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비교적 자주 갔었다. 가는 곳은 주로 한라산이나 유명한 올레길 또는 마라도나 가파도 등이었다.
지난 주에는 병원 개원일 휴일과 함께 휴가를 내어 아주 친한 후배와 제주도의 여유로운 자유 여행을 떠났다. 그 일정은 18번 올레길-거문오름-사려니 숲길을 3일에 걸쳐 다녀 오는 것이었다.
18번 올레길은 동문 시장옆 산지천에서 출발하여 사라봉-별도봉-삼양 검은 머리 해안-조천 만세동산까지
가는 총 18.8km의 길이다. 6월 중순인데도 사라봉을 올라 가는 길은 땀이 비오 듯 한다. 옆으로 보이는
제주 연안 터미날의 바다 풍광은 시원해 보였지만 흐르는 땀은 감당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제주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제주 휘파람 새와 검은등 버꾸기의 아름다운 노래는 우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목이
마를 때는 길가 아무데나 앉아서 제주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하면서 화북의 비석 거리에서 모처럼만의 귀리밭도 보면서 동북해녀 마을에서 신선한 소라와 해삼,문어로 소주 한잔을 하고 제주 시내에서 고등어회와
자리물회 그리고 주님(?)과 함께 뒤풀이를 마쳤다.
두번째 날인 20일에는 2007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자연 유산인 거문오름을 탐방하였다. 거문오름은
수종(樹種)이 다양하고,곶자왈이나 동굴 등 제주 특유의 지형이 있고 숲이 원시림처럼 우거져 자연과 신의 조화를 이룬 듯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였다.하지만 일본군의 주둔지가 있는 등 역사적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깊고 험한 분화구안까지 진지를 만드는 일본놈들- 참으로 무서운 존재이고 앞으로도 늘 경계하여야 나라인 것 같다. 그렇지만 거문오름 길은 제주의 가객 휘파람새가 노래를 불러 주고, 가는 곳 길마다 산수국이 아름다운 자태로 맞이하고 있어 나그네의 마음을 늘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마지막 날에는 내가 늘 가고 싶었던 사려니 숲길을 갔다. 사려니 숲길은 비자림길 입구에서 남조로 붉은 오름입구까지 10km의 비교적 평탄한 길로 울릉도 나리분지 에서 성인봉가는 길처럼 원시림숲으로 우거져 있고 가끔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노루의 출현으로 길을 가는 나그네가 놀라기도 한다.아울러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삼나무 숲을 거닐다 보면 최소한 5년은 젊어 지고 건강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슬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가는 불편함이 조금 있었지만 아름다운 숲과 살포시 내리는 비와 제주 휘파람새와의 동행은 내내 행복한 마음과 몽환적 기분까지 든다. 아뭏든 가을이 오거나 눈이 오는 계절에도 다시 오고 싶다.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걸어도 좋고 친한 벗이나 혼자 걸어도 사려니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 쌓인 몸의 피로는 물론 찌든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유지하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울러 3일 내내 제주 공항 도착에서 출발까지 편안한 발이 되어 주신 `ㅂ'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산지천(아래)
화북 비석 거리의 귀리
함덕 해수욕장
아! 나도 저런 화려한 시절(?)이 있었을까?
수련(睡蓮)
개구리도 날 반기네?
아직도 남아 있는 고사리(채취하면 큰일남)
(위)일본군 땅굴 진지
수직 동굴(아래)플래쉬를 사용해도 안보임
꿩 샤브샤브
천미천
순간 포착-나도 깜짝 놀람
내리는 비때문에 대피소에서 옹색하게 막걸리 한잔...
첫댓글 글도 사진도 멋진 기행문 입니다.
전 어제 비오는 수락산을 맨몸으로 홀로 종주하며 간만에 소나기 소리의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들었습니다.
비가 오니 수락산 음악회는 할 수가 없고...빗속에 홀로 하는 종주도 운치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토요일날 농막에서 뵙겠습니다.
길을 떠남에는 두 가지가 있지요. 외롭거나 즐겁거나. 물론 회장님은 이번에 후자를 더 좋아하는가 싶군요.
제주의 비경은 언제나 사무칩니다. 물론, 저 두 연인 만큼 울 회장님! 아직 화려하십니다.
언젠가는 저 사려니 숲길을 걷고 싶군요.
다시, 적막했던 공간을 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토요일 날이 기다려집니다.
지극히 낭만적이십니다, 하늘 닿는 바닷길을 보여 주셔서 감사.
천상으로 가는 올레길인지요. 그저 꿈길인듯 싶습니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이제야 제주도 여행길을 읽었습니다.
작년에 아이들과 제주도 여행했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서보암 식구들과도 제주도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지네요...^*^
개구리 한참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