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8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그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노출된 정보는 많지 않다. <용가리>(1999) 당시 국내외의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렸던 심형래 감독으로서는 결과로 승부를 보고 싶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과 억측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디 워>에 관한 10개의 궁금증을 풀이한다.
이무기 베일을 벗다
Q1. 이무기 캐릭터는 어디서?
<디 워>는 ‘이무기 전설’을 모티브로 한다. 하지만 극중 이무기의 모델은 맹독성 강한 코브라다.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의 대결이 기본 구도지만 악한 이무기의 비중이 높다는 데 착안한 결정이다. 심형래 감독이 직접 캐릭터 밑그림을 완성했고 모델링 단계를 거쳐 3D로 구현했다. CG팀은 뱀의 움직임을 컴퓨터에 입력해 이무기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했다. 한국적인 캐릭터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 괴수물과 달리 불을 뿜거나 꼬리에 파괴력을 부여하는 건 피했다. 대신 매끈한 머리에 돌기를 넣어 날카로운 각을 만들었고 그 옆으로 뾰족한 형태의 짧은 날개를 달아 공격성을 강조했다.
Q2. 이무기 움직임은 실제인가 허구인가?
CG팀의 주력 작업은 이무기의 움직임이나 습성을 최대한 실제적으로 구현하는 것. 허구의 이야기지만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성해 장르 안에서 나름의 논리를 구축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실제 뱀을 잡아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뱀이 똬리를 틀 때 타원으로 몸을 감는 등의 특정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무기가 빌딩을 타고 올라가는 장면에서 US 뱅크타워를 배경으로 삼은 건 타원형으로 이뤄진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뱀의 실제 움직임상 사각형의 건물을 타고 올라간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Q3. 고지라와 뭐가 다른가?
이무기와 고지라는 무차별적인 파괴를 일삼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태생은 아주 다르다. 고지라가 환경재앙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돌연변이라면 이무기는 전설 속에 나오는 판타지 캐릭터다. 고지라가 목적 없이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면 이무기는 자기 나름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용으로 승천하기 위한 여의주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파괴행위를 일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지라의 공격이 대상을 가리지 않는 대신 이무기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대상에게만 공격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Q4. 왜 서울이 아닌 LA인가?
<디 워>는 애초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었다. 배경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을 찾는 건 그래서 당연했다. 미국만 한 데가 없었다. 가장 큰 영화시장일뿐더러 공간에 대한 인지도도 현저히 높아 보편성을 얻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먼저 생각한 곳은 뉴욕이었다. 문제는 9·11 테러 여파로 폭력이나 파괴가 나오는 영화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 이는 <디 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큰 고민 없이 찾은 다음 행선지는 LA. 친밀도를 따지자면 LA도 뉴욕 못지않다. 특히 세계영화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가 있어 미국 배우가 스탭들이 참여한 <디 워>로서는 촬영협조를 구하기 용이하다는 부수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디 워>를 둘러싼 소문과 진실

Q5. 제작비 300억? 700억?
일부 매체를 통해 <디 워>의 제작비가 한국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700억 원이라고 보도됐다. 그러나 배급사 쇼박스가 밝힌 제작비는 300억 원 규모다. 이는 설비, 기술 투자비 등을 제외한 순수 영화제작에 소요된 비용만 산정한 금액이다. 2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으로 알려진 것은, 심형래 감독이 "<디 워>를 순수 한국기술로만 제작하게 될 경우, 7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실제 제작비로 와전돼 보도됐다는 것이 영구아트 측 주장이다.
Q6. 6년씩이나 뭘 했나?
<디 워>에 대한 아이디어는 <용가리>(1999) 개봉 당시에 나왔다. 본격적인 시나리오작업에 들어간 것이 2001년. 그리고 2004년 8월까지 약 4년간 미니어처, 캐릭터 구현, 폭파 모델링, 그리고 테스트 촬영 등 사전작업을 마무리했다. 촬영은 2004년 9월 시작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2005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진행했다. 촬영과 병행해 CG작업도 이뤄졌고 2006년 11월에는 AFM(America Film Market)에서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첫 기술시사를 열었다. 이후 색보정, 편집, 음악, 음향 등 후반작업을 거쳐 2007년 5월 6년 만에 최종본을 완성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유기적으로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프리프로덕션과 CG작업이 진행됐고 미국에서는 현지 촬영과 함께 후반작업이 이뤄졌다.
Q7. 특수효과는 A급 그러나 시나리오는 Z급?
베를린국제영화제 유로피안필름마켓(EFM)에서 <디 워>를 본 미국 ‘버라이어티’의 데릭 엘리는 ‘A급의 특수효과와 Z급의 시나리오가 만났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영구아트는 "데릭 엘리가 환생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동양인이 미국인으로 태어나는 설정을 두고 이야기상 가장 큰 결점으로 지적했다는 것이다. <디 워>의 제작진들은 서양인들이 환생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했다. 다행히 그 후 편집을 통해 꾸준한 수정을 가했고 최종 완성본으로 미국의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시사회를 가졌다. "사건 전개과정이 빨라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반응들이 있었지만 환생이란 개념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관객은 없었다"는 게 영구아트 측의 설명이다.
남겨진 궁금증들

Q8. 할리우드 A급 스탭의 참여?
<디 워>의 크레딧에서는 할리우드 대작영화에서 봤던 스탭들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2007)의 음악감독 스티브 자브론스키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의 편집감독 스티브 마르코비치가 그들. 이들과 접촉하기 위해 제작진은 CAA 같은 대형 에이전시를 찾아 필요한 스탭의 이력서를 얻었고 이를 통해 인터뷰를 거친 후 적합한 인물을 선택했다. 음악감독은 한스 짐머를 먼저 접촉했다. <디 워>의 데모 영상을 보냈고, 한스 짐머가 이를 맘에 들어 해 같은 회사(The Gorfaine)의 수석 작곡가 스티브 자브론스키를 추천해줘 성사된 경우. 스티브 마르코비치 편집감독의 경우, <디 워>의 가편집본을 본 후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편집이 이뤄질 경우 참여의사를 밝혀 역시 함께할 수 있었다.
Q9. 미국 1,500개 스크린 개봉?
"변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영구아트 측 전언이다. <디 워>의 미국배급을 맡은 회사는 ‘프리스타일’로 <일루셔니스트>를 미국 1,432개 스크린에 와이드릴리즈한 전력이 있다. 영구아트는 처음부터 미국의 배급규모를 1,500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미국시장에서 이슈화되려면 그 정도 규모에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모든 배급사를 접촉하며 의견을 물었고 그중 가장 적극성을 보인 프리스타일을 최종 파트너로 삼았다. 특히 "뉴라인 수준으로 네임밸류를 끌어올리기 원했던 프리스타일이 이를 가능하게 할 영화로 <디 워>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는 것이 영구아트 측의 설명이다.
Q10. <디 워>는 여전히 수정 중?
항간에 <디 워> 관계자들이 강남의 모 극장에서 수시로 영화를 보며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만큼 영화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 확인결과, <디 워>는 후반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스크린 상영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막을 넣고 프린트를 만들며 마케팅 단계에 있다는 것. 국내보다 조금 늦은 8월 말에 개봉하는 미국에서는 7월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이를 위해 심형래 감독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한국에서의 개봉관 규모는 저울질을 하고 있지만 8월 2일 개봉은 확정된 상태다.

시장은 넓고 소재는 무한하다
김민구 조감독, 전세영 영구아트 홍보팀장 인터뷰

이무기가 소재다.
전세영 : ‘이무기’는 한국의 전설에서 따온 소재고 그래서 신선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디 워>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리고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문화를 알린다는 차원에서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소재였다.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노렸다?
김민구 : <디 워> 같은 영화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SF영화를 만들 때는 소재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한국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장을 넓게 볼 경우 무한한 소재가 나올 수 있다.
총 몇 명의 인원이 투입됐나?
전세영 : 한국에서는 100명 가까이 되는 영구아트무비 직원이 모두 투입됐고 미국에서는 현지 스탭만 256명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엑스트라 분량 촬영이 많았는데 엑스트라만 300명이 투입될 정도였다.
<용가리> 당시 경험이 <디 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김민구 : <용가리> 때 지적됐던 의견을 흘려버리지 않고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래도 보면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용가리> 때보다 많이 진화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세영 : <디 워>의 제작에 6년이나 걸린 건 최대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작업에 임했기 때문이다. 개봉일을 확정한 상태에서 후반작업에 임해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던 <용가리> 때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필름 2.0 | 사진 김대영 허남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