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마지기봉 412m 강원 삼척
산줄기 : 낙동육백사금도항단맥
들머리 : 원덕읍 이천리 섬말마을
위 치 강원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높 이 412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삼척 쇠마지기봉(411.7m)
쇠마지기봉은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남쪽, 동해바다를 굽어보며 솟아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서는 철마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쇠마지기의 '쇠'는 가축의 소를 일컫는 말이고, '마지기'는 논밭의 넓이를 뜻하는 단위다. 아주 먼 옛날 천지가 개벽을 할 때 소의 등짝만큼 물에 잠기지 않고 봉우리가 남아 있었다고 하여 쇠마지기봉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전통문화 말살정책으로 창지개명을 하며 '쇠'를 광물인 쇠붙이 '철'로 바꾸고, '마지기'는 마(馬)'로 하여 이름을 빼앗고 정수리에는 쇠말뚝까지 박았다고 한다.
지난 4월 초 고성과 양양을 화마가 휩쓸고 간 것처럼 평화롭던 쇠마지기봉에도 느닷없는 불행이 닥쳐왔었다. 2000년 4월7일 오전 10시40분경,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에 거주하는 안모씨(여)가 편지를 태우다 강풍에 불씨가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으며 걷잡을 수 없이 대형 산불로 확산됐다. 진행 방향을 남동으로 잡은 불길은 이틀간 삼척시 근덕면을 깡그리 태우고, 9일에는 강풍이 잦아들어 불길이 잡히는 듯 했지만 불은 다시 미친듯이 날뛰었다.
쇠마지기봉을 지나 강폭이 500m나 되는 가곡천을 뛰어 넘어 울진원자력발전소를 향하여 돌진하고 있었다. 이때 바닷가에 살던 주민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피신해야 했다. 마음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또다시 12일 오전 6시경에 두타산 동쪽 미로면 미로리에서 시작한 불은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다시 동해바다의 해안을 휩쓸었다. 이외에도 2월과 4월 사이에 일어난 산불이 자그마치 300여건이나 됐다.
불이 난 후 5년 동안의 쇠마지기봉의 생태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궁금하여 산행지로 삼았다. 삼척 원덕읍 호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태백여성산아회원 3명과 삼척여성산아회원 11명을 인솔해온 이재학씨와 합류했다.
'삼척, 근덕, 원덕, 호산항'의 이정표가 있는 7번 국도를 건너 쇠마지기봉 산행들머리로 정한 송실로 들어서자 '대원사 350m(033-573-6335)' 푯말이 길을 안내한다. 고물상의 탱자나무 울타리와 두릅나무들을 보며 은성공업사를 지나 개울을 끼고 들어선다.
대원사 뒤 공터에는 눈에 띄는 돌미륵 1기가 서있다. 건너편 마을에 살던 정선원씨가 자식을 얻기 위해 돌미륵 2기를 세웠는데, 현재는 1기만 남아있다. 마을의 집들을 모두 지나 송시골로 들어선다. 완연한 봄이 오고 있다. 냉이, 쑥, 꽃다지들이 땅을 헤집고 돋아나고, 매화, 진달래도 피기 시작했다.
계곡을 10분쯤 들어선 곳에는 물을 막아 작은 저수지를 만들었다. 인동덩굴에서도 새싹이 움트고, 작은 주홍부전나비가 살랑살랑 앞장서 길을 안내한다. 날씨도 맑고 따뜻하여 봄나들이 나온 기분이다.
산불이 훑고 지나간 물가에는 산수유꽃을 닮은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발길을 잡는다.
"어머, 이것 좀 봐요!"
맑은 계곡물에는 바나나처럼 생긴 도룡뇽 알도 있고, 그 옆에는 개구리 알에서 지금 막 부화를 시작한 올챙이들이 꾸물거리고 있다. 소금쟁이도 물위를 미끄러지느라 바쁘다. 도마뱀은 꼼짝도 하지 않고 눈을 크게 뜨고 먹이 사냥에 열중하고 있다. 화마에서 용케 살아남은 녀석들이다.
늪지의 갈대밭을 지나 계류를 건너자 작은 지계곡의 합수점이다. 들머리에서 35분쯤 걸렸다. 지금까지 산행하던 송시골을 벗어나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숯검정으로 변한 소나무 잔해들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래도 생명은 있다. 신갈나무, 소나무 새순, 꽃망울을 금세 터뜨릴 것만 같은 진달래나무들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왔음을 알리는 제비꽃도 피었다. 가지런히 손질한 쌍묘를 지나자 불에 탄 묘들이 나타난다. 저 망자들은 용광로 같은 불속에서 얼마나 뜨거운 고통을 겪었을까? 부서진 바위 파편들은 그때의 열기를 말해주고 있다. 돌들은 모두 마사토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능선 마루금만 따라 서북 방향으로 간다. 검게 그을린 나무들 사이를 요리조리 비집고 된비알을 올라서자 소나무 몇 그루가 살아남은 첫번째 봉우리다. 시야를 가릴 것 없이 모두 불타 버렸다. 발아래 펼쳐지는 바다빛도 검푸르다. 처참한 경관이다. 저 아래 고라니 한마리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왼쪽 주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선다. 이곳부터는 불탄 소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리고 15cm쯤 크기의 소나무 묘목을 심어 놓았다. 그러나 벌목 할 때는 생태복원을 위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채택해야 할 것 같다. 깡그리 벌목하고 조림하는 방법도 있지만 불탄 나무들을 그대로 두고 조림할 수도 있고, 자연 그대로 방치해 둘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토양이 살아난 후 조림하는 방법도 있다.
벌목하지 않은 곳은 비가 올 때 빗물이 토양에 직접 떨어지지 않고 나무에 차단되는 관계로 토양유실이 현저히 적어 초본, 목본이 자라나고 있었다. 어떻게 복원하는 것이 생태보원의 최상인지 알 수 없겠으나 확실한 것은 벌목한 나무들이 비가 오면 계곡으로 유실되어 댐을 만들었다가 갑자기 산사태가 나며 마을을 덮쳐 수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벌거숭이 산에 나무 그늘이 없으니 일행들은 자외선에 피부를 보호하느라 대부분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여 특수부대 요원들처럼 보인다. 노경리 가부촌에서 올라온 임도가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삿갓봉을 지나면서부터는 능선 위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베어 그냥 방치해 놓았다. 소나무 시체들을 타 넘으며 가자니 보행이 느려졌다.
"웬 송이 움막?"
왼쪽 계곡에는 화마를 용케 피한 소나무 군락지대가 살아 있어서 송이 움막이 있는 것이다.
서서히 경사를 높여가는 능선은 더더욱 소나무 시체들이 길을 막는다. 땀을 흘리며 급경사에 올라서자 불탄 넓은 공터에 묘 1기가 있다. 노송 몇 그루가 살아있는 서쪽 끝, 바위가 있는 곳에 쇠마지기봉 삼각점(304, 복구, 건설부, 73.11)이 있는 정상이다, 동해바다가 조망되지만 까까머리가 되어버린 산봉우리들만 보일 뿐이다.
이천리의 수터, 봉촌, 도창 마을들이 평화로운 그림처럼 내려다보인다. 정상의 묘 옆에서 봄볕을 받으며 중식을 하고 서쪽 능선을 따라 약물골 안부로 하산한다.
약물골 안부까지 5분이면 족할 것을 불탄나무, 싸리나무, 산딸기나무들이 엉켜 있어 뚫고 나가느라 10여분이나 걸렸다. 넓은 안부에서 약물골로 하산하는 입구는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땅이 움푹 들어간 지형으로 보아 옛날에는 사람이 많이 왕래한 옛길인 것 같다. 입구를 찾아 내려가자 경사도를 없애느라 구불구불 길을 만들었다. 두릅나무가 유난히 많이 서식하는 약물골에는 노루귀, 제비꽃, 산괴불주머니, 올괴불나무, 생강나무들이 꽃을 피워 봄 잔치를 열고 있다. 약 30분 후에 계곡의 물을 마시던 고라니가 자리를 양보한다. 약물골을 빠져나오자 살구나무 고목이 반기는 봉촌(도촌)이다.
*산행길잡이
송시골-(1시간50분)-삿갓봉-(30분)-쇠마지기봉-(10분)-약물골 안부-(50분)-봉촌
호산리 송실의 송시골을 따라 약 30분 오르면 늪지를 지나 물을 건넌다. 이곳에서 곧바로 오른쪽 지능선으로 5분쯤 오르면 주능선에 닿는다. 이후부터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가면 정상이다.
시야가 막힘없어 독도에 조금만 신경쓰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사방이 화마에 검게 그을려 있는 관계로 흰옷은 금물이다. 산행거리는 약 6km, 운행시간은 역 3시간20분쯤 걸린다.
*교통
호산버스정류장(033-572-6412)에서 이천3리 수터 마을까지 버스가 하루 4회(08:20, 11:30, 13:30, 18:00) 왕복한다. 요금 950원.
호산버스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가 태백, 강릉, 울진, 포항, 부산, 대구 방향에서 있다. 호산에서 대구행은 16회(07:00~18:20), 부산행은 7회(08:40~17:00), 포항행은 3회(09:48~18:50), 울진행은 6회(10:14~20:40), 삼척, 동해, 강릉행은 수시로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호산리에 현대여관(572-6115), 호산비취호텔(571-0001~3), 바닷가 노실 마을의 깐느민박(572-4810)에서 차와 식사가 된다. 산호식당(572-6051?), 오성식당(573-8505), 중앙식당(572-6051?).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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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