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잔잔하게 멈춰 있는 물을 거울로 삼는다. 잔잔하게 멈춰 있을 수 있어야 다른 사물들도 멈춰 있게 할 수 있는 법이지. 땅에서 생명을 받고 있는 것 가운데 오직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올곧게 겨울이고 여름이고 푸를 수 있다네. 마찬가지로 하늘로부터 생명을 받고 있는 것 중에는 오직 순임금만이 홀로 올곧게 만물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어 다행히도 올바른 마음으로 뭇사람들의 삶을 바르게 잡아 줄 수 있었던 것이라네. 무릇, 본래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으면, 세상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며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일세. 용사가 혼자서 용감하게 많은 군사들 속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 이것은 단지 용감하다는 명성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일 뿐이라네. 그럴진대. 하물며 천지를 뜻대로 주관하고 만물을 감싸며, 육체를 잠시 머물다 가는 객사로 여기고, 귀와 눈을 가상으로 알며, 천부의 지혜로 인식되는 세계 모두를 밝게 비춰 볼 수 있고, 정신적으로 죽음을 초월해 있는 사람이야 어떻겠느냐! 그분은 날을 택하여 속세와 먼 고원한 세계로 오르려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것일 게다.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위나라에 애태타라고 못생긴 사람이 있는데, 남자건 여자건 그를 따르려는 이가 수십명이 넘었다 하오. 그러나 그가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언제나 남들과 화합할 따름이라는 구려. 그는 사람의 죽음을 구해줄 만한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의 배를 채워 줄 만한 재산을 모아 둔 것도 아니라 하오. 게다가 못생기긴 엄청나고, 남에게 동조만 할 뿐, 스스로의 주장을 내세우지도 않고, 사방에 그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오. 그런데도 그에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건 남다른 바가 있어서 일 것이오. 내가 직접 그를 불러 보니 정말 못생겼더군요. 그러나 그와 더불어 한 달도 못되어 나는 그의 사람됨에 이끌리었고, 1 년도 되지 않아 그를 믿게 되었소. 그때 나라 안에 재상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어 그에게 부탁하였던 바 그는 못내 응낙하였으나, 못내 사양하는 듯한 태도였소. 나는 머쓱하긴 했으나 결국 그에게 나라 일을 일임하였소. 그러나 그는 얼마 후 내게서 떠나가 버렸는데 어째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한 게 뭔가를 잃어버린 듯 하였다오. 그것은 마치 이 나라를 다스리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진 것 같아소.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런 것일까요?"
공자가 말했다.
"그는 필경 그 재능이 온전하면서도 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재능이 온전하다함은 삶과 죽음, 빈궁과 영달, 현명함과 어리석음, 영욕, 굶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이런 것들은 사물의 변화이며 운명의 흐름입니다. 낮과 밤이 갈마들 듯,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순환들의 본말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그것들이 본성의 평화로움을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고, 영혼에까지 침투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이 잘 조화되어 있으면 즐거운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며, 밤낮으로 변화가 끼어 들 틈이 없게 되어 만물과 더불어 어울릴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만물과 접하여 화기가 마음에 생긴다고 하는 것이며, 이것을 일러 재능이 온전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일러 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는 게요?"
"수평이란 물이 잔잔하게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그것을 우리의 행위를 가늠하는 준칙으로 삼을 수 있으면, 우리들 마음속에 내재하는 지극한 평형 상태가 외부에 의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덕이란 곧 사물과 조화를 이루는 수양을 말합니다. 이러한 덕은 형적을 남기지 않기에 만물과 조화되어 그것으로부터 떠날 수 없게 됩니다."
혜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사람에게는 본래부터 정이 없는 겐가?"
"그렇다네."
"사람이면서 정이 없다며, 어떻게 그를 사람이라 하겠나?"
"도가 그에게 용모를 부여하고 하늘이 그에게 형체를 부여했는데, 어찌 그를 사람이라 말할 수 없겠나?"
"이미 그를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어찌 정이 없을 수 있겠나?"
"그것은 내가 말하는 정이 아니라네. 내가 정이 없다고 말한 것은 사람들이 좋고 나쁨의 감정으로 자기의 본성을 해치지 않음이며, 항상 자연에 순응하고 자기의 삶에 이익을 주려 하지 않는 것이지."
"삶에 이익되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겠나?"
"도가 용모를 부여하고, 하늘이 그에게 형체를 부여했으니, 좋고 나쁨의 감정으로 그 몸에 내상을 입히지 않으려는 것이네. 지금 자네는 자네의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자네의 정력을 허비하고 있네. 나무에 기대어 서서 중얼거리다가 책상에 기대서는 졸고 있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