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등 밀수와 밀입국 단속 주무 기관인 해양경찰청이 도감청 방어 대비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돼 개선이 어려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선 위주로만 철벽 보안이 이뤄지고 나머지 고위급에 대한 대비가 미비했던 대통령실은 예산 확보를 통해 상당한 개선 조치에 나섰다.
18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해경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도감청 장비 증설 예산 4억9700만원이 정부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해경은 2024년 예산을 포함해 2025년 4억9600만원, 2026년 5억3400만원, 2027년 5억6600만원 등 도감청 방어 대비에 필요한 예산을 20억9300만원으로 추계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세계일보 보도 이후 정부 기관에 메일을 보내 ‘도청 관련 설치 내역 및 예산 현황’을 제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밀수·밀입국을 단속하는 해경 업무가 국가안보와 직결돼 상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에도 내년도 관련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주문한 국방과 법 집행 등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기조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해경은 지난 7월 공지를 내고 “해경은 상시 도청탐지 장비 총 50대를 설치 및 운용하고 있으며 밀입국, 밀수 등 민감정보 취급 부서에 도감청 탐지장비 확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경은 세계일보에 “민감정보에 대한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예산 확정까지 남은 절차인) 국회에 예산 증액을 요청하거나, 내년에도 재정 당국과 협의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경과 달리 경찰은 주요 직위자들에 대해 전부 상시 방어를 하고 있다.
청와대 시절부터 대통령 동선 위주로 철저한 방어를 해 왔던 대통령실은 현재 상당한 보완 조치에 나섰다. 그간 도감청 상시 장비가 전무했던 감사원, 통일부 등도 내년도 관련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