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이 활짝 피고 난 뒤 겨울에 찾는 무안은, 그 바다는 서늘하다. 재잘거리는 참새처럼 즐거운 연인들
이 가끔씩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겨울 바다는 사색의 공간이자 추억을 회상하는 곳으로 다가선다. 머리
위에서 태양이 아무리 이글거려도 가슴에 스며드는 냉기를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석양이 발갛게 얼굴 붉
히는 오후의 태양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즈음에는 매섭게 대지를 흔들던 북풍도 잠시 쉬었다가기
마련, 세상은 고독해진다. 사실 고독을 오롯이 즐기기란 쉽지 않다. 매일 매일 수많은 활자와 영상이 우
리 곁을 맴돌고, 조금의 틈새라고 생길라치면, 어김없이 휴대폰이 울려대니 말이다. 여느 영화처럼 롱테
이크 된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해질녘의 포구를 찾아가보자.
겨울포구에서 맞는 즐거운 고독의 시간
고기잡이 나갔던 배들도 모두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집으로 돌아가고, 빛을 잃어가는 태양만이 오롯
이 나와 마주한 겨울의 포구. 겨울바람을 동행 삼아 바다를 보고 서있노라면,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온
전한 나만의 시간이 비로소 펼쳐진다. 나의 오늘을 그리고 어제를 회상할 수 있는 다소 쓸쓸하지만, 달
콤한 시간. 그곳에서 고독을 즐기고, 또는 고독을 위무하다 보면, 그 고독은 어느새 즐거운 고독이 된다.
멀리서 홀로 등을 밝힌 채 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통통배의 발길 재촉하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하지만! 춥다.
들판을, 갯벌을 식탁으로 옮겨온 무안 5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