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헷세는 그의 어느 시에선가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살자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헤어지는데 익숙하지 못한 때문이겠지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헤어지는 연습에 길들여지지 못한 저는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또 가슴 언저리가 시려옵니다. 저뿐 아니라 그레이스 홈 아이들 모두도 그러한가 봅니다. 지난 3-4월 두달간의 긴 방학을 함께 보내고 오는 토요일에 다시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아이들은 매일 하던 축구도 않하고 방에 틀어 박혀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가 봅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지난 3-4월의 그레이스 홈에서도 기쁨과 아쉬움의 이별을 맞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두달간의 방학 동안의 이야기를 동역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를 원합니다.
1. 새로 그레이스 홈에 오게된 아이들
올해에는 5명의 아이가 새로 그레이스 홈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한국 선교사가 소개하여 오게된 5세와 7세인 티다와 시라파는 오누이로 아버지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정신지체이고 엄마는 심한 소아마비를 앓는 분으로 너무도 가난하여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의뢰한 경우로 첫날에 티다는 철모르게 떨어져 울지는 않았지만 시라파는 얼마나 울부짖던지 우리 모두를 눈물짓게 하였습니다. 아미와 아스파도 오누이로 중국 국경에서 싱가폴 선교사가 돌보다가 보내온 경우인데 아주 어렸을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돌보다가 오게된 경우입니다. 이들 네명 모두 리수족으로 오자마자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명은 위치앙의 동생으로 8세이며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로 어린 아이들이 5-6명이 되니 그레이스 홈에도 어린아이들이 늘어나게 되어 기쁨이 있습니다.
2. 방학이면 매년 와주는 고마운 친구들
매년 방학이면 그레이스 홈 아이들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6년동안 한번도 빼지 않고 매년 3월 마지막 주인 부활절 전주에 와주었던 TCIS 형과 누나들, 그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가까이에 살고 있는 가족으로 누나며, 형이며, 친구며, 연인입니다. 5, 6년전에는 대부분이 형이며 누나였는데 이제는 아이들도 중고등학생이 되고보니 친구같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방학이 시작되면 언제 오냐며 손꼽아 기다립니다. 올해에도 TCIS 팀들은 15명이 와서 아이들이랑 같이 성경켐프도 하고 마당에 꽃과 나무를 사다가 심고 아이들이랑 수영도 하고 게임도 하며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은 비록 일주일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사랑해주는 TCIS 팀과의 만남을 행복해하며 그들이 떠나고 난후에는 내년에는 또 누가 올 것이라며 벌써부터 내년을 기다립니다. 두달간의 긴방학이 있지만 3월달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TCIS 단기팀들이 있어서 매우 행복하였습니다. 기다림이 있는 만남은 행복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3. 방학에 와준 케나다에서 온 단기사역자 누가(LUKE)
그레이스 홈에 단기사역자가 가장 필요한 때는 3-5월의 방학 때입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이 24시간을 함께 하기에 학교처럼 시간표을 작성하여 성경, 영어, 기타, 피아노, 드럼, 컴퓨터, 한글 혹은 특기 등을 배우며 오후에는 축구나 풋살을 하기도 합니다. 저녁시간에는 영화나 시디를 보기도 합니다. 안식년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제가 혼자 주로 하였었으나 단기들이 오면서부터는 단기들이 커다란 역할을 하여주었지요. 올해에는 케나다에서 온 누가라는 형제가 4월한달동안 그레이스 홈의 단기숙소에 머무르며 아이들에게 영어와 음악(피아노, 드럼, 기타, 등)을 지도하며 같이 축구도 하며 한달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리 태국어를 배우고 왔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기도 하였고 다른 문화속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형제가 그레이스 홈에 온후 영어를 처음 가르친 날 잔뜩 울상이 되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말도 안듣고 영어실력도 천차만별인 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할 지 모르겠다며, 자기는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없다며 너무도 황당해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사랑의 수고에 감사하며 그에게 그들을 가르치려 하지말고 그들과 하나가 되려고 하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너를 따를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려고 할 것이다고 이야기하여 주었더니 용기를 얻고 돌아가서는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5월 2일에 돌아갔습니다. 그들의 사랑의 수고에 아이들은 키도 마음도 자라가는 것 같습니다.
4. 아꽝이 돌아가는 날 우리는 슬프고도 기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고아원이 없는 날이 속히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 세상에서 아무리 가난해도 엄마와 같이 사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서 엄마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 우리가 아무리 잘해주어도 엄마와 같이 있는 그것만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기에 엄마와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환경이라고 해도 우리는 다른 어떤 가치를 희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3월달에 개구쟁이 샘이 엄마 곁으로 간후 이번달에는 지난 8년 동안 그레이스 홈에서 살았던 아꽝이 엄마 곁으로 돌아갔습니다. 아꽝의 아버지는 중국계인데 돌아가셨고, 엄마는 리수족으로 어린 자식들과 가난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약 밀거레에 관련되어 감옥에 가게되었다고 합니다. 감옥에서 몇 번 자살을 시도하는 등... 몸이 안좋아 있다가 몇 년째 나온다는 말은 있었지만 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에는 출옥을 하였습니다. 평소에 말이 없고 사리판단을 잘하는 아꽝이 6학년이 되면서부터 친구들과 말을 하기 시작했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생각이 커가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감옥에서 나온 날, 멀리서 찾아온 아꽝의 누나는 엄마가 나왔다는 말을 담담하게 하며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아꽝을 데리고 갔습니다. 미리 아꽝의 엄마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은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아꽝과 누가의 헤어짐을 위해 피자파티를 하였습니다. 막상 아꽝이 엄마곁으로 돌아가는 날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은 부러움의 눈길로 아꽝을 바라보았습니다. 헤어짐의 아픔이 있기는 하였지만 아꽝이 엄마곁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돌아가는 아꽝을 축복하며 먼후일 다시 올것을 축복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슬프기는 하였지만 이런 날이 자주 잇었으면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고아원이 없게되는 날이 속히 오게되기를 기도하였습니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