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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감에서 국회에 제출된 경찰청 이적성 검토 목록을 계기로 경찰이 민간 통일운동을 사찰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경찰이 대학 학생회 및 정당, 노동조합의 내부 문건까지 입수, 이적성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사찰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단체의 이적성 검토에 법률 근거를 제공하는 국가보안법의 폐해도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5공화국까지 치안본부(현 경찰청) 산하 남영동 대공분실 내에 설치돼 있던 내외정책연구소는 지난 1998년 경찰대학 부설기관으로 변경, 설치됐다. 공안문제연구소는 경찰이나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이 의뢰하는 공안사건 관련 감정업무 처리를 주로 맡고 있다.
지난달 국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공안문제연구소는 3급비밀인 이적성검토 목록을 제출했다.
기자가 지난 15일 행자위 소속 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실을 방문, 2002년부터 2004년 8월까지의 이적성 검토 목록을 분석한 결과 충남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와 보안수사대는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동안 매해 평균 300여건이 넘는 문건과 간행물의 이적성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도 천안경찰서를 비롯한 충남지방경찰청은 8월까지 이적성 검토를 총 70여 차례나 공안문제연구소에 의뢰했다. 이들 문건 및 간행물들의 연구소 검토 결과는 모두 '무'로 나타나 이적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충남지방경찰청이 입수해 이적성 검토를 의뢰한 문건들 가운데 일부는 '내부 문건'이거나 개인 이메일 내용, 대회의 축사, 강연회 내용 등도 포함돼 경찰의 입수경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적성 검토 목록에 오른 문건들을 작성한 관련 단체들은 "경찰의 문건 수집과 이적성 의뢰 자체가 개인정보의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구태의연한 사찰행위에 다름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 이적성 검토 목록 단골 등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 통일위원회의 각종 문건들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이적성검토 목록에 자주 등장했다. 특히 현재 전교조 충남지부 통일교육국장을 맡고 있는 김태곤씨는 15차례 이적성검토 대상 문건의 작성자로 지목됐다.
2003년 3·4월에 천안경찰서는 전교조충남지부 통일위원회의 사업계획과 예산안, 통일위원회 가입 안내문, 이라크전쟁 해설자료 등을 공안문제연구소에 보내 이적성 검토를 의뢰했다.
올해 1월에는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2대가 통일위원회의 사업계획서에 대한 이적성 검토를 의뢰했다.
김태곤 국장이 토론용으로 작성한 전교조간부론은 올해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2대를 통해 이적성검토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는 천안경찰서가 김태곤 국장이 작성한 반전평화충남교사선언서명운동지, 반전평화수업자료 등에 대해 이적성검토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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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김기정 | 김태곤 전교조충남지부 통일교육국장은 "충남교육연구소에 개인 이메일로 보낸 원고까지 지난해 이적성 검토 목록에 적혀 있다"며 "경찰의 사찰이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줄은 몰랐다. 개인 이메일 해킹 가능성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청년단체, 통일운동단체, 정당도 포함
청년단체와 통일운동단체, 정당들의 문건들도 이적성검토 목록에 다수 포함됐다. 충남지방경찰청은 2001년 연기사랑청년회의 회보를 두 차례 이적성검토 의뢰를 했고 2002년에는 청년회의 회칙도 이적성검토를 의뢰했다.
천안아산통일연대는 지난해 주최한 정세강연회의 내용이 올해 초 이적성검토 목록에 올랐고 2001년에는 대전충남통일연대(준) 5-6월 사업계획서 초안의 이적성검토가 이뤄졌다. 2001년 6월에 개최된 천안·아산지역 6·15남북공동선언1주년기념대회 문건도 이적성검토 목록에 포함됐다.
설증호 천안아산통일연대 사무국장은 "문건이나 활동내용을 수집하고 이적성검토를 의뢰하는 것은 경찰 등 공안기관이 아직까지도 민간통일운동단체를 수사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을 반증한다"며 "경찰의 사찰행위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충남도연맹은 농민운동의 방향, 지역운동의 기초 등의 주제로 개설한 농민대학의 6개 강의 내용 모두가 지난해 이적성검토 목록에 포함됐다.
사회단체들 중에서는 대전NCC인권위원회가 펴낸 대전지역인권자료집, 대전산내학살희생자위령제가 각각 2001년, 2002년 이적성검토 목록에 게재됐다.
진보정당의 활동과 문건도 이적성 검토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2003년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이용길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위원장과 이경수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장이 말한 축사도 이적성검토 목록에 등장했다.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3대는 작년 8월 민주노동당 단국대학생위원회 회칙과 발족 선언문을, 조치원경찰서가 같은 해 11월 민주노동당 홍익대학생위원회 당원모임자료, 홍익대학생위원회 하반기사업계획서를 이적성 검토 의뢰했다. 올해 7월에는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2대와 4대가 민주노동당충남지부 학생위원회 발족 선언문 등을 이적성검토 의뢰했다.
보안수사대, "사찰은 없다"
이적성검토 목록에는 이밖에도 노래패의 노래가사나 대학교지 및 신문, 청년단체의 회보, 심지어 베스트셀러인 홍세화씨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도 포함됐다.
안병일 국가보안법폐지 충남연대 사무국장은 "이적성검토 목록을 통해 경찰의 사찰이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이 입증됐다"며 "경찰의 사찰행위 중단과 함께 이적성 검토의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이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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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폐지 충남연대 결성 기자회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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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윤평호 |
|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문건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이적성검토를 의뢰한다"며 "이적성검토의 대상이 되는 문건이나 각종 자료들은 합법적으로 공개된 것들만 수집할 뿐 해킹이나 사찰 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내년 초 공안문제연구소를 치안연구소로 통·폐합하고 경찰, 검찰, 국정원으로부터 의뢰받은 문건 및 간행물에 대한 이적성 감정 업무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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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도 이적성검토 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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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동문회·총학생회 회칙도 이적성검토 의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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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한총련에 가입한 총학생회나 대학들의 문건들은 이적성검토 목록에서도 곧잘 등장했다.
올해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2대는 고려대 서창총학생회의 수련회 문건을 이적성검토 의뢰했다. 지난해는 대전지역한총련농활대, 배재대농활추진위원회, 홍익대총학생회의 농활관련 문건이 이적성검토 목록에 포함됐다.
2003년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2대는 대전지구대학총학생회연합(준)의 광주민중항쟁교양자료집과 5·6월 사업계획안을 이적성검토 의뢰했다. 고대서창 동아리연합회의 노동절 문건과 대전대문과대학생회의 새내기배움터 자료도 지난해 이적성검토가 이뤄졌다.
같은 해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4대도 공주교대총학생회의 회칙에 대해 이적성검토를 의뢰했다.
2002년에는 대전대와 한밭대, 단국대의 교지와 한남대 민주동문회 회칙이 이적성검토 목록에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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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313호'에도 실렸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