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물분류학회
2012년 춘계야외관찰회 및 워크숍 참가기
이 제 화
▢ 6월 1일
기대감과 걱정이 여러 날 교차되었다. 설렘은 당연하지만 대낮부터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학회의 워크숍에 참여하려고 며칠 동안 마음 설왕설래하다가 급기야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2시간 동안 차를 몰아 단양 대명콘도에 도착했다.
시간 여유가 있어 전에 같이 근무했던 영어 이○○ 선생님(시인)을 찾아 단양 중학교에 갔다. 교실이 연구실이라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교사를 찾아온다고 했다. 더구나 학생 수도 20여 명뿐이었다. 수준별 수업이라 그렇다고 했다. 지방 단양이 서울보다 앞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 한 잔으로 담소를 나누고 워크숍에 참가했다.
4시 20분, 워크숍은 성균관대 김승철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했다. 「한국식물분류학회」회장인 이화여대 이남숙 교수의 인사말이 있었고, 우리의 사부 현진오 박사의 첫 강의가 시작 되었다.
1. 석회암 지대의 식물상
석회암 지대의 식물상 100여 종, 우리가 많이 낯이 익은 식물 이름과 설명이었지만 새로운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갈기조팝나무, 석회암 지대의 지표 식물인 금털고사리, 꼭지연잎꿩의다리, 북방계식물인 넓은잎제비꽃, 주로 바위에 붙어사는 당양지꽃, 당조팝나무, 활을 만드는데 쓰는 돌뽕나무, 돌좀고사리, 동강고랭이, 동강할미꽃, 정선에서 나물로 먹는다는 물골취, 잎이 아주 긴 버들개회나무(특산식물), 벌깨풀, 한해살이풀인 병아리풀, 복사앵도(특산식물), 부싯깃고사리, 분 냄새가 나는 분꽃나무, 비슬나무, 빗살서덜취, 뻐꾹채, 취나물 중 가장 큰 사창분취(특산식물), 산분꽃나무, 산새콩, 산국수나무, 산서어나무, 1~2년생인 솔체꽃(한라산은 다년생), 시베리아살구, 1년생인 아마풀, 왕팽나무(특산식물), 북방계식물인 산팽나무, 자병취, 습지를 좋아하는 좀개미취, 좁은잎용담, 줄댕강나무, 절벽에 붙어사는 참골담초, 청괴불나무, 털댕강나무, 남방계 식물인 꽃꿩의다리, 나도범의귀, 나도여로, 이우철 박사님이 금대봉을 대성산으로 착각해서 이름을 붙였다는 북방계식물 대성쓴풀, 왕느릅나무, 참작약, 북방계식물인 청닭의난초, 중국에서 멸종위기로 분류된 왕제비꽃, 일본에서 멸종위기로 지정된 여뀌잎제비꽃 등등 …….
석회암 지대에는 북방계식물들이 저지대에서 잘 자라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두메닥나무, 들완두, 바위구절초, 바위솜나물, 시호, 큰제비고깔 등은 북방계식물로서 남한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것들이다.
법정보호종 이외에도 전문가들조차 보기 어려운 희귀식물이 많다. 꼬리겨우살이, 등대시호, 마키노국화, 벌깨풀, 좁은잎덩굴용담, 참작약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모두가 보호해야 할 것들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도 여러 종류가 자라고 있는데 만리화, 세잎승마, 참배암차즈기, 털댕강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식물도 많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식물만 하더라도 노랑무늬붓꽃, 연잎꿩의다리, 솔나리, 한계령풀 등 4종류나 살고 있다. 솔나리는 석병산 여러 곳에서 널리 자라고 있어 개체수가 많다. 다른 곳에서는 고산지역에서만 발견되지만 이곳에는 해발 300m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점도 이채롭다.
이맘때에 더위를 이겨내고 정상에 오르면 돌마타리, 돌양지꽃, 백리향, 시호 등이 바위지대에서 꽃을 활짝 피워 반갑게 맞아 준다. 계곡에서는 노랑물봉선, 물레나물, 산꿩의다리가 피어 있고, 능선에서는 동자꽃, 속단, 참배암차즈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서울신문 ‘현진오의 꽃따라 산따라’ 2008-07-19 22면 부분 인용)
- 동북아시아식물연구소 현진오 소장 -
2. 금수산의 식물과 왕제비꽃
금수산(1,016m)에는 84과 256속 402분류군. 양치류 9종, 나자류 3종, 피자류 280종(쌍자엽 232종, 단자엽 48종), 봄 식물을 포함해 5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고 했다.
회양목, 자주쓴풀, 줄댕강나무, 돌마타리 등, 석회암 지대 식물과 외대으아리, 할미밀망, 고광나무, 줄댕강나무, 노랑갈퀴, 병꽃나무, 고려엉겅퀴 등 특산식물 8종, 희귀식물 8종, 멸종위기식물 2급인 선제비꽃, 왕제비꽃, 갑산제비꽃, 서울제비꽃, 섬제비꽃 등도 있다.
그밖에 잎이 오메가(Ω) 모양인 뫼제비꽃, 이파리 색이 자색인 둥근털제비꽃, 제비꽃 중 흰색꽃은 2종인데, 흰제비꽃은 고산지대에 흰젖제비꽃은 습지에 주로 분포한다.
- 강원대 생명과학대학 유기억 박사 -
3. 한국산 부추속(Allium)에 대한 연구
대파, 양파, 산부추, 돌부추, 가는산부추, 좀부추 등 세계적으로 800여 종이 된다. 분류키는 화피의 모양, 자방의 모양, 종자의 모양, 화경의 속, 화경의 각, 잎의 단면, 표피 세포의 모양, 큐틴질, 핵형의 차이 등 그 외 여러 가지가 있다.
울릉도 습지의 산마늘, 내륙 고산의 산마늘, 두메부추(울릉도, 강릉), 참두메부추(북한), 실부추, 애기실부추, 가는산부추(북한, 백두산), 산달래, 산파(북한), 노랑부추(북한), 산부추, 세모산부추(가야산), 둥근산부추(지리산, 덕유산), 참산부추, 강부추(북한강, 남한강), 개부추(제주도, 거문도), 선부추, 한라부추... 한국엔 19종 3변종.
- 창원대 최재혁 교수 -
어휴! 생소한 이름이 많아 집중해 필기하느라 설명은 대충 들었다. 현진오 박사님은 강의를 마친 후 지방에 일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요즘 들어 부쩍 바쁘시다.
강의가 끝나고 콘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자금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런지 酒님은 한 방울도 없었다. 전에는 허벌나게 먹었는데…….
비빕밥을 간단하게 먹고 벼과․사초과의 대가이신 박수현 박사님과 함께 숙소로 올라왔다. 슬슬 발동을 걸 생각으로 여쭤봤다. “약주를 하시나요?”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지요.” “오늘이 단양 시장 축제 마지막 날인데, 막걸리 한 잔 하러 가시지요?” “글쎄요, 박사과정 제자들과 같이 왔는데, 아마 연락이 올 거요. 제자들과 생맥주나 한 잔 할 생각인데…….”하시며 쳐다보셨다. 같이 가자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 저도 여기에 살고 있는 지인과 한 잔하고 오지요.” 대답을 하고 cellphone을 들고 복도로 나갔다.
9시 30분 정도 되어서 만났다. 2년 정도 선배이고 시인이다. 화가인 부인과 같이 나왔다. 그는 동북고에서 같이 근무를 하다가 13년 전에 단양 오지에 3,500평의 땅을 마련해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학생을 가르치는 영어 교사이다. 사모님은 마침 오늘 작품 전시회를 마치고 오는 참이라고 했다. 오랜만이라 호들갑을 떨며 2차까지 술을 마시고 숙소에 오니 12시 30분이었다.
▢ 6월 2일
아침 5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박사님이 깰세라 30여 분 뜬 눈으로 뒤척거리다 일어났다. 김밥과 생수를 나눠 받아 차를 몰고 금수산으로 향했다. 갈기조팝나무가 보였고, 느티나무 밑에 쥐똥나무가 향기를 뽐내듯 꽃을 한참 내밀고 있었고, 호두나무 사이로 찔레꽃나무도 보였다. 돼지가 먹으면 설사를 한다는 컴프리도 보였다.
금수산 입구에 도착하니 할미새가 꼬리를 흔들며 지저귀고 검은등뻐꾸기가 울고 있었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단체 사진을 찍고 금수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9시경, 7조인 나는 박사 과정 여학생 1명과 7조 지도 교수 이화여대 이창숙 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산행을 했다. 그런데, 전공이 양치식물!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다. 눈치를 보며 다른 팀으로 합세를 했으나, 8조 지도 교수 김승철 박사는 한술 더 떴다. 박사 과정인 제자들에게 종명을 라틴어로, 전문 전공 용어는 영어를 써 가면서 열을 올렸다. 나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시 7조로 가서 떠듬떠듬 메모를 했다.
4시간에 걸친 산행. 정상에 올라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12시 20분에 혼자 급히 내려왔다. 뛰다시피 단숨에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은 40분. 어제 만난 지인들의 농가에 가 보고 싶어 서둔 것이다.
넓었다. 줄딸기가 엄청 달려 있었다. 고사리도 재배를 하고, 산딸나무, 느티나무도 보였다. 층층둥굴레 사진을 찍었다.
삼겹살 한 점에 막걸리 한 잔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정선 동강으로 향했다. 셋째 누님 매형이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곳이다. 도중에 갈기조팝나무 사진도 찍었다.
이틀간 열심히 일을 해 주고 6월 5일 집으로 왔다. 저녁마다 큰소리로 우는 귀신새라고 부르는 호랑쥐빠귀 울음소리가 오늘은 들리지 않았다. 이제 짝을 찾았나 보다.
고사리에 대해 이화여대 이창숙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몇 개 적어 본다.(모두 면마과)
○ 뱀고사리
잎은 2회 우상 출엽, 20~60cm. 뒷면은 비닐 조각이 갈고리처럼 말굽 모양으로 굽혀 있다. 줄기들이 뭉쳐난다. 군락에 뱀이 숨기 좋다고 생각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비늘 조각은 진갈색이다.
○ 개고사리
잎은 2~3회 우상, 20~60cm. 엽병과 중축은 홍자색을 띠며, 지하경이 옆으로 퍼진다. 잎의 상부가 급하게 좁아져서 긴 꼬리 모양을 한다.
○ 히초미
잎은 상록성, 2회 우상, 50~100cm. 북미산의 나도히초미속의 일종이다.
○ 나도히초미
잎은 상록성, 2회 우상, 50~100cm. 엽병과 중축에 긴 인편이 밀생한다. 잎 사이에 관절이 없다. 소우편은 긴 타원상 난형이다.
○ 좀나도히초미
잎은 2회 우상, 50~100cm. 포막이 없다. 줄기에 홈이 파여 있다. 엽병이 아주 짧고, 인편은 옅은 갈색 막질로 많이 붙는다.
○ 응달고사리
잎은 3회 우상 심렬, 80cm. 뒤에 포자낭군이 있다. 방사형이며 잎이 밑으로 갈수록 작고 좁아진다. 영양잎과 생식잎이 다르다.
○ 진퍼리고사리
잎은 1회 우상, 20~40cm. 엽맥은 유리맥이고, 엽병에는 변에 털이 있는 갈색 인편이 있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므로 진퍼리라 한다.
○ 청나래고사리
잎은 1회 우상, 50~100cm. 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좁아진다. 포자엽(胞子葉)은 가을에 나오고 영양엽(營養葉)보다 짧으며 좁게 생겼고, 잎 조각은 가장자리 뒤로 말려서 포자낭군(胞子囊群)을 감싼다.
○ 용비늘고사리
용비늘고사리과. 잎은 2회 우상 복엽, 60~200cm. 육질의 피침형 우편이 5~10쌍 붙는다. 엽병의 중간에 관절처럼 보이는 부푼 부분이 있다. 습한 숲 속에서 자라는 대형 고사리다.
○ 왕지네고사리
잎은 2회 우상 심열, 50cm. 포자낭군은 소우편 중륵 가까이에 일렬로 붙는다. 열편 톱니의 끝이 좀 길고 날카롭다.
○ 참새발고사리
잎은 3회 우상, 70~90cm. 엽병은 엽신보다 조금 짧고 적갈색을 띤다. 열편 가장자리에 뾰족한 거치가 있다.
○ 십자고사리
잎은 1회 우상 복엽, 60cm. 엽신의 최하우편이 커져서 우상으로 되기 때문에 십자형이 된다.
○ 황고사리
잔고사리과. 잎은 10~30cm. 잎은 길이가 10~30㎝ 정도로 날개 깃털처럼 갈라져 있으며, 기다란 흑자색의 잎자루가 달린다.
○ 우드풀
잎은 1회 우상. 40cm. 엽병은 적갈색이고, 우편 앞 가장자리에 귀가 있다. 그늘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 만주우드풀
잎은 2회 우상. 30cm. 큰 주머니 모양의 백색 포막이 발달되어 있다.
○ 가는잎족제비고사리
잎은 4회 우상, 50~100cm. 우편은 넓고, 비닐조각은 진한 갈색이며 많이 모여난다.
첫댓글 편집한대로 글이 안 보이고, 사진은 다 날라가고...ㅠㅠㅠ
와! 명문! 명문!
대단해요~
역시 글이 좋다 보니 조회수도 높네요.
늘 부럽습니다 글 쓰시는거와 모르는것 없는 들꽃 박사님....... 조만간 막걸리 한잔 해요....
막걸리? 좋죠...^^ 월, 목 빼고, 주말은 비상대기고... 다른 날은 좋아요.
더이상 배우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은 분이 더욱 열심히 배우고 계시는 것을 보면 늘 숙연해집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제비동자님도 인정하신 명문~~과 언제나 열심히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막걸리 한잔하실 때 전화주시면 상황에 따라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에이~ 무슨~ ... 2월에도 2박 3일 강진, 목포, 해남을 돌아 다니며 고사리를 보았건만, 기억나는 것은 맛집 음식 뿐이네요. ^^ 막걸리... 그 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