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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replenish’에 대하여
영어 킹제임스 성경이 좋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 성경을 보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민중서관, 동아 출판사 등에서 나온 영한사전을 뒤적여 그 뜻을 찾고 그 구절을 해석합니다. 이렇게 해도 대개 큰 문제는 없지만 성경의 중요 단어들의 경우에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가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중서관의 ?에센스 사전?이나 한글 워드프로세서에 있는 영한사전에 가서 ‘replenish’의 뜻을 찾으면 첫 번째 뜻이 ‘채우다’이고 두 번째 뜻이 ‘다시 채우다’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다닐 때 ‘re’는 ‘다시’라고 배웠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번째 뜻을 무시하고 두 번째 뜻이 맞겠거니 하며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도 하지 않고 ‘replenish’는 ‘다시 채우다’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이런 사람들과 말씀보존학회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저희가 출간한 킹제임스 흠정역 성경 창세기 1장 28절을 대하면 거기에 ‘다시’라는 말이 없으므로 역자들이 큰 실수를 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다시’를 넣은 한글 킹제임스 성경은 참으로 바른 번역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킹제임스 성경 독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20세기 영어 사전을 가지고 17세기 영어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loaf’하면 우리는 ‘덩어리’하고 생각하지만 17세기의 용례는 ‘loaf’가 그냥 빵입니다. 또한 ‘wheat’은 ‘밀가루’ 혹은 ‘밀’이라고 생각하지만 17세기에는 이 단어의 일차적 용례가 ‘알곡’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 3장 12절의 경우 ‘자신의 알곡(his wheat)은 모아 곳간에 들이시되’로 해야 맞으며 ‘자신의 밀은 모아…’로 하면 오역이 됩니다. 필자 역시 예전에 이런 실수를 많이 범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독자의 질문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7세기 영어 단어의 용례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볼 수 있습니까?” 그 대답은 영어 사전 중 가장 방대하고 단어의 어근과 기원을 자세히 보여 주며 시대별로 영어 단어의 변천을 잘 보여 주는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을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 사전은 어떤 특정한 신학/사상에 물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뜻을 적어 놓았으므로 가장 객관적으로 영어 단어의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의 근원과 변천 과정, 시대별 용례를 파악하지 않고 20세기 영어 사전으로 17세기 초에 기록된 킹제임스 성경을 볼 경우 특별한 구절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큽니다.
그러면 ?옥스퍼드 사전?은 ‘replenish’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옥스퍼드 사전의 ‘replenish’ 용례
I. 상태나 조건을 나타내는 용례 : In pa. pple., denoting a condition or state.
1. 물건이나 짐승이 충만히 차 있다 : Fully or abundantly stocked with things or animals(용례가 1340년부터 나옴)
2. 가득 차 있다 : Filled, fully imbued, pervaded or possessed, with some quality or condition. Obs.(용례가 1374년부터 나옴)
3. 물질적으로 사물, 사람 등이 가득 차 있다 : Physically or materially filled with some thing or things, people, etc.(용례가 1490년부터 나옴)
4. 충만한 : Full, made full, of something. Obs.(용례가 1400년부터 나옴)
II. 보통 타동사로 쓰이는 용례 : In ordinary transitive uses.
5. 가득 채우다 : To make full of, to fill, to stock or store abundantly with, persons or animals. = fill v. 5.(용례가 1386년부터 나옴)
6. 차지하다 : To occupy (a place) as inhabitants or settlers, to inhabit; to people. Obs.(용례가 1400년부터 나옴)
7. 음식 등으로 채우다 : To fill with food; to satisfy, satiate. Also transf. and fig. Obs.(용례가 1450년부터 나옴)
8. 무엇인가로 채우다 : To fill (a place or space) with something. = fill v. 1. Obs.(용례가 1477년부터 나옴)
9. 다시 채우다 : To fill up again; to restore to the former amount or condition.(용례가 1612년부터 나옴)
요약 : ?옥스퍼드 사전?은 두 가지 용례로 ‘replenish’를 설명하면서 각 용례에 대해 처음으로 문헌에 이 단어가 나타난 연도를 보여 줍니다. 어느 사전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사전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뜻이 그 단어의 근본 어의입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분명하게 ‘replenish’의 근본 어의가 ‘채우다’임을 보여 주며 그 뜻을 가진 많은 용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용례는 많아서 생략했고 처음 나오는 연도만 발췌했음). 맨 마지막 뜻으로 ‘다시 채우다’가 있지만 이것이 나타나는 것은 킹제임스 성경이 출간된 1611년 이후이고 그 용례도 극히 적습니다.
그러면 ?옥스퍼드 사전?만 그런가, 아니면 18-19세기의 다른 사전도 그런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1차적 참고자료인 ?옥스퍼드 사전? 다음으로 참고할 가치가 있는 사전은 미국 영어 사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웹스터 사전?입니다. 웹스터는 매우 독실한 신자였으며 그가 1828년에 출간한 영어사전 초판은 미국 영어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1611년에 킹제임스 성경이 출간된 이후로 200년 동안 영어가 정착되면서 과연 웹스터 시대의 사람들은 ‘replenish’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웹스터 사전? 초판(1828년 출간)은 특히 단어의 뜻을 설명하면서 그 뜻에 해당하는 킹제임스 성경 구절을 주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참으로 매우 유용합니다.
1828년 웹스터 사전 초판의 ‘replenish’ 용례
A. 타동사 : REPLENISH, v.t. [L. re and plenus, full.]
1. 채우다 : To fill; to stock with numbers or abundance. The magazines are replenished with corn. The springs are replenished with water.
용례 : 창세기 1장 28절 : Multiply and replenish the earth. Gen. 1.
2. 끝내다 (더 이상 사용 안 함): To finish; to complete. [Not in use.]
B. 자동사 REPLENISH, v.i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다). To recover former fullness.
요약 : ?웹스터 사전?(초판)은 ‘replenish’가 창세기 1장 28절에 있는 것처럼 타동사로 쓰일 때 그 뜻이 ‘채우다’임을 분명히 보여 주며 더욱이 ‘채우다’는 뜻을 가진 이 단어의 용례를 설명하기 위해 창세기 1장 28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사로는 ‘이전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 있지만 창세기 1장 28절은 타동사이므로 그 뜻을 취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한 단어에 대한 사전의 정의가 항상 변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기존에 쓰던 것과 다른 의미로 한 단어를 많이 쓰기 시작하면 사전은 당연히 그 세대 사람들이 그 단어로 의미하는 바를 나타내려고 새로운 뜻을 사전에 담기 시작합니다. ‘replenish’ 역시 이런 변천 과정을 겪었습니다. 다음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replenish’의 뜻을 보여 주자 ‘간극 이론’을 추종하는 한 분이 ‘1913년도에 나온 웹스터 사전’을 제게 보여 주면서 거기의 첫 번째 뜻이 ‘다시 채우다’(1. To fill again after having been diminished or emptied; to stock anew; hence, to fill completely; to cause to abound.)로 되어 있다고 하면서 아주 기뻐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1828년에 나온 ?웹스터 사전? 초판과 ?옥스퍼드 사전?의 용례를 보여 주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1913년도 경에는 ‘replenish’라는 단어가 ‘다시 채우다’의 뜻으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크리스천들이 진화론과 맞서기 위해 창세기 1장 28절의 ‘replenish’를 ‘다시 채우다’로 해석하기 시작했고 사회가 그와 같은 의미를 수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채우다’와 ‘다시 채우다’가 둘 다 쓰이고 있으며 우리의 영한사전들 역시 ‘채우다’를 먼저 놓고 그 뒤에 ‘다시 채우다’의 의미를 놓고 있습니다.
그러면 영어 사전을 통해 얻은 결론은 무엇입니까? 킹제임스 성경이 출간된 1611년경에는 ‘replenish’가 ‘다시 채우다’로는 쓰이지 않았으며 유일하게 ‘채우다’로만 쓰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어 사전의 용례만 이것을 뒷받침할까요? 아닙니다. 성경은 그 안에 ‘내장 사전’(a built-in dictionary)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같은 문맥에서 쓰인 단어들을 조사하여 비교해 보면 한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게일 리플링거가 지은 ?킹제임스 성경의 언어?(The Language of the KJB)라는 책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창세기 1장 22절과 28절을 비교해 봅시다.
하나님께서 그것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다산하고 번성하여 바다의 물들을 채우고 날짐승은 땅에서 번성하라, 하시니라(창1:22).
And God blessed them, saying,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fill the waters in the seas, and let fowl multiply in the earth.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다산하고 번성하여 땅을 채우라. 땅을 정복하라(창1:28).
And God blessed them, and God said unto them,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replenish the earth, and subdue it:
이 두 구절은 같은 문맥에서 “Be fruitful, and multiply, and fill(or replenish)…”라는 동일한 구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22절은 ‘fill’이니까 창조이고 28절은 ‘replenish’이니까 재창조라고 말할 근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똑 같은 문맥이며 심지어 히브리어도 두 구절이 동일합니다. 이 같은 성경의 ‘내장 사전’을 통해서도 우리는 28절의 ‘replenish’가 22절의 ‘fill’과 같음을 성경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킹제임스 성경만이 주는 ‘내장 사전’(Built-in dictionary) 기능입니다.
그러므로 ‘replenish’라는 단어는 영어 사전의 용례로 보나 성경 ‘내장 사전 기능’에 의한 용례로 보나 그 뜻이 ‘채우다’입니다. 창세기 1장 28절은 ‘다산하고 번성하여 땅을 충만히 채우라’는 뜻이며 뒷부분을 개역성경처럼 ‘땅에 충만하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이브에게 땅에서 번성하고 또 땅에 충만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 뒤 노아의 홍수 이후에도 주님께서는 역시 창세기 9장 1절에서 똑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셔서 “다산하고 번성하여 땅을 채우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영어가 1611년 것이면 중세 영어쯤인데 현대 영어 사전으로 그 의미를 찾으려 하면 안되리라 봅니다.
영어처럼 급속한 의미변화로 인하여 매년 Webster 사전에 새 어휘들, 변화된 의미가 실려서 증판되는 것을 보면 영어라 할지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것입니다.
헬라어도 사어 헬라어 이므로 Walter Bauer's Lexicon이 원어 연구하는 분들에게는 필수 사전입니다.
창세기 1:2을 기존 6일 창조(6천년 우주역사설)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 아닐까 합니다.
replenish를 다시 채우다가 아니라고 힘써 부정한다 해서 그 의문을 풀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창조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계속 의문시 ( 꼭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은 없었어도 ) 되다가
근래 들어 재 창조가 아니다 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데
뭔가 큼직하고 더 확실해 보이는 자료 가 하나 더 얹어지네요
하나님께 감사하고
수고에 감사드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재창조는 진화론이 탄생한 배경에서 생겨난 이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니님께서 지구를 재창조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참고로 요즘 극심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천지 이만희측에서도 재창조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