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18. (화) 10:00AM
강북마을모임 마을대학 ② 도시농부
도시에서 마을과 농부를 꿈꾸다
8강. 농사, 도시재생과 문화를 꿈꾸다
강사 : 이보은(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마르쉐 친구들)
저는 주로 옥상텃밭 만드는 일을 해 왔고, 지금은 마르쉐라는 마켓을 진행하고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의 행복을 넘어 우리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고 기여하며 삶의 자립을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데, 우리 현장에서의 많은 일들이 자원봉사 아니면 매우 적은 사례를 받는 일자리밖에 없어요. 2010년도에 함께 일하는 여성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마을과 일자리라는 주제로 일본 긴자를 방문했어요. 긴자의 제지회사 건물의 옥상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작은 회사 옥상에 토종 꿀벌 4통, 서양 꿀벌 6통, 10통의 벌통을 키우고 있었어요. 양봉 첫 해에 약 100kg 정도의 꿀을 채집했다고 합니다.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우리가 긴자에서 벌을 키우는 것은 꿀을 따는 것도 좋지만, 긴자, 도쿄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역을 벌이 살아가는 지역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 이었어요. 그 말이 굉장히 인상깊었어요. 그 지역 카페에서는 그 벌의 꿀로 나온 카스테라를 팔고 그 꿀로 만든 음료를 팝니다. 또한, 도시의 공원이 벌들에게 굉장히 좋은 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지회사 옥상에서 양봉에 성공하면서, 그 옆 일본 청주회사는 옥상에서 논농사를 시작했어요. 이렇게 긴자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더라구요. 이렇게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인상적인 것을 콩이었어요. 우리말로 옮기면 대두혁명정도? 도시의 빈 땅에 콩 농사를 짓는 거예요. 알다시피 콩은 별도의 거름도 필요 없고, 땅에 영양을 주죠. 특히 그 단체는(급히 기록하다 보니 이름이^^::)일본에서 사라져가는 토종 콩을 키워요. 자신들의 식문화에 뿌리가 되는 콩 농사를 하고, 그렇게 수확한 콩을 도시에서 팔아요. 그리고 청년들이 자신이 지은 콩을 긴자의 두부 장인에게 가져다주고 거기서 유부를 만들면 청년들이 다시 그것을 점심으로 먹고, 또 팔고.
그 유부초밥을 보며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좋은 일을 하려고 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한국에서는 청년세대가 매우 어렵잖아요. 그들에게 농사를 가르치는 일과 함께 먹을거리를 생산해서 재미있게 나눠먹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어 옥상텃밭을 상상했습니다.
문래도시텃밭
: 철공소와 예술가의 공존으로 명소가 된 문래예술창작촌에 예술가, 주민, 소셜디자이너 기업과 개인협력자들이 함께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프로젝트.
2000년대 후반 홍대 상권이 폭발하며, 아티스트들이 빈 문래동 건물들에 들어오게 됩니다. 처음 거기 갔을 때는 지역주민들은 빨리 재개발이 되기를 바라고, 철공소는 아티스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아티스트들은 자기들도 주민으로 왔지만 어색한, 지역이 서먹서먹한 상황이었어요. 그 곳에 저희가 가서 텃밭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너무너무 낡은 건물이 많아서 쓰레기를 치워주고 텃밭을 만들어주겠다고 하면 집주인이 좋아할 줄 알았어요. 근데, 150만원을 주고 다 치워줬더니 주인이 연락이 왔어요. 돈을 줄 테니 나가라, 건물이 너무 낡아 텃밭을 하기 두렵다고. 두 번째 건물은 낮은 건물이었어요. 다 치우고, 텃밭을 위해 쇠파이프를 자를 때 그 소리를 듣고 주인이 또 나가라고 했어요. 매우 어려웠습니다. 건물 주인들은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원하는 것이지 주민들이 행복한 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세 번째 건물은 호의적이어서 승락을 하시고 텃밭을 같이 만들게 되었어요.
어떤 텃밭을 만들고 싶은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동네 일하시는 분들 쉼터가 되면 좋겠어. → 그래서 제일 먼저 재털이를 설치했어요.
건물에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언제 쫓겨나도 걱정이 없도록. → 경량토와 상자로 제작.
재료도 기술도 사람도 최대한 동네에서.
함께 둘러 앉아 먹고 놀 수 있게 만들자.
이런 이야기를 담아 몇 가지 디자인이 나오고. 그렇게 문래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해그늘도 만들고, 가을이 되면서 동네 아저씨가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텃밭의 목표는 살기 좋은 텃밭, 사이좋은 텃밭, 보기 좋은 텃밭이었어요.
홍대텃밭 다리
: 마포 지역 주민과 지역의 청년들, 아티스트들이 홍대역 도심 한가운데서 함께 만들어가는 녹색 공유 공간.
문래 텃밭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홍대 쪽 친구들도 찾아왔지만 그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그 곳에서 농사를 하기는 어려워 지역으로 찾아가게 되었어요. 홍대텃밭 다리는 홍대역 2번 출구에서 1분정도. 굉장히 번화한 도심, 청년들의 생활공간에 있어요. 마포지역 주민들에게 연락을 했고, 가톨릭 청년회관, 그린 디자이너,... 등등이 함께 같이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진행했어요. 12년 8월에 공간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작은 옥상을 7, 8팀이 그룹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여기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도시와 자연이 만나고 청년세대가 만나고,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농사는 도시를 바꾼다
저는 처음에 옥상텃밭을 만들 때 사람들이 옥상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문래동 텃밭농사를 1년 하고 깨달은 것은 사람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말하는 방식이 바뀌고,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더라구요. 텃밭에 들어가게 되면 도시의 문명의 속도가 아니라 생명이 자라는 속도가 느껴지기 때문에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더 따뜻해지고, 더 쉽게 친구가 되며, 매우 쉽게 이웃이 됩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텃밭 안에서는 동네 식구로 살아갑니다. 공간이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구나, 우리 생활공간이 우리 삶을 참 단조롭고 재미없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텃밭이 있으니 엄청나게 많이 먹고 많이 잔치를 했어요. 봄에는 시농제, 여름에는 하지감자 축제, 가을에 가장 풍요로울 때는 손님을 초대하는 잔치, 그리고 김장까지. 밭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먹으며 1년을 보냈습니다. 이런 공간을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예술가가 되기도 합니다.
텃밭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요리교실, 벽화교실 등 온갖 것들을 많이 합니다. 도시의 텃밭이라는 것은 단지 농사만 짓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오픈된 공간입니다. 이게 바로 예술이죠.
물을 가두어 농사짓는 것도 연구하고. 농사지으면 생기는 부산물로 퇴비도 만듭니다. 지렁이도 열심히 키웠었어요.
2011년에 텃밭을 처음 열 때 동네 분들에게 어떤 게 제일 궁금하냐고 여쭤봤어요. 그러자 철공소 하시는 분들이 이거 우리가 먹을 수 있냐고. 쇳가루 날리고 그러니까. 환경이 식물에게 안 좋을 것 같으니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 재배한 치커리를 가지고 분석을 의뢰했더니 안전하다고 합니다. 식물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토양이고, 대기는 매우 미량이거든요. 옥상텃밭의 토양은 안전성 검사를 마친 거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 홍대의 카페에 납품하기 시작했고, 이 납품은 홍대텃밭 다리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대 텃밭에서 키워진 채소가 홍대 카페에서 요리가 되어 팔립니다. 로컬의 오가닉으로서의 옥상텃밭은 굉장한 강점이 있습니다.
텃밭 첫 해에는 굉장히 일반적인 작물을 많이 심었어요. 상추, 깻잎. 하지만 계속 일구다 보면 점점 더 다양해집니다. 꽃과 화초의 비율도 높아지구요. 수확해 먹는 것 보다 공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거죠. 벌 키우는 것도 첫해에 굉장히 성공적이었는데 겨울에 관리를 잘 못해 얼어 죽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어요.
수확해서 시장에 나가 팔았는데, 그러면서 우리들 스스로가 농부로써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죠. 처음에는 농산물만 팔다가 음식도 만들고, 지렁이 분변토도 팔았어요. 사실, 옥상농사가 너무 고투입 저효율인데 나 혼자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나눠먹기 위해 마르쉐라는 농부시장을 기획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옥상텃밭은 개인이나 돈을 내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옥상텃밭은 자기 것만 농사지을 수가 없습니다. 매일 물을 줘야 하는데, 최소한 7명, 홍대다리는 14명, 이렇게 당번을 정하는 거죠. 협동적으로 안하면 다 같이 죽는 거예요. 물주기의 어려움 때문에 생겨나는 문화구요, 자기 텃밭도 있지만 공동텃밭도 있어서, 공동텃밭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혀나갑니다. 농기술을 쌓아가기 위한 공부모임,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하는 공부모임도 필요한데, 홍대다리텃밭은 3가지 모임이 있어요. 농부워크숍, 특강(올해는 빗물, 양봉, 북미의 도시농업, 토양), 재능기부워크숍(주로 농한기에 구성원의 각자의 가술을 가지고 나누는 워크숍) 세 가지를 진행합니다. 함께 의논해서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문래동에서는 한군데에서 쫓겨나서 철공소 아저씨들에게 텃밭 상자를 나눠드렸는데, 아저씨들이 매우 텃밭을 잘 키우셨고 아티스트와 철공소 아저씨들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어요. 아이들에게도 매우 훌륭한 공부 장소가 되었어요.
※ 옥상텃밭은 수분에 민감하기 때문에 태양열과 수분관리를 잘 해주어야 합니다. 고투입 저효율 농사입니다. 땅이 없어 마지막에 하는 농사에요.
※ 옥상텃밭을 하던 청년이 지렁이를 연구하다 ‘스트로베리 필드’라는 지렁이 분변토 사업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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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훅 떨어진 날 아침, 직접 홍대까지 가서 수업을 듣고 텃밭을 방문했습니다. 건물의 작은 옥상 한 귀퉁이. 그 곳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펴낼 수 있었다니, 우리가 도시에서 하는 농사는 그냥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작물과 대화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농사 그 이상의 농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강의들이 대부분 실제 농사를 지을 때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과 농사의 핵심인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이번 강의는 ‘우리’에 대한 강의였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텃밭상자, 배추 키우기를 하면서 내 상자, 내 배추를 잘 가꾸도록 했는데, 앞으로는 나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함께 잘 키우는 것을 서로 배우고 익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땅도, 자연도 나만의 것이 아니고, 함께 작물을 키워가며 아이들도 그만큼 함께 자랄 수 있을테니까요. 공동체의식을 늘 얘기하면서도, 각자 개인 담당을 정해 자기 작물만 키우게 했던 자신을 반성해보고, 또, 자신의 작물에만 물을 주거나 관리하지 않고, 얘기하지 않아도 친구들의 작물에도 물을 주고, 서로 챙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또 큰 배움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