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천하장군 이백마흔두번째 정기답사로 진천 소읍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은 날도 춥고 폭설도 많아 천하장군 회원들이 가벼운 맘으로 여행 떠나기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요. 몸도 찌푸둥하고 답답한 차에 떠난 천하장군 2013년 첫 국내여행은 가까우면서도 알찬 충북 진천입니다. 마침 날도 맑아 기온은 낮았지만 쾌적하고 상쾌한 분위기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진천은 예부터 생거진천이란 말이 있듯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옥한 농토, 후덕한 인심으로 이어온 고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진천으로 여행을 떠나는 우리마음도 넉넉하고 발걸음이 가볍더군요.
제일 처음 들린 보탑사는 1996년에 창건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사찰이지만 신영훈 대목수를 비롯해 국내 현존하는 한옥장인들이 총동원되어 완성한 멋진 삼층목탑이 우릴 반기는 곳입니다. 아파트 14층 높이에 맞먹는 높은 건축물이지만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삼층목탑 외에도 전각들이 하나같이 단아하고 잘 가꿔져 있어 고즈넉한 사찰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나는 곳이었습니다. 경내에 남아있는 고려시대 석비, 사찰 앞 당당한 풍채의 느티나무 당산나무까지 기분 좋게 둘러보고는 발걸음을 돌립니다.
진천 종박물관은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 종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금속예술의 극치라고 말하는 범종. 한국은 에밀레종과 상원사종에서 확인하듯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범종문화의 전통을 만들어온 것이죠. 종박물관에서 해설사에게 들은 종에 관한 간략한 설명도 유익했습니다.
점심식사는 생거진천 유기농쌀로 갓 지은 쌀밥정식으로 먹었습니다. 정갈한 반찬과 짜지않은 단백한 청국장 반찬에 먹는 쌀밥에 회원들 모두 흡족해하셨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진천오일장이 서는 날입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진천오일장은 인근에서도 다 모여드는 국내 열손가락 안에 드는 오일장입니다. 마침 주말이 정월대보름이라 더욱 장구경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장이 썰렁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보리튀밥도 사먹고 나물도 사면서 장구경, 사람구경 잘하고 진천답사의 마지막인 진천농다리로 이동합니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진천 농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입니다. 돌을 차곡차곡 돌려쌓아 물의 흐름을 견디면서도 안정감있게 제작한 옛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다리입니다.
우리는 진천 농다리를 건너서 바로 이어지는 초평저수지 수변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충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초평저수지는 용이 한반도를 등에 업고 승천하는 형상의 아름다운 모양인데 최근에 호수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편리한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 호수의 물은 꽝꽝 얼어있지만 호수에 어른거리는 나무 그림자, 얼음위에 남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자국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습니다.
알차게 진천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는데도 서울에 도착하니 날이 아직도 훤합니다. 워낙 가까운 곳으로 떠난 여행이라 이렇게 알뜰하게 시간을 쓰고도 늦지 않게 여행을 마무리한 것이죠. 이번 여행은 겨우내 추위에 움추려 있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켠 여행이지 않았나 합니다. 그래도 그늘진 곳에는 얼음이 남아있어 다소 미끄러웠는데 다들 탈없이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해서 다행입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잘 푸시고 남은 겨울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3월, 봄기운 받으러 떠나는 거문도 동백꽃답사와 산골마을 구담마을 매화답사에서 반가운 얼굴들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