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참석해본 카자흐스탄 무용인들의 망년회 >
무용평론가로 일하고 있지만, 평자는 몸치다. 어떤 춤도 추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무대 표현 무용은 고사하고 브루스도 추지를 못한다. 그런데 지난 12월 말,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동안 그곳 무용인들의 망년 파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12월 27일 카자흐스탄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공연을 보고 헤어질 때, 카자흐스탄 국립발레단 단장 라마잔이 평자에게 내일(12월 28일) 저녁에 카자흐스탄 국립발레스쿨 교장(director)이 주관하는 망년회가 있고, 자신도 주빈으로 초대 받았으니, 함께 꼭 가자고 한다.
그런 곳에 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평자는 “내일 스케줄을 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다(물론 미리 끊어 둔 비행기 표가 29일 표라서, 어쩔 수 없이 알마티에서 하루를 더 머물게 되어 있는 평자는 내일 특별한 일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자 라마잔이 “내일 저녁에 너가 특별한 약속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유머러스한 설득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 가보기로하자. 다음 날 약속된 레스토랑에 도착하니 1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푸짐한 음식이 계속 들어온다. 이날 음식만 보면 카자흐스탄은 정말 풍요로운 나라이다.
셀러드처럼 만들어진 생선요리가 일품이었고, 특히 소고기구이 꼬치 맛은 환상적이었다. 만두 등이 계속 들어오는데, 다이어트 노력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인자하고 후덕하게 생긴 - 이 분은 이날 참석자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 칼리가쉬 카자흐스탄 국립발레학교 교장은 직접 평자와 러시아 보드카로 원샷을 권유하고 있었다.
평소 술을 잘 하지 못하는 평자의 또 다른 어려움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분위기를 따라가도록 노력했다. 이들의 파티 진행방식은 약간 룰이 있는 것 같았다. 밴드에 맞추어서 춤을 추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그 동안 관련 직종의 사람들이 한 무리씩 모여 나가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나도 어느 순간 나가서 이야기해야 했다. “이곳에서 너무나도 환대해 주어서 정말 감사하고, 여러분들도 혹시 한국에 오시면 정말 잘 모시고 싶다. 그리고 한국 카자흐스탄 간의 무용을 통한 문화교류가 있었으면 한다”는 인사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춤이었다.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의 현란한 몸 움직임 속에 몸치가 헤매고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오랫동안 혼자 식탁에 뚱하게 앉아서 분위기를 깰 수도 없었다. 이 위기의 순간에 어떤 편안하게 생긴 카자흐스탄 중년 부인이 나를 구출해 주었다.
내가 몸치인 것을 담박 알아 차리고 모든 것을 그 사람이 리더해 주고 있던 파티의 은인이었다. 오후 4시에 시작한 파티는 밤을 새운다고 했다. 평자는 양해를 구하고 밤 11시경에 돌아왔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성실한 사람들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카자흐스탄의 마지막 밤을 너무나도 멋지게 보낸 것이 된 것이다. 무용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 부족에서 제일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은 그 부족에서 춤을 제일 잘 추는 사람이었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신성한 몸짓으로 신과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카자흐스탄의 발레인들이 정말 신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휴식을 취할 때 열심히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정말 일할 때도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