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평평하게 인쇄된 신용카드가 늘어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신용카드의 숫자와 유효기간, 이름은
오돌토돌하게 돌출되어 인쇄되어 있는게 당연했었다.
이 돌출된 활자의 용도는 고대시절 카드 사용을 위해
어쩔수 없었다는 것 정도는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확히 어떤식으로 사용했었고, 결재가 이뤄졌는지는
대부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사실 꼭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제대로 알고나면 뜻하지 않은 사실 또한 이해하게 된다.
옛날 카드를 사용하던 업소에서는 반드시
'압인기'라고 불리는 기계를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압인(壓印), 즉 압력(壓)으로 도장(印)을 찍는단 의미로
멀지 않은 과거에도 신용카드 결제기가 없는 곳에서
간이도 카드결제를 해야하는 상황이 닥치게 되면
카드와 전표를 겹쳐놓고 연필이나 볼펜 등으로
살살살 긁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것이다.
압인기는 그 작업을 빠르고 간단하게 해주는 기계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신용카드를 받아 전표와 겹쳐 압인기에 올려놓고
압인기 손잡이를 힘주어 누르면 "쿵딱"하는 소리와 함게
순식간에 카드 겉면의 돌출 글자가 전표에 찍히게 된다.
카드 돌출글자가 찍힌 전표에 결제금액을 기입하고
카드 사용자가 서명을 날인한다.
전표는 먹지를 중간에 끼고 두장으로 되어있어
한 장은 업소가 보유하고 한 장은 카드 사용자가 가진다.
겹쳐있는 전표를 떼어내 한장만 가져가던건
경험해본 사람이 비교적 많은 것이다.
다만 통신선으로 연결된 전자식 카드 결제기에서
순식간에 카드 정보와 결재금액 등이 인쇄되어 나왔고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면 업소 측이 보관하는 카드 전표는
간단하게 매출을 계산하거나 정산하는 정도 외에는
쓸모가 없어 그저 쓰레기였을 뿐인 기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시절에는 업소 측에서 전표를 보관하고 있다가
주기적으로 카드회사에 전표를 모아서 주고,
(카드회사에서 전표 걷으러 다니는 직원이 있었다)
카드회사에서 업소에 결제금액을 입금하는 방식이었기에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는 매우 소중한 것들이었다.
그러면 도난카드를 쓰는건 어떻게 잡아내냐고?
당연히 카드회사에 전표가 전달되기 전엔 잡을 수 없었고
그래서 부족하나마 카드 소유자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 뒷면에 '서명란'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업소 측에서는 신용카드 결제를 받으면서
카드 뒷면 서명란에 그려져있는 서명을
전표에 기입하는 서명과 매의 눈으로 비교해야 했다.
물론 대부분 그냥 압인기 찍고 바로 카드 줘버리고
서명하는걸 일일히 지켜보며 대조하는 업주는 없었기에
이 시절에는 도난카드 사용사고가 빈번하게 있었다.
그래서 통신선으로 연결된 카드 결제기가 개발된 것이고...
반갑긴한데, 뜬금없이 케빈이 왜 나오냐고?
사실 고대의 저 신용카드 사용방식은
'나홀로 집에 2' 스토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극중 케빈은 아버지의 신용카드를 호텔에서 사용하는데
이때는 이미 케빈의 부모님이 경찰을 찾아가
저 신용카드를 도난신고한 상태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처럼 통신선에 연결된 카드 결제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회가 되는 방식이었다면
케빈은 체크인도 못 하고, 바로 경찰이 알았을것이다.
물론 도난여부를 아예 알 수 없는건 아니었는데
호텔 컨시어지가 케빈이 사용한 카드전표를 찾아서
별도의 단말기를 통해 도난카드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
저 단말기를 통해 도난카드임이 확인되고
컨시어지는 도망치는 케빈을 쫓아 룸으로 들어갔다가
전설의 "I Love You" 장면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