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당구는 일본으로부터 유입되었으며 초기 당구를 즐겼던 주 고객은 대다수가 일본인이었다. 그네들이 주로 즐겼던 종목은 2점, 3점, 5점씩이 부여되는 4구 경기였으며 이 경기방법을 변형시켜 빨간 공치기인 지금의 사구경기로 발전되었다. 4구경기의 섬세함과 당구란 무한대와 놀이문화가 다양하지 못함이 어우러져 당구인의 엄청난 양산으로 이어졌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찾아 볼 수 없는 당구동호인과 당구경기장을 보유하는데 4구경기가 원천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구종목이 성행을 하다 보니까 쿠션높이는 44mm가 보편화 되었으며 심한 경우 46mm까지 설치한 당구대가 있었으며 규격에 의해 석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석판에 규격을 맞추어 가로 세로가 맞지 않은 당구대도 적지 않았다. 물리학과 기하학과 수학이 병합되어 동그라미의 신비를 즐겨야 하는 당구경기는 많은 동호인을 식상하게 하여 200점의 실력만 되면 큐대를 놓아버리는(당구경기의 특성상 한계일 수도 있지만)모순을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당구대 공장들이 대형화 되고 3쿠션경기가 보편화 되면서 당구대도 많은 발전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 용품이 그러하듯이 국제화 규격과 국제화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국제적인 플레이어를 육성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미 아시안게임에 당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방콕에 이어 부산에서 대회를 치른 바 있으며 IOC 에서도 당구를 올림픽 경기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듯이 주최국이 채택만 할 경우 언제든지 올림픽종목으로 채택이 가능하다. 아시안게임 시 10개의 금메달 중 스누커, 포켓, 빠띠 리브레, 캐럼3쿠션 등 4개의 종목으로 배분되어 있으며 우리에게 유리한 종목이라고 하면 3쿠션 종목이다. 또한 BWA(세계프로당구연맹)가 주최하는 투어방식의 월드대회와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개최되는 각종 클럽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상천 선수를 제외한 많은 선수들이 그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레이몽드 클루망(벨기에),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그리고 산체스(스페인)등은 어려서부터 국제식 대대와 성능이 똑같은 4피트×8피트의 소형당구대에서 국제 공인구인 61.5mm의 공으로 기본기를 다졌기 때문에 국제식 대대에 와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최고의 성적들을 내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국내에 보급되어 있는 당구대에서 65.5mm의 큰 공으로 십수 년을 당구를 치다가 국제식 대대로 진출할 시 당구를 다시 배워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식 중대에서 산신령같이 당구를 치던 K모 선수는 선수로 입문하여 월례당구대회에서 G,A(그랜드 에버러지) 0.3대를 치면서 패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러한 경우는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치부되고 있다.
쿠션의 강도가 국제식 대대에 비해 약 절반의 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공이 여러 번의 쿠션을 맞을 때마다 공의 각도는 점점 짧아지고 경제적인 이유로 당구지는 나일론이 많은 싸구려 당구지를 사용하여 공이 굴러다니지 않고 미끄러져 다니고 있으며 석판은 공의 구름을 자연스럽게 하기위해 스레이트 석판을 사용하여야 함에도 건축용 대리석 석판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공의 성질 또한 판이하게 다르다.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종목 시 대비차원뿐 아니라 동호인들의 올바른 당구문화를 유도하고 나아가 청소년과 여성 당구동호인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당구대는 바뀌어야 한다. 국제식 대대와 똑같은 국제식 중대(가로130cm, 세로260cm)로 보급함으로서 한국의 브롬달과 클루망, 산체스를 기대할 수 있으며 또한 당구를 떠났던 수준급 매니아들이 당구에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반백년 동안 즐겨왔던 당구대를 바꾸기에는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다.
첫째는 기존 당구대를 뜯어내고 국제식 중대를 설치할 시 경제적인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며 둘째 65.5mm의 큰 공으로 감각을 익혀왔던 동호인들이 적은 공을 접할 때 색다름 때문에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식 중대를 설치함으로서 타 당구장과 차별화 되고 요금도 국내식 중대와 차등을 두어 최소한의 경제적 소득을 창출할 수 있으며 매니아를 중심으로 경영시스템을 갖출 경우 그 매니아는 영원한 고객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당구 꿈나무 발굴의 장으로도 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포켓을 접했던 여성동호인들이 61.5mm의 공을 사용함으로서 컨트롤이 용이하고 공이 잘 굴러다니므로 새로운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당구동호인으로 양성 하여야하며 인터넷놀이의 괴물(?)에 빠져 당구를 외면하고 있는 청소년들을 국제식 중대의 활성화로 당구의 무한대를 다시 일깨워 주어 새로운 당구 붐을 조성하여야 한다. 모든 사업들은 근본적이어야 하며 장기적 이어야 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어떠한 사업계획이던 사명감만 가지고는 일은 어려워진다. 서로 간 이해관계가 이루어 져야 한다. 즉 경영주들이 국제식 중대를 설치할 수 밖에 없는 후속사업들이 추진되어야 하며 타 당구장과 차별화 하여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게끔 하는 각종 사업들을 기획할 경우 현실논리는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