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많이 변했고 네달이나 지났어. 이젠 완전히 잊혀졌을거야."
카리스는 마법으로 세워진 도시다. 도시 자체가 공간의 변형을 통한 도시이다. 그러니까 약간의 마나만 움직여주면 가까운 곳으로의 공간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목적으로 마나를 특정한 지정에 영구히 고정시킨 곳이 따로 만들어져있다.
레나는 아직 궁성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니스의 생각은 달랐다.
나라의 군사가 사라진 것은 커다란 일이였지만 야후들과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아스카라의 상태로서는 빨리 잊혀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아이니스의 상태는 네달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계속해서 지켜본 나라면 모를까 보통의 인간이라면 달라진 그를 전혀 알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레나에게 약간의 안부를 더 전하고 케이와 다른 인간들과 통로로 갔다.
그가 가고 레나는 밭을 가꿨다.
잔잔하다.
카리스 외곽부분에 있는 레나의 밭.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그것에 대한 카리스의 배려이다.
합환채. 그것이 유난히 아끼는 꽃이다. 둥글게 생긴 초록색 빛깔. 식물중에서 활동량이 많은편이라서 한낮이되면 잎을 갸웃갸웃 거린다. 마치 어린아이가 모르는 것이 있다는 듯한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제지하는 검은색 발.
발...
저건...
그것은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것의 마음 잔잔하다.
하이야후다.
동공에 이상없다. 억지로 침착하려는게 아니다. 마음을 앞서 본능이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다.
야후계의 우두머리. 어떠한 종류의 통제도 안된다는 야만족들을 유일하게 이끌 수 있는 존재.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앞장서서 전장을 탐색하고 휘젓는 인간계의 악마. 수만의 야후들 중에서도 극히 드문존재. 야후왕...
그런 그를 그것은 말 그대로 허공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난 야후왕 크리저리드다."
"그런 것 같네? 듣던대로 생겼네. 까맣고... 크고..."
"....."
"응? 왜 가만히 있어? 뭔가 목적이 있어서 내 앞에 나타난거 아니야?"
인간? 근데 어째서 저렇게 당당하지? 크리저리드는 잠시 아무말도 안하고 쳐다 보았다. 하이야후같은 몬스터는 내 능력으로도 감정을 파악할수가 없다.
"....."
그가 검을 들었다.
"검? 아. 그게 야후들의 검이구나. 넌 보통 야후들하고 다른 검을 들고있을줄 알았는데 아니네? 그런데... 나 좋은거 알고 있는데."
메말라 있다. 둘다 감정이 없다. 겉모습조차 역시 무표정이다.
"....."
그가 검을 내려놓았다.
"착하네. 어때 나와 거래하지 않을래?"
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그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뭐 때문에 그래야하지?"
"후후. 내가 카리스안의 마법통로를 가르켜주지. 너도 알고있지? 그곳으로 가면 궁성은 안에서부터 무너져. 너희 야후들의 아스카라정복. 이걸로서 완성이지? 후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낫다. 그것은 알고있는가. 그런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흐음..."
야후 왕. 인간계에서는 상위급 생물. 역시 감정 읽을 수 없다. 고민하는 듯하다.
"흐음... 대가는?"
"당신과의 사랑."
레나? 인간? 인간! 저 생물은 인간이다. 인간이 야후에게 호감을 가진다? 약탈만을 위해서 태어난.. 그것도 잔혹함의 왕자. 야후왕에게?
"뭐라고?"
크리저리드는 당황했다. 야후왕이 당혹감이란 것을 느꼈다.
레나가 다시 한번 말했다.
"당신과의 사랑."
"인간 여성인 네가?"
"그 반문은 거래 거부란 뜻이야?"
"아니다. 성립됐다. 카리스의 위치와 시간을 가르켜줘. 그렇다면 너를 내 아내로 맞겠다."
숨이 막혔다. 당연하겠지만 레나라는 년은 야후라는 족속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것은 야후에게 자세히 이야기를 했다.
카리스의 공간,시간대,결계가 약한곳,비밀통로...
더 이상은 카리스가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카리스는 세상의 균형이 깨지기위한 첫단추가 될 것이다.
비명이 들려왔다.
카리스.. 내가 얼마동안이나 멍하니 있었지?
야후들이 쳐들어 갔다.
카리스의 결계는 하이야후의 검앞에 서서히 무너졌다.
크리저리드는 결계만을 해치우고 사라졌다. 그 다음은 야후떼의 무자비한 살육이였다.
아이니스는 별다른 반항도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지는 그의 눈에는 레나의 웃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 눈웃음짓는 레나. 그런 아름다운 그것에게 아이니스의 복부를 관통한 그 검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의 시야를 없앴다.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고 야후들은 레나를 유린하듯 천천히 잘라내었다.
"꺄아아!!! 그만둬! 무슨짓들이야! 난 네놈들의 왕. 하이야후 크리져리드의 부인이라고!!"
그것의 왼팔이 사라졌다.
그것은 계속해서 소리쳤다. 자신의 생존의 정당성에 대해. 그렇게 사라져갔다.
난 그것이 크리저리드에게 거래를 제안했을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야후라는 종족에게 협상이란 없다.
그들은 사랑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암컷이란 없다.
숨이 막혀왔다.
내가 그들을 그렇게 설정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