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송지호 인근에서 발견된 쇠기러기의 사체와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연달아 검출돼 당국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고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야생동물에게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것은 고성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송지호에서 발견된 쇠기러기에게서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사례는 지금까지 총 32건이다. 지난달 22~26일 17마리에 이어 이달 2~10일 15마리가 발견됐다.
송지호에서 확인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쇠기러기 개체들은 북상하는 겨울 철새들로 철원 토교저수지에서 이동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원권에서는 최근 송지호 외에도 철원 산명호와 토교저수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쇠기러기가 잇달아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2018년 2월 이후, 지난해 10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된 야생조류가 처음 발견됐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된 누적 건수는 200여 건이며, 이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50여 건이 강원도에서 발견됐고, 그 중 고성 송지호가 32건이나 돼 고성군과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송지호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견됨에 따라 반경 10km가 방역지역으로 설정됐고 방역지역 내 모든 가금 사육농가에 이동통제 명령이 내려졌다. 송지호 주변에는 현수막과 출입통제선이 설치돼 사람과 차량의 진입이 금지됐다. 군은 방역을 위해 매일 야생조류 수색을 하고 있으며 방역 차량과 광역방제기를 동원해 친환경제제로 송지호 일대를 1일 2회 소독하고 있다. 축협 공동방제단은 송지호와 인근 농가에 대해 방역 활동을 진행 중이다.
방역대인 송지호 반경 10km 내 가금류 사육 농가는 213호이며 이들 농가의 가금류는 총 4만5,914수이다. 방역대 500m 이내에는 가금 사육농가가 없으며 3km 이내에는 전업농가를 포함해 37호의 농가가 1,712수의 닭을 키우고 있다. 방역대 반경 5km 내에는 가금 사육 전업농가가 총 4호이며 가금류는 육계, 산란계 등 모두 닭으로 2만9,900수이다.
죽왕면 향목리에서 육계농장을 운영 중인 한 농민은 “농장 위로 철새들이 날아다녀 많이 불안하다”면서 “요즘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을 빼고는 농장 소독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 농민은 “겨울에는 호수에 철새들이 많이 날아오기에 앞으로 사람들이 겨울에는 호수 방문을 지양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군의 방역 조치(송지호 출입금지, 야생조류 수색, 소독, 가금류 이동통제 등)는 다음달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철새들의 북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 가능성에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 야생조류 AI 대응상황반 관계자는 “상당수 철새가 국내에 남아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철새서식지를 출입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금농장은 외부인과 차량의 출입을 최대한 금지하고, 축사 진입 전 장화 갈아신기, 생석회 벨트 구축, 전실 소독 등 차단 방역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H5N8’은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조류독감)’의 아종으로 야생조류와 가금류에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 남부 한 양계농장에서 노동자 7명이 ‘H5N8’에 감염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