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귀향은 시작됐다.” 최근 어느 지방신문에 실렸던 환경기사의 제목이다. 울산광역시의 젖줄인 태화강을 이르는 말이다. 이 강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이 자리 잡은 한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의 개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때 ‘죽음의 강’이란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의 ‘부자도시’인 울산시의 위상에 맞춰 태화강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태화강에는 수많은 시민의 땀방울이 녹아 들었다. 태화강보전회 이수식 회장(울산과학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도 ‘태화강의 기적’에 힘을 보탠 ‘1등 공신’이라 할 만하다.
“1997년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할 때만 해도 태화강은 오염투성이였지요. 죽은 물고기떼가 물 위로 떠오르고 하류에선 악취가 진동했거든요. 2000년 이후로 울산 시민들이 나서 ‘공해도시’의 오명을 벗지 못하면 울산의 미래는 없다고 외쳤습니다. 위기감으로부터 태화강 복원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강을 살리기까지 많은 사람이 노력했습니다. 수중보를 제거하고 하수처리 시스템을 정비했으며 강바닥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태화강 지킴이로 앞장선 이수식 회장은 이 지역에서는 ‘물 박사’로 통한다. 그가 울산의 상수도 문제와 하천환경 관리에 누구보다 많은 열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하천 관리를 연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태화강보전회, 울산포럼, 울산 생명의 숲 등 환경보전과 관련한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하천 관리가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천은 자연보전기능과 친수기능, 그리고 공간기능 등이 더 주목 받는다. 이 회장은 태화강을 더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으로 바꾸는 일에 관심을 쏟았다. 1989년 말 시민 모임인 태화강보전회가 출범했을 때 그는 환경연구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당시 ‘울산의 명물 태화강 대숲을 보전하자’는 슬로건을 핵심사업으로 내걸어 각종 세미나와 시민 자각운동을 주도했다. 1994년 건교부가 강물의 흐름을 방해한다며 강가의 대숲을 잘라버리려고 했을 때 그는 “대숲이 홍수소통에 지장이 없을 뿐 아니라 선진국에선 오히려 하천에 나무 심기를 권장한다”며 온몸을 던져서 막았다.
“태화강 대숲이 홍수 때 유수소통을 방해한다고 제거방침을 밝혔을 땐 정말 화가 났습니다. 태화강보전회가 나서서 지역 언론계, 학계,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대숲보전운동을 하게 됐지요. 만약 그때 대숲이 잘려나갔더라면 태화강은 황폐한 수로로 전락하고 말았을 겁니다.”
결국 건교부도 1995년 11월 태화강의 명물인 십리 대숲을 보존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일을 계기로 건교부는 아예 하천법을 바꿔 하천에 나무심기를 허용하는 기준을 마련했고, 그에 따라 태화강 둔치엔 더 많은 식수가 가능해졌다. 주택지로 개발될 뻔한 ‘태화들’도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태화들 역시 태화강 보존의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태화강보전회를 주축으로 울산 시민들이 ‘태화들 한평사기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이 일대를 태화강 둔치에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 1단계 생태공원 조성사업이 끝나면서 태화강을 따라 태화지구와 삼호섬지구에 14만5000㎡의 공원이 새로 조성됐다.
공원에는 7만8000㎡ 규모의 대숲이 들어섰고 이를 중심으로 대숲 체험로, 산책길, 십리대밭교, 태화강전망대 등이 설치됐다. 내년 상반기에 2단계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실개천, 물놀이장, 야외무대,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이 새로 조성돼 시민 품에 안기게 된다. 태화강을 보존하기 위한 이 회장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대학에 몸담은 그는 ‘태화강환경조사 및 보전대책연구’ 등 20여 권의 보고서를 발표했고, ‘태화강은 흐른다’ ‘환경공학’ 등 5권의 저서와 수자원 환경관련 논문 40여 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 받아 지난해엔 푸른울산21환경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태화강 살리기 운동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울산 시민들을 만나면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한다. “태화강이 살면 울산이 살아나고, 울산이 친환경적으로 거듭나야 개발시대의 부끄러운 환경파괴 역사를 씻을 수 있습니다.”■ (끝)
첫댓글 우와~ 태화강보전의 힘이 막 솟는데요 회장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