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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경제를 생각해야 할 때
요소수 대란으로 산업, 농업,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셧다운의 위기감이 한창 고조되었다.
화물노동자는 20만 원 주고 해외직구로 3일치 구했다는 페북을 올리기도 한다.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 수출 절차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요소 수출이 중단되었다.
11월 8일 국방부가 군 비축 요소수 20만리터(200톤)를 방출하겠다, 호주산 2만 리터 요소수를 운송을 위해 군용기를 띄운다, 베트남에서 수입해 온다 등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여전히 완벽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매점매석 단속을 강하게 천명하고, 11월 10일 중국에서 이미 계약이 완료된 요소 1만 8700톤의 수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확인하했지만, 와야 오는갑다하는 분위기다.
어쨌든 이 물량이 들어오면, 2만톤 요소로 요소수 6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하루 600톤, 한 달 2만톤 정도의 필요량에 비추어 석달 정도 사용량을 확보하게 된다. 급한 불은 끄는 모양새지만 근본대책이라 할 수는 없다.
요소수 사태로 시작하여 앞으로 석유대란, 일본 소부장 수출규제 사태처럼,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태가 무슨 사태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전국적으로 요소수 대란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9일 전북 익산시 익산실내체육관 앞에 마련된 요소수 판매장에서 요소수를 구입하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장내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 : 익산=뉴시스]
1.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급망의 붕괴
요소수 대란 사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방식의 국제공급망 붕괴와 관련되어 있다.
단순히 정부가 좀 미리미리 대응했으면 해결될 문제였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어떤 정부도 미리미리 대응하기 힘든 문제였고,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요소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이다. 단지 한국에서 요소수 문제가 먼저 터진 것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한 배경에는 석탄부족으로 인한 전력난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압력으로 호주가 대중국 석탄수출을 중지한데다가 중국 자체가 탄소제로 정책을 시행하면서 석탄생산을 계통적으로 줄여왔기 때문에 전력중단사태가 발생하였다. 중국은 석탄과 전력생산 부족으로 요소 생산이 어려워지고 자체 비료생산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사태로 발전하자 요소 수출을 금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럽은 천연가스 때문에 요소 문제가 불거졌다.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량이 부족하고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요소생산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유럽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슬로바키아의 아그로퍼트그룹 소속 듀슬로는 채산성 악화 때문에 이미 지난달부터 요소수 생산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 SKW 피에스테리츠(Piesteritz)도 요소수 생산라인 가동을 중지했고, 이탈리아 요소수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는 야라 역시 4주간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유럽은 비료생산에서 더 심각하다. 유럽 최대 비료업체가 지난달부터 암모니아 생산량을 40% 감축하고, 미국 비료업체 CF 인더스트리스 역시 영국 내 공장 두 곳의 조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러한 사태는 내년 농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게 되고, 전세계적인 식량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식량발 인플레이션, 물가폭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요소생산을 자체적으로 많이 하는 유럽의 경우에도 천연가스가 문제가 되어 비료생산을 못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요소수로 먼저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젤 화물차 330만 대 가운데 약 60%인 215만 대 정도가 요소수를 필수로 하는 SCR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차, 승용차 뿐만 아니라 디젤을 쓰고 산업기계, 건설기계, 버스, 구급차, 소방차 등에 연쇄효과를 미치면서 아예 물류대란이 올 위기가 심화되었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내년도 비료부족으로 농사에도 영향을 줄 거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요소문제는 전세계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문제는 요소수 하나 부족한 것이 한 나라의 물류대란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요소부족은 또 비료생산을 못해 농사에 치명적인 약영향을 준다.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런 문제가 왜 생기는 것일까?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가 세워놓은 국제적 공급체인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반도체 부족사태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사태는 그 전에서는 서로 촘촘하게 국제분업으로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그런데 이 국제공급망이 매우 치명적인 방식으로 붕괴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세운 국제분업과 국제공급망 체계가 이렇게까지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촘촘하게 연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여기에 치명타를 가했다.
지금은 공급망 부족에다 물류시스템까지 붕괴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에는 하역을 기다리는 선박이 100척이나 바다에 둥둥 떠 있다. 이런 대기시간 때문에 공중에 뜨는 물량이 한진해운 3개사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물량이다.
지금 세계경제질서는 코로나19로 일격을 맞으면서 공급망과 물류망이 다 붕괴되고 있다. 이것은 세계인의 산업과 농사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요소수 대란과 같은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고 있다. 가히 세계경제질서의 격변기라 할 만하다.
2. 중미대결과 디지털, 녹색성장이 공급망 붕괴 더욱 가속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공급망, 물류망의 붕괴사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첫째 원인은 중미대결 때문입니다.
미국은 자신이 전세계에 신유주의 세계화 질서를 세워놓고서는, 이제와서 자국 국산화 중심, 동맹 중심의 공급망, 물류망으로 재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공급망, 물류망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려고 한다. 당연히 이 중미간 공급망, 물류망 재편과정에서 심각한 공급부족, 물류대란 사태가 야기되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앞으로 진행되는 공급망 붕괴의 주범은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은 반도체를 핵심으로 공급망을 다시 짜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혼란이 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과 같은 수출중심국가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원인은 디지털, 녹색성장 자체이다.
이른 바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시대의 성장동력은 디지털과 녹색성장에 있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그런데 이 디지털, 녹생성장이 공급망 부족사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반도체인데, 지금 차량용 반도체가 심각하다. 단순히 대만 TSMC나 한국의 삼성이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주로 동남아에서 생산을 많이 하는데 코로나 확산으로 지금 생산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디지털, 친환경산업에는 많은 희귀금속들이 필요하다. 리튬, 마그네슘, 티타늄, 텅스텐, 인듐 등등. 마그네슘은 가볍고 단단한 특성으로 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소재로 많이 쓰인다. 특히 자동차 부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생산을 위한 필수 원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마그네슘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인듐은 LCD 화질을 개선하는데 필수 금속이고, 전기차 모터에는 반드시 희토류가 들어가야 한다. 코발트 역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하다.
앞으로 인류가 많이 만들어 쓰고자 하는 디지털 제품, 풍력터빈 등 친환경에너지제품에 이런 희귀금속들이 다 들어간다.
그런데 이 희귀금속들의 매장량, 생산략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밧데리를 두 종류 사용하겠다고 한다. 하나는 3원계 밧데리, 즉 니켈-코발트-망간이 다 들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산철 배터리다. 당연히 3원계 밧데리가 연비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인산철 밧데리를 쓰는 이유는 앞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때, 니켈 망간 등의 희귀금속의 수요가 따라가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철은 매장량이 풍부한 금속이다. 때문에 테슬라는 인산철 밧데리를 3원계 밧데리와 병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3. 전략물자 확보의 3가지 방법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1∼9월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 2586개 중 3941개(31.3%)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 미국은 503개, 일본은 438개이다. 의료기기 및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 텅스텐의 95%, 전자제품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 86%,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 84%가 중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미국에는 수입 액화석유가스(LPG) 연료의 93%를 의존한다. 일본에는 여전히 핵심 소재, 부품, 장비를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마그네슘 가격은 7월 중순 t당 1만9000위안(약 352만원)에서 두 달만인 9월 기준 7만위안(약 1297만원)으로 폭등했다. 마그네슘만 놓고 보면 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상황이다. 어쩌면 돈을 주고도 못 살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그럼 대한민국의 경우 앞으로 이러한 전략물자를 어떻게 확보해야 하나?
첫 번째 주장은 차이나 리스크를 극복하고, 수입을 다변화하자는 주장이다.
일면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수입다변화로 다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에 문제가 된 요소 같은 경우, 전체 수입량의 97.6%를 중국에 의존했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을 금지하면서 요소수 대란이 터졌다. 그렇다면, 주요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카타르, 인도네시아, 일본, 러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나라도 수출금지를 내린 상태라는 점이다. 그럼 수입다변화는 하나마나하고 외교력과 비용만 낭비한 결과가 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앞으로는 과거 석유처럼, 요소, 희귀금속 등의 원자재들이 무기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세계경제는 모든 나라가 자국의 필요에 따라 전략물자 수출을 금지하고, 가격을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이 높은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수입다변화 정도를 넘어서는 계획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전략물자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긴다. 국산화가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요소 같은 것은 다시 국내에서 생산하면 된다. 물론 요소 자체를 수입해야 하지만, 요소수는 2011년부터 중단된 국내생산을 재개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텅스텐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수요의 20%까지 담당했던 한국의 텅스텐 생산은 93년에 폐광하고,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주석광산을 재개하면 된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사실 중국산이 싸기 때문에 채산성이 문제가 되어 요소수 생산도 중단한 것이고, 텅스텐 광산도 폐광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제분업체계 속에서 가성비를 주로 따지며 비용절감을 극대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략물자에 관해서는 비용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 자본주의적 계산 방식, 신자유주의 세계화 논리로만 보면 비용문제가 중요하지만, 결국 나라의 경제전략은 와해되는 문제를 이제는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국가들이 전략물자는 무기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세 번째는 북과 손을 잡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매우 강력한 대안이 있다. 바로 통일경제.
북은 세계 자원의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종류의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게다가 그 양과 질 면에서도 손꼽힌다. 따라서 남과 북이 원자재 자립을 실현하는 방향에서 협력한다면 작금의 세계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요소의 경우 북은 이미 석탄 가스화 공정에 의한 비료생산을 정상화하고 있다. 이것을 주체비료라고 부른다. 이미 북은 요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료가 되는 석탄은 약 205억 톤으로 무궁무진하다.
마그네슘 역시 4억5천만 톤으로 전세계 매장량의 19.6%를 차지하며, 중국 매장량 4억 톤보다도 많다. 희토류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발표한 최대추정치가 2000만~ 4800만t가량인데, 이것은 세계 최대매장량이다. 그 질 역시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소수 사태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어느 대선후보도 이 문제를 딱 찍어서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략물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통일경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립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국제분업에 의한 성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세계교역자체가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간산업, 전략물자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경제질서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화의 시대가 저물고 탈세계화, 자주화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부합되는 경제전략이 바로 자립적 통일경제전략이다.
자립경제 모델의 또 하나의 장점은 매우 친환경적인 경제로 갈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과잉공급,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 녹색성장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시장경제, 자본주의적 원리에 입각해 있는 한, 새로운 형태의 자본의 이윤추구 수단에 불과하고, 국제적인 부익부빈익빈을 야기하는 또 다른 도구일 뿐이다.
반면 자립경제 모델은 자체의 수요발전에 맞게 공급을 따라 붙이는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친환경,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모델에 가장 부합한다.
요소수 사태를 겪고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면, 이번 기회에 시대적 추세와 흐름에 맞게 한국경제를 자립적 통일경제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담론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자립경제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