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꽃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https://namjung53.tistory.com/632
사전은 ‘나이’를 “사람이나 생물이 나서 살아온 햇수”라고, ‘늙다’를 “나이를 많이 먹다”라고 정의한다. 살아온 햇수가 많으니 ‘늙다’라는 단어에는 “오랜 시간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알고 노련하다”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으리라. 시인은 시집 《다산의 처녀》에서 <늙은 꽃>을 수록하며 세상에 늙은 꽃이 없듯이 사람 또한 늙은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존재 그 자체로 이미 눈부신 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버린다. “목숨이란 순간을 피우는 눈부신 꽃이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4년 11월호의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