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그럼 뭐 힘들어요? 칫!’
‘그래, 나는 힘들다.’
그렇습니다. 십대 때에 힘든 것이 있겠습니까? 뭐든 하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때입니다. 까짓것 못할 게 뭐 있어, 하면 되는 거지. 그 때는 그렇게 여기고 살아갑니다. 안 되면 다 때려치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 그런데 아빠의 세대는 다릅니다. 정말 힘듭니다.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여기저기 굽신대기도 하고 자존심 팍 죽여가면서 해고당하지 않도록 애씁니다.
정작 폭력을 날린 학생은 따로 있었지만 나서기로 하였습니다. 더 이상 아빠가 나이도 어린 상사에게 무릎까지 끓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나 하나 그만두면 끝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내가 했어요. 뭐 어때서요?’ 쏘아붙이고 교무실을 뛰쳐나왔습니다. 당장 짐 싸들고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어쩌면 학교에 그냥 머물러봐야 희망이 없다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다지 인기도 없는 듯하고, 그러니 내 좋아하는 춤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자 생각하였습니다. 내 자리 잡으면 너도 불러줄게, 친구에게 다짐하고 버스에 오릅니다. 과연 그 때가 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 부딪치기 전의 용기입니다.
사실 서울에 올라와 고시원 생활을 하며 친구 소개로 엔터테인먼트 회사 견습생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나니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오디션도 치러가며 열심히 나름 노력합니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들이 많습니다. 하기야 회사가 여기뿐이겠습니까? 그야말로 정글이지요. 그 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이겨내야 합니다. 그냥 춤이 좋아서 하는 것과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일단 좋아야 뛰어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재능도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끊임없는 노력과 실력의 향상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들의 화려한 모습 뒤에 서려있는 고충을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경기에는 선수들의 실력 외에 작용하는 요소들이 있다는 말, 공감합니다. 그래서 특히 응원이 중요하게 떠오릅니다. 팀의 소속 지역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타 지역으로 이동하여 하는 것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그 분위기가 달라지고 응원 모습이 달라집니다. 그것은 자연히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아무리 실력이 남달라도 그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이 달려있습니다. 말 그대로 신나게 경기하는 것과 마음이 움츠러져서 하는 것과는 나타나는 결과가 다르기 쉽습니다. 그래서 감독도 코치도 선수들의 감정선을 다독여주는 역할까지 하는 것입니다. 출중한 실력에 사기충천하여 있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저그런 팀이었습니다. 감독도 그런 태도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기고 지는 일에 크게 좌우되지 않습니다. 교장선생님도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극을 줍니다. 선수들의 실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하도록 허락헤주십시오. 끈질긴 설득으로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얻습니다. 그리고 단원을 모집합니다. 서울에서 전학 온 치어리더 ‘세현’과 합작하여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어 시작합니다. 단원 9명, 부족한 듯하지만 좋아하는 춤실력을 맘껏 발산하며 연습합니다. 고등학교에도 치어리더가 있다고? 처음에는 의아한 표정들이었지만 볼수록 괜찮습니다. 실수도 실패도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자라는 것이지요.
리더 격인 ‘필선’이가 학교를 떠나고 나서는 해체됩니다.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했던 그 동아리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습니다. 그렇지요. 자기들끼리 나누었던 연대감과 그 좋아는 춤으로 발산하는 열정, 어디에서도 누려보지 못하는 그들만의 끼의 향연입니다. 그들의 부모는 그곳에 있는 조선소에서 일하거나 조그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종종 겪는 일상들이 이어지고 아픔도 슬픔도 나눕니다. 그런 속에서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 바로 연대감 아니겠습니까?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삶의 활력소입니다. 서로 힘이 되어주고 아무리 어렵고 슬퍼도 이겨내고 전진할 수 있는 동기도 부여해줍니다. 그래서 더욱 그리워집니다.
여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는 아직 때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필선이 다시 결심하고 짐을 싸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교장선생님도 그 때 필선이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퇴학처분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그 고마움을 보답하고도 싶습니다. 동아리 동료들을 다시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자리에 돌아옵니다. 다시 쌓았던 열정을 쏟아내며 연습합니다. 그 힘을 받았는지 학교 축구팀도 일취월장합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의 그 열정에 힘입어 삶의 현장에서 용기를 냅니다. 좋은 분위기가 전파됩니다. 학교 전체가 축제가 되고 모두의 즐거움이 됩니다. 영화 ‘빅토리’(Victory)를 보았습니다. 그냥 신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날되세요
운영자 님도.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