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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夏秋冬으로 풀이한 한자의 창제원리와 어원 : 갑골문과 금문은 순우리말로 만든 문자이다
제 1장 우리말과 한자
Ⅰ. 훈민정음(한글)과 한자를 통해 본 우리말의 특성
1. 훈민정음과 한글은 기본적으로 표음문자이면서 우리말을 표기할 경우에는 표의문자의 성격을 갖는다.
훈민정음과 한글은 ‘ㄱ, ㄴ, ㄷ, ㄹ, ㅏ, ㅑ...’ 등의 자음이나 모음의 한 글자가 음소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틀림없이 음소문자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다음 3가지의 점에서 일반 음소문자와 구별되는 아주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훈민정음과 한글은 한 음소를 대표하는 글자가 그 음소를 구성하는 자질(資質)들의 복합으로 만들어졌다. 가령 'ㄴ’에 가획하여 만들어진 ‘ㄷ’의 위의 획은 ‘ㄴ’과 구별되는 폐쇄음적인 자질을 나타내주며, ‘ㄷ’에 가획하여 만들어진 ‘ㅌ’의 또 하나의 획은 격음(激音)이라는 자질을 대표하는 구실을 한다. 이 점은 로마자의 ‘t’나 ‘d’의 어떠한 부분이 어떠한 음성적 특질을 대표하고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특징을 기준으로 훈민정음과 한글을 자질문자(featural writing)라고 하여 일반 음소문자와 구분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표음문자는 전통적인 양분법 대신 음절문자· 음소문자· 자질문자로 삼분하는 체계가 될 것이다.
2) 훈민정음과 한글은 기본적으로 자음과 모음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음소문자로서의 성격이 강하나 자음과 모음을 합하여 반드시 하나의 문자인 단음절을 만든다는 점에서 음절문자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훈민정음과 한글은 같은 음소문자인 영어의 알파벳과 차원이 다르게 된다. 영어의 알파벳은 반드시 단음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훈민정음과 한글이 음절문자의 성격도 가지고 있지만 일반 음절문자와는 전혀 다르다. 일반 음절문자는 한 글자, 즉, 한 음절이 한 단위의 소리에 해당할 뿐이며 그것만으로 뜻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표음문자이다. 훈민정음과 한글은 한 음절이 대표하는 단위가 소리단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어를 표기할 경우에는 한국어 자체가 각 음절마다 반드시 한 단위의 뜻이나 그 이상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훈민정음과 한글은 문자 자체는 표의문자가 아니지만 한국어를 표기함으로써 표의문자로서의 성격을 부여받게 된다. 가령 한국어 가, 나, 다, 라, 마, 바 사 등에서 가는 "go” 또는 “house", 나는 "I", 다는 "all"과 같이 각 음절이 저마다의 뜻이 내포되어 있는데 이것을 표기한 훈민정음과 한글은 음소문자이지만 음절문자의 성격과 표의문자의 성격을 띄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음소문자인 영어의 알파벳으로 표기한 ga, na, da, la, ra 등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는 점과 음절문자인 일본의 가나 50음은 カキクケコ (가기구게고)와 같은 소리단위를 나타낼 뿐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과도 구별되는 특성이다.
자음과 모음을 합하여 반드시 하나의 문자인 단음절을 만든다는 2)의 특성은 훈민정음과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는 성음법의 결과일 수도 있다. 종성을 추가하여 단음절을 만드는 것도 성음법의 결과이다. 하지만 훈민정음과 한글은 문자 자체를 풀어쓰지 않고 모아쓰는 성음법과 결합할 때 입성이 많은 우리말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가 되므로 문자 자체의 특성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3)의 특성은 단음절마다 각각의 뜻이 있는 우리말을 훈민정음과 한글로 구현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지 문자 자체의 특성은 아니다. 하지만 훈민정음과 한글에 음절문자의 성격을 인정한 이상 이 표의문자의 성격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훈민정음과 한글이 단순히 표음문자라고 하는 견해는 수정되어야 하며 더 이상 전통적인 방법으로 분류해서는 아니되는 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훈민정음과 한글의 무한 확장성과 표음문자 및 표의성을 고려하여 음소조합문자라고 명명하는 견해가 대두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훈민정음과 한글은 기본적으로 표음문자이면서 음절문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우리말을 표기할 경우에는 표의문자의 성격이 추가 된다고 해두자.
2. 한자는 기본적으로 표의문자이면서 표음성이 잠재되어 있다.
한자는 반드시 한 글자가 곧 한 단위의 뜻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표의문자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글자가 가지고 있는 음가는 존재하지만 대표하는 단위는 소리단위가 아니라 의미단위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본문에서 다루게 되는 한자의 창제원리에 의하면 상형한자는 순우리말로 이루어진 음의 어원에서 첫음절을 취하여 대표음가를 붙인 것이고, 상형한자의 절반 정도는 뜻보다는 주로 이 음의 어원을 자형으로 그려내서 만들어진 문자이다. 뜻을 자형으로 표현하는 경우에도 음의 어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양쪽 모두를 그려내는 경우도 있다. 한자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합성한자는 의미단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표의문자라고 보고 있지만, 본 책의 본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합성한자의 뜻은 최종적으로 어원이 되는 순우리말이 결정한다. 이러한 점은 한자가 단순히 표의문자로 분류할 수 있는 문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한자의 각 글자가 대표하는 단위는 소리단위가 아니라 의미단위라고 하는 일반적인 견해는 한자의 어원, 즉 음의 어원이 순우리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음의 어원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설명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한자가 단순히 표의문자라고 하는 것 보다는 한자는 기본적으로 표의문자이지만 표음성이 잠재되어 있는 정도로 매듭짓고자 한다. 한자는 다수의 동일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문자마다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 한자를 표의문자로 몰아넣는 근거가 되었지만 한자에는 각 글자마다 표음성이 잠재되어 있는 문자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자가 이러한 특성을 갖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순우리말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며, 그 결과 훈민정음과 한글이 갖는 특성인 표음성에서 표의성으로 접근하는 방식과는 반대의 방향에서 우리말에 접근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자와 훈민정음 및 한글이 음절단위로 일반적인 표음문자나 표의문자와 다른 특성을 갖는 것은 각 단음절마다 표음성과 표의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우리말을 어원으로 삼은 것에 따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훈민정음과 한자라는 두 문자체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우리말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Ⅱ. 줄임말과 한자
1. 줄임말과 문제점
줄인 말, 즉 준말은 우리말의 특성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형태소를 줄인 말로는 처음-첨 , 너무- 넘, 사이 - 새, 마음 - 맘, 빼앗다 - 뺏다, 나는 - 난, 그것은 - 그건, 되어서 - 돼서, 되어 -돼, 견디었다 - 견뎠다, 가지어 - 가져, 보이다 - 뵈다, 만만하지 않은 - 만만찮은, 가지다 - 갖다, 디디다 - 딛다, 머무르다 - 머물다 등이 있다.
머리글자만 따거나 형태소 이상의 말을 줄여 간편하게 쓰는 말도 있는데, 노동조합 - 노조, 한국은행 - 한은, 중앙 도서관- 중도, 학생회관 - 학관, 고등학교 - 고교, 선거관리위원회 - 선관위, 불고기 백반 - 불백, 국내자본 - 내자 등이 그것이다.
준말은 줄임말이라고도 하는데 양자는 혼용하여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에서 abbreviation (약어)은 Mister를 Mr. 로 Professor를 Prof. 처럼 한단어의 뒷부분을 잘라 단어의 길이를 줄여서 쓰는 것을 뜻하는데 우리말의 준말과 달리 다양하지가 않다. acronym (두문자어, 축약어)은 여러 단어의 첫글자만 따서 하나의 축약어를 만드는 것을 말하며,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U.S.A.(United State of America),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나 음절단위가 아니라 음소단위로 축약하기 때문에 본래의 뜻을 알아보기가 어렵다.
우리말은 끊임없이 말을 줄여서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새롭게 표현되는 준말 내지 줄임말은 요즘같은 한글 세대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건배사나 신년 하례사에 등장하는 줄임말로는 청바지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미사일 (미래를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일자리를 위하여), 나가자 (나라와 가정과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이기자 (이런 기회를 자주 갖자), 사우나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지화자 (지금부터 화합하자), 단무지 (단순 무식하게 지금을 즐기자), 재건축 (재미있고 건강하게 축복하며 살자), 해당화 (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사이다 (사랑합니다 이 생명 다 바쳐서), 거시기, 우아미, 재개발, 세우자, 오바마, 남존여비, 주전자, 우하하, 당신멋져, 변사또, 당나귀, 진달래, 개나발, 빠삐용 등 일시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문장이나 구절을 줄여서 누구나 무한히 만들어 사용한다. 지구상 어느 언어가 이렇게 자유자재로 축약하여 활용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인터넷이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등장함에 따라 신종 줄임말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급기야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줄임말 표현 일부를 살펴보면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행쇼(행복하십쇼), 안습(안구에 습기가), 깜놀(깜짝 놀라다), 열폭(열등감이 폭발한다), 레알(Real, 정말?), 강퇴(강제 퇴장), 강추(강력 추천), 공구(공동 구매), 훈남훈녀(훈훈한 남자 훈훈한 여자), 흔남흔녀(흔한 남자 흔한 여자), 넘사벽(넘을수 없는 벽), 움짤(움직이는 사진, 짤 : 짤림방지에서 나온 말) 등으로 사용하고 있고, 인터넷 채팅을 활용할 경우에는 영어 알파벳으로 줄여쓰기도 한다. BF(Best Friend), DB(담배), GG(good game), IBM(이미 버린 몸), KIN(즐, 세워서 보면 한글), OME(Oh My Eyes, '아 내 눈~'이라는 뜻으로 못 볼 것을 봤을 때 쓰이는말), OTL(좌절, 무릎을 꿇고 좌절하는 모습의 상형자) 등이 그것이다.
더 나아가 한글 음절에서 첫 음소만을 취하여 줄여쓰기도 한다. ㄱㄱ(고고), ㄱㄷ(기다려), ㄱㅅ(감사해요), ㄱㅊ(괜찮아) 등
이러한 지나친 줄임말의 사용은 무엇보다 사회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의 단절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지나친 줄임말은 생각을 공유하는 비슷한 집단이나 친구들사이에서 주로 통하는 언어일 뿐이며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해지고 집단간 혹은 세대간 격차를 커지게 한다. 또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사뭇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표준 언어를 파괴하기도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가능한 한 짧게 말하고 짧게 대답하는 잘못된 습관과 문화를 정착시켜 사람들 간의 정을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2. 한자는 순우리말에서 단 하나의 음절을 취한 말이자 줄임말이다
지나친 줄임말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누구나 그 의미를 추정할 수 있도록 줄여 쓰려고 한다면 훈민정음과 한글로 표현한 절, 구, 단어는 아무리 줄여도 한 글자로 줄일 수는 없다. 그런데 문장이나 구, 단어를 단 하나의 글자로 줄여서 표현할 수 있는 문자가 있다. 바로 “한자”이다. 즉 어떠한 구절과 단어라도 문자 하나로 그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자이다. 한자의 자형에 붙여지는 단음절의 음가는 순우리말에서 자형의 뜻과 동의어 또는 자형풀이와 동의어 내지 핵심어 관계에 있는 단어의 첫음절을 취한 것이다. 예를 들어 "벼이삭을 추리다"로 표현한 "秋"(가을 추)의 갑골문 자형은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뜻하고, 그 음가는 자형풀이의 핵심어인 추리다의 "추"를 취한 한자이다. 이와 같이 우리말의 특성인 줄임말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고자 단음절의 음가를 붙여 만든 것이 한자인데, 이것은 끊임없이 말을 줄여서 표현하려는 우리말의 특성을 가장 체계적으로 반영한 것이자 줄임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한자의 창제 원리와 어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한자의 음이 단음절로 붙여지더라도 지나친 줄임말이 아니었고 자형풀이와 조화를 이루는 음가였다. 한자가 다른 어떤 문자보다도 축약성(縮約性)이 뛰어난 이유는 그 자형이 순우리말을 하나의 문자로 그려놓았기 때문이며, 한자의 조어력(造語力)이 탁월한 이유는 순우리말의 첫음절을 음가로 취하여 단음절로 문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자는 은나라의 갑골문과 주나라의 금문을 마지막으로 그 창제원리가 전승되지 아니하고 묻혀버렸다. 이로써 후대의 사람들에게 한자는 너무나 지나친 줄임말이 되어 세대간 언어의 단절을 초래하였고 오늘날까지 그 어원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한자의 어원을 찾는 일은 이 지나친 줄임말을 본래의 말로 되돌리는 과정이며 한자의 창제원리를 복원하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은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이 해낼 수 있는 바, 그 이유는 한자를 창제한 주역이 다름아닌 우리말을 쓰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즉, 기본적으로 우리말을 알아야 그 원리와 어원을 밝혀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나어와 그 발음으로는 한자의 어원과 창제원리를 지금까지 밝혀낼 수 없었던 이유인 것이다. 가령 夏(여름 하)와 秋(가을 추)를 일상적으로 발음하고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더라도 지나인들이 우리말 "하늘"이나 "추리다"의 뜻을 알지 못한다면 그 어원과 창제원리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cf)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에 이르기를, ‘순(舜) 임금은 동이(東夷)의 사람이다'. '문왕(文王)은 서이(西夷)의 사람이다.’ (孟子曰:舜生於諸馮, 遷於負夏,卒於鳴條, 東夷之人也。文王生於岐周, 卒於畢郢, 西夷之人也。)라고 기록하고 있다. 즉, 서이도 이(夷)이므로 주(周,BC 1046∼BC 771)나라의 문왕(文王)은 적어도 한족(漢族)은 아닌 것이며, 서이(西夷)는 서쪽에 있는 동이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나라는 은나라의 멸망전에는 은나라의 제후국이었고, 은나라 멸망이후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인 단(旦)은 노(魯)나라의 제후로 봉해지고, 태공망(太公望, 강태공)은 제(齊)나라의 제후로 봉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나라, 주나라, 노나라, 제나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으로 보이는 바, 그 근거는 갑골문과 금문의 창제원리와 어원에 있다.
Ⅲ. 한자의 창제자는 우리말을 쓰는 우리민족이다.
한자를 처음 만든 사람에 대하여 문헌상으로는 대개 다섯 가지 설이 전하여 온다. 복희(伏羲), 주양(朱襄), 창힐(倉頡), 저송(沮誦)과 창힐, 범(梵)과 겁로(怯廬)와 창힐 등이 그것이다. 지나인들은 대개 한자를 만든 사람은 황제(黃帝) 헌원(軒轅)(BC 2,704년경에 태어나 BC 2,697년 제왕이 되었다고 전해진다)의 사관인 창힐(蒼頡)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는 표음문자와는 달리 그 글자 수가 너무 많아서 한 두 사람이 단시일에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고, 창힐은 다만 초기 단계의 글자들을 크게 정리하였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와 같은 설의 근거 중의 하나로는 은나라(BC 1,600년경 ~ BC 1,046년경)에서 사용한 갑골문(甲骨文)에는 많은 이체(異體)가 발견되었는데, 가령 ‘人’자의 이체는 78종이나 된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후한시대 허신(許愼, A.D 30 ~ 124)은 설문해자(說文解字) 서문에서 '황제의 사관 창힐은 새,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그 무늬가 서로 다른 것을 알고 처음으로 書契(서계)를 만들었다(黃帝史官倉頡,見鳥獸蹄迒之跡,知分理之可相別異也,初造書契).'라고 기록하고 있다. 순자(筍子)의 해폐(解蔽), 여씨춘추(呂氏春秋)의 군수(君守), 한비자(韓非子)의 오두(五蠹) 등에도 창힐이 문자를 창제했다고 하여 문헌상으로는 창힐의 한자 창제설이 지배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倉頡이라는 사람은 實存(실존) 인물임이 확인되지 않은 傳說(전설)상의 인물이라는 설이 있었고 황제 훤원 및 창힐은 동이족이라는 설도 있었다.
그런데 춘하추동으로 풀이한 한자의 창제원리와 동서남북 등의 어원분석을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한자의 자형과 음은 순우리말에 정통한 국어학자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문자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본문에 기술한 秋(가을 추)의 어원만 보더라도 순우리말 "벼이삭을 추리다"를 자형으로 표현한 것이 가을 추의 갑골문 20자의 형태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따라서 위 문헌상의 기록이 맞다면 황제 훤원과 창힐은 동이족이자 우리민족이라는 얘기가 된다. 왜냐하면 한자는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만들 수 없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cf) “동이는 은나라 사람과 동족이며, 그 신화 역시 근원이 같다. 태호(복희씨를 말함), 제준(帝俊), 제곡(帝嚳), 제순(帝舜), 소호(少昊) 그리고 설(契) (상나라의 시조) 등이 같다고 하는 것은 근래의 사람들이 이미 명확히 증명하는 바다.” -고사변(古史辯, 중국의 사학자 구제강(顧頡剛, Gu Jiegang), 나근택(羅根澤, Luo Genzen), 여사면(呂思勉) 등이 편저하여 1926년 발간한 고대 역사에 관한 논문집이다)
지나에서는 동북공정과 탐원공정의 영향으로 자신들이 시황으로 끌어올린 진시황을 넘어서서 삼황오제(태호 복희, 염제 신농, 황제 훤원 등)를 자신들의 선조로 인식하고 있지만, 갑골문과 금문은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이 순우리말을 가지고 만든 우리 고유문자라는 사실이 본 책에 의해 입증됨으로써 갑골문을 사용하던 은나라와 그 이전의 역사는 물론이고 금문을 사용하던 주나라의 역사는 동이족(東夷族)의 역사이자 우리의 상고역사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Ⅳ. 한자의 명칭은 韓字로 써야 한다.
은나라(BC1,600경~BC 1,046경) 때의 문자인 갑골문 또는 갑골문자(甲骨文字, inscriptions on bones and tortoise carapaces)는 1899년에 중국 땅 안양현 소둔촌에 있는 은나라 수도였던 은허(殷墟)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명칭은 거북의 배딱지(복갑)와 소 뼈 등에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지나인들이 龜甲獸骨(구갑수골)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데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한자는 동이족의 문자라고 주장한 진태하 박사에 의하면 은나라 당시에는 갑골문을 부르는 명칭으로 쓰인 문자는 '㓞' (契'글자의 최초 자형)이었고 글자를 새기던 도구(거북의 배딱지에 새기던 도구)를 끌(鍥)로 불렀다고 한다. 이 '㓞' 글자를 풀어보면 큰 일이 있을 때 나무에 칼로 작대기를 그어서 글을 쓰거나 계약을 맺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象以刀鍥刻之形, 丰象所刻之齒, 古人用以記事. (徐中舒 : 甲骨文字典)재인용]. 위진남북조 시대부터 한자의 발음을 두 글자로 표시한 발음기호를 ‘반절운(反切韻)'이라고 하는데, 광운(廣韻)에서는 고결절(苦結切)로 되어있어 "결"이라 하고 있지만, 수나라 때 책인 절운(切韻)과 송나라 집운(集韻)에서는 契의 옛 발음이 ‘기흘절(欺訖切)’로 되어 있다. 즉 '㓞' 는 기(欺)에서 ‘ㄱ’ 을 취하고 흘(訖)에서 ㅎ을 제외한 ‘을’을 합하여 ‘글’로 발음됨을 표기하고 있다. 결국 은나라 사람들은 갑골문을 글(㓞)이라고 칭하였던 것이다. 한자의 모태가 되는 갑골문을 그 당시 사람들은 글(㓞)로 불렀고 글을 새기는 도구를 끌(鍥)이라고 하였는데, 글을 글이라고 부르고 끌을 끌이라고 부르는 민족은 이 지구상에 우리민족밖에 없다.(진태하 박사의 논문 "漢字의 淵源과 東夷族"에서 인용)
漢字라는 명칭은 원나라 역사책인 "元史( 1369~1370년)"의 兵志에서 "漢字의 책을 만들었다"고 처음 언급하기 시작한 이후로, 중국의 "중문대사전(中文大辭典, 1962년)"에서 “한자는 한족이 쓰는 문자로 몽고문자에 대칭해서 말한 것”(漢字 : 漢族人之文字也, 對蒙古文字而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에서 명명한대로 한자(漢字)라고 표기하게 되면 마치 한자는 한나라 때 한족(漢族)이 만든 문자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정작 한족이 나라를 세운 한나라 때에는 한자라는 말 자체가 없었고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저술한 후한의 허신은 이 글자를 文(춘추시대 이전) 또는 字(秦), 文字(秦)라고 하였다. 한나라 때보다 훨씬 이전인 은(殷), 주(周), 진(秦) 나라 때에는 한자의 모태가 되는 은글(갑골문), 금문, 전서체 등의 자형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 갑골문에서 발원한 글자를 모두 漢字로 명명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며 역사왜곡에 일조하는 행위라고 하겠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한자(漢字)라는 명칭과 혼용하여 쓰기도 하였지만 주로 진서(眞書)라고 불렀다고 한다.
진태하 석좌교수는 한자의 형성과정에 우리민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가(家)자는 집 안에 돼지를 키웠던 민족, 즉 한민족만이 만들 수 있는 글자이다. '날일(日)'자는 해 안에 까마귀 그림이 들어있는데 이 문자를 만든 민족은 금까마귀 신화를 가진 민족이다(예시한 사례에는 일부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날일(日)'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수만년 전부터 그러한 신화를 전하여 오는 민족은 한민족 밖에 없다. 성씨를 나타낼 때 쓰는 '성씨 씨(氏)'자는 씨앗에서 뿌리가 내리고 싹이 트는 모습에서 나왔다. 지나족이 이 문자를 만들었다면 종자를 '씨'라고 표현하는 말이 있어야 하는 데 없다. 우리말의 '씨'에는 종자와 성씨 모두에 사용된다. 따라서 '씨(氏)'자 역시 한민족만이 만들 수 있는 문자이다.」등이 그 예시이다. 그래서 ‘漢字’라는 명칭은 옳지 않으며, 고대 한민족의 글이라는 ‘고한글(古韓契)’ 혹은 ‘동방문자(東方文字)’ 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미 역사학자 이홍범 박사는 "아시아 이상주의 (Asian Millenarianism)"라는 책에서 한자를 "한중문자"(Korean Chinese characters)로 기술하여 절충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원나라 때 명명한 漢字라는 명칭이 굳어져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한자는 갑골문을 만든 당시에 부르던 이름과 나라이름을 따서 은나라의 글을 줄인 '은글(殷契)' 또는 '상글(商契)'로 명명함이 옳다고 보며, 적어도 갑골문 만큼은 그렇게 바꿔써야 한다. 오늘날 한자라는 명칭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대 한민족이 만든 글이라는 뜻의 "韓字'로 표기하고 통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며, 국제적으로는 음을 옮겨쓴 "hanja"로 표기함이 옳다고 본다. "한자는 동이족문자 주석"을 저술한 강상원 박사는 한자는 한민족의 글이므로 "韓字'로 명명하여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며, 이 때 "한"은 산스크리트어 khan(한)으로서 그 뜻은 "왕"이므로, 국제적으로는 '韓字'의 뜻을 영어로 표기한 "king's letter" 또는 "royal letter"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漢字라는 명칭은 지나의 중문대사전에서 '한족이 쓰는 문자'로 정의했듯이 간체자를 포함하여 현대 지나어를 표기하는 용어로 한정지을 수 있으며 이 경우에 영어로는 漢字의 영문표기 그대로 'a Chinese character' 로 표기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한자를 '韓字' 또는 "한자"로 명명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 ㅎ한(韓) = ⓢ khan (= king, emperor) : 산스크리트어에서는 k가 묵음이다.
<해설 : 실담어(悉曇語)는 산스크리트어 "완성된 것"을 뜻하는 싯담(siddham)을 음사한 말로서 범어(梵語)라고도 하며 일반적으로 산스크리트어(Sanskrit)로 알려져 있다.>
* 고려와 교역했던 아랍인들은 고려를 쿠리아(kuliya)로 불렀고 현대 아랍어에서도 우리나라를 여전히 kuliya로 부르고 있다. 이 kuliya는 서구에 korea로 알려지게 됨으로써 고려, 조선, 대한민국은 현재의 korea가 되었다는 견해가 통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고려는 그 이전의 상고시대부터 ⓢ Kula, ⓢ Kulaya, ⓢ Kuliya, ⓢ Guru, ⓢ Kuru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었음이 실담어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상에서 한자를 漢字가 아니라 韓字로 표기하여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았다. 이렇게 볼 때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에서 2,008년에 편찬한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과 1,996년에 완간한 한국한자어사전(韓國漢字語辭典)은 그 위상에 맞게 韓字로 표기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일 것이다.
*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은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가 1978년부터 2008년에 걸쳐 편찬 및 완성한 한자 사전으로 5만5천 자, 45만 단어를 수록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한자 사전이다. 5만3667글자의 뜻을 밝히고, 42만 269단어의 뜻과 출전을 모두 밝혔다. 자전(字典)이 아닌, 사전(辭典)으로서는 세계 최대규모이다. 전질 제16권이며 "한국한자어사전" 전 4권을 포함하여 전질 20권(53만 4000단어)으로 이루어져 있다.
* 한국한자어사전(韓國漢字語辭典) 전 4권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고유한자와 어휘 8만 4천단어를 수록하여 1996년에 완간하였다. 한국에서 만든 한국식 한자, 그리고 한국식 한자용어, 한국 인명, 지명, 제도명, 이두용어, 향찰, 구결 등 약 8만4000단어의 출전(出典)을 밝혔다. 《한국한자어사전》 전 4권은 국학의 가장 위대한 초석이라고 평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채록 대상 전적(典籍)이 150여 종, 총 3,500책에 이른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cheva 작성자 유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