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산업이 만성적인 재고 누적과 소비부진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원책과 근본적인 인삼산업 활성화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 소비처인 인삼축제가 취소되면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로 인삼을 판매하는 모습. 위기의 인삼산업 … 탈출구는 없나 (하) 인삼산업 위기를 기회로 정부가 물량 비축해야 숨통 수매자금 이자 면제 등 촉구 생산·유통·판매 모두 깜깜이 이력추적시스템 구축도 시급 젊은층 접근성 높이기 위해 다양한 요리·가공식품 만들고 학교·군 급식에 정기적 공급을 국제 인증 받을 제품 개발해 해외시장 입지 공고히 다져야 인삼산업이 만성적인 재고 누적과 소비부진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당장의 위기를 타개할 대책과 함께 근본적인 인삼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시적 수매·비축 등 정부 지원 절실=올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인삼업계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2조원 규모의 인삼제품 재고가 쌓여 있는 데다 수삼 등 원료삼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올해 수확량을 감당할 재간이 없어서다.
인삼농협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찍이 정부 수매·비축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기호식품인 인삼이 수급조절 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수매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삼업계는 인삼을 당장 수급조절 품목에 넣기 어렵다면 한시적인 수매·비축을 통한 시장격리 등 정부가 현실적인 타협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인성 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장(전북인삼농협 조합장)은 “인삼제품 재고가 극에 달한 데다 올해 수매량을 판매하는 데 최소 3∼5년이 걸려 인삼농협도 한계를 느낀다”며 “농가들이 출하를 미룰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올해와 내년 물량이라도 일시적으로 수매·비축해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삼계열화사업 수매자금 이자 면제 등 지원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인삼농협 관계자는 “인삼 소비가 막히면서 수매자금의 이자 메우기도 버겁다”며 “인삼 수매자금의 고정금리(2.5%)와 변동금리(1.66%)가 다른 품목보다 높아 부담이 큰 만큼, 이자를 면제하거나 금리를 인하해줘야 한다는 원성이 자자하다”고 전했다.
◆경작신고 의무화…생산·유통 이력제 도입해야=지금의 위기를 중장기적인 인삼산업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경작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로선 농민이 인삼을 얼마나 심었는지 신고할 의무가 없다보니 수급조절 등에 나서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미신고 재배면적은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작신고 의무화로 미신고 면적을 포함해 전체 생산 통계치를 확보하면 다년생 식물인 인삼의 생산계획을 세우고 생산 예측에 맞춘 각종 정책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작신고를 의무화하려면 ‘인삼산업법’을 개정하거나 의무자조금단체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경작신고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나아가 생산·유통 등 이력추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른 품목과 다르게 생산·유통·판매가 모두 깜깜이인 인삼업계의 폐쇄성을 개선하기 위해 생산·가공·유통·판매 이력추적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생산이력으로는 인삼경작자·재배방법·수확일시·출하시기 등을, 유통이력으로는 구매처와 운송·저장 업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장은 “경작신고제를 시행하면 매년 공급량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어 엇나간 수급 예측으로 인삼 가격이 널뛰는 사태가 줄어들 것”이라며 “생산·유통 이력제는 인삼 안전성 등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소비 확대 기틀 마련해야=고령화한 소비층과 나날이 다양해지는 건강기능식품 등은 국내 인삼 소비 진작의 한계점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제품 개발·홍보·판매전략 강화 등이 강조돼 왔지만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 인삼에 대한 젊은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상묵 충남 백제금산인삼농협 조합장은 “인삼 또는 인삼 가공식품을 학교나 군 급식에 정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 학생·장병들의 건강 증진뿐 아니라 미래 소비자 발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영양사들이 급식용 인삼요리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젊은층의 선호도를 반영한 다양한 인삼 레시피나 가공제품을 연구·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입지를 다지기 위해 국제적으로 인증받을 수 있는 제품의 연구·개발·홍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병옥 고려인삼포럼 회장(세명대학교 바이오제약산업학부 교수)은 “인삼 수출업체가 해외 바이어와 상담할 때 인삼 효능에 관한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형 표준인삼제품의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확보하고, 주요 수출국에 한류를 이용해 한국 인삼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 발굴 등 수출 확대를 위한 다각적 전략 추진도 요구된다. 농협경제지주와 인삼농협 10곳이 올 2월 인삼 수출창구를 단일화하고 시장교섭력 강화, 바이어 발굴·육성 등의 협력에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최근에는 중국 온라인몰 ‘티몰’에 인삼농협 5곳의 홍삼제품을 공급하는 등 온라인 수출시장 개척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는 “이번 중국 온라인시장 진출처럼 우리 인삼의 해외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