경변의 예방, 학습능력 향상, 동맥경화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칼슘은 눈의 피로 감소, 성장기 어린이 발육, 폐경기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 관여한다. 특히 굴에 함유된 당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글리코겐은 췌장 등에 부담을 주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데, 굴이 병후(病後) 식사용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도 궁합이 있다. 해산물의 경우는 계절적 시기가 중요한데, 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고, 영국에서는 ‘R자가 없는 달인 5월(May), 6월(June), 7월(July), 8월(August)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전해진다. 이 시기는 굴의 산란기 전후로 방란과 방정으로 인해 굴의 맛이 떨어지는 데다 상하기 쉬운 여름철이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11월부터가 굴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적기.
싱싱한 굴을 고르는 방법은 통굴이냐 알굴이냐에 따라 다르다. 통굴의 경우 오돌도돌하며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 있는 것이 좋고, 껍질을 깐 채 포장상태로 판매되는 것은 색이 밝고 선명하며, 유백색으로 광택이 있는 것이 좋다.
구입해서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먹고 남았다면 통굴은 10°C 이하의 공기 중에서 1주일 이내(채취한 날로부터)를 넘기지 말고, 깐 굴은 10°C 이하의 해수에 담궈 6일 이상을 넘기지 않는다. 냉동보관할 때는 깨끗하게 손질을 한 다음 한 번 먹을 분량씩 포장 보관하며, 꺼내 먹을 때는 냉장실에서 자연해동하도록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다시 물에 헹구지 말 것. 특유의 향과 맛이 사라진다.
굴은 뭐니 뭐니 해도 있는 그대로의 향을 느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생굴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는 굴을 제대로 먹는 방법이 아니다. 초고추장은 그 자체의 맛과 향이 너무 강해 굴의 향을 빼앗기 때문이다. 생굴을 그대로 먹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 비위에 맞지 않는다면 식초를 살짝 뿌려 보자.
서양에서는 식초 대신 레몬즙을 뿌려 먹는데 이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두 가지 모두 굴의 나쁜 냄새를 없애주고 철분의 흡수율을 높여준다. 굴의 씹히는 질감과 향을 도저히 참아내기 어려운 사람은 취향에 따라 조리해서 먹어도 상관없다. 열이 가해진다고 해서 영양소가 파괴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굴 요리 잘 하는 집
▲ 석화구이(왼쪽) 굴튀김(오른쪽) |
돌꽃 |
경남 통영에서 채취한 지 24시간 이내의 굴만 사용한다. 굴솥밥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으며, 돌꽃정식을 시키면 생굴부터 비빔밥, 전, 튀김, 무침, 그라탕은 물론이고 전복죽과 회까지 풀코스로 맛볼 수 있다. 굴솥밥 6000원, 돌꽃정식 1만3000원.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역 1번 출구로 나와 스피드메이트에서 우회전, 200m 정도 직진하여 오른쪽에 있다. (02)324-5894
▲ 충남 보령 천북 굴단지에서 굴을 구워 먹는 모습. |
천북 굴단지 |
‘굴구이’를 즐기고 싶다면 단연 충남 보령 천북을 권한다. 이 곳 굴단지에 가면 굴구이 전문점이 주욱 늘어서 있는데, 굴 맛 좋기로 유명한 인근 앞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 굴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어느 집을 선택해도 후회할 일은 없다.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굴칼국수와 시원한 굴물회도 별미다. 4인 기준 굴구이 2만5000원, 굴칼국수 3000원, 굴물회 1만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광천IC에서 나와 우회전, 전방 삼거리에서 청양ㆍ광천 방향으로 우회전 후 서해안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면 굴구이단지 이정표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