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이기를 포기한 미운오리...캐츠비...
캐츠비를 보게되건 우연이었다...
내 여자친구는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나는 나름 약사라는 라이센스를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사회의 발을 내딛기를 주저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과정 중인 대학원생...
여자친구는 밤낮없는 근무 시간때문에...나는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실험 스케쥴 때문에...
사회생활하면서 연애하는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커플은 유난히 여유있는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
700일간을 알고 지낸 지금의 여자친구...
여자친구와 영화 한번 볼려면 만나기 전에 각자 식사를 때워야 하고,
영화가 끝나면 서로의 집으로 가기 바빠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 영화시간과 우리 스케줄이 맞질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설레는 맘으로 영화 시간표를 확인 하고는 함께 한숨을 깊이 한번 쉬어주고 영화관 근처 비디오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우리...ㅎ
지나간 영화를 한편보고는 감동도 없이 그저 만났다는데 의의를 두고 채워지지 않은 마음을 한탄하며 집으로 돌아온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데이트 같은 데이트를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들쑥 날쑥한 그녀의 off...뭐 실험을 하루쯤 접더라도 여유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결심하고
오랜만에 잡힌 그 녀의 off에 맞추어 11월 6일 화요일로 데이트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는 둘이 함께 해보지 못한 무언가를 하기위해 생각 끝에 공연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있는 시간이 많은 나이기에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뒤지기를 시작...
단순한 액션영화나 코믹, 멜로를 식상해 하는 나이기에...
공연을 찾으며 내내 뭔가 의미가 짙은 공연을 찾기를 소원하며 서핑을 했다...
함께 보는 첫 공연이기에 좀 더 의미있고 좀 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
클릭!클릭!...별 내용없는 일간신문을 보듯 여러 공연들이 넘어 갔다...
잠깐...
한 공연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간절해 보이는 고양이의 키스...그 등 뒤에 달린 나비날개...
'위대한 캣츠비...'
평소에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였을까...
사진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보라빛의 그림...
뭔가 모르게 내 시선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하게 했다...
그리고는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무언 가를 선택 하는 것은 먼저 경험을 한 선배들(?)의 후기, 댓글이 가장 큰 선택의 요인이 된다.
그러기에 나 또한 공연을 먼저 본 분들의 후기를 볼 수 밖에...
여러 후기를 읽어 본 뒤 더욱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예매를 서둘렀다.
그런데...학교 서버의 문제 인지 내 노트북의 사양이 나쁜 건지...
인터파크도, 옥션도 하나같이 예매가 안되고...
간신히 잡은 그녀와의 약속 날짜...그 날이 되기까지 내 노트북은 그렇게 속을 썪히더니만 결국은 예매를 못했다...
어쨌든 만나기로 한 날은 다가오고...
불안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혜화역 2번 출구의 티켓링크에 먼저 도착...
다행히도 아직 남은 좌석이 있었다.
나름 오랫동안 진행해온 공연이어서 그런지 할인 혜택도 다양했다...^^
감사하게도 30% 할인을 받아서 28000원으로 공연을 관람!!
좌석표로 바꾸고 나니 마음도 안심되고 만나기로한 그녀가 더욱 기다려졌다...
함께 공연을 보는 내내 함께 웃고 함께 울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느낌을 느낀다는 것이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의 모습을...
캣츠비와 하운두...페르수와 선...몽부부와 부르독...그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는 것...
배우들의 연기가 마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공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대사 하나하나가 놓치기 아까운 창밖 가을 풍경 같았다...
특히나 선이 캐츠비의 피투성이 주먹을 감싸고 했던 그 말...
선 : "따라해봐요...눈..."
캣츠비 : "눈..."
선 : "코..."
캣츠비 : "코..."
선 : "입..."
캣츠비 : "입..."
선 : "귀.. 팔.. 다리..!!! 심장!!콩팥!!손가락!발가락 하나도 빠짐없이 갯수대로 다말해!!......내꺼야... 내꺼라구 당신!! 당신 모든게 내꺼라구!! 내가 주인이에요!! 허락없이 마음대로 털끝하나 상처입히지 말란 말이에요!!! 내가 용서 못해!!! 알아들어요?!!"...
대사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 장면에서 함께 마음 아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누군가를 좋아해본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차마 선을 바라 보지 못하고 했던 캣츠비의 독백...
" 너라면 사랑을 버리지 않아도 살 수 있을것 같아..."
실제 캣츠비가 저 말을 한 순간 선에 대한 감정이 간절하지 않았더라도
저런 말을 할 수 있고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경이 생겼고...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는 갈망하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가진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줄 알고 사랑을 할 줄도 아는...
자신이 백조인줄 모르는...
평범한 내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내가 닮아 가고 싶게 하는 캣츠비...
가슴 속에 기쁨을 가득 가지고 있는...
슬픔이 어울리지 않지만 누구보다 많은 슬픔과 고민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사랑스러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누군가를 백조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캐츠비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가여운 선...
비록 극중 가장 큰 악역을 차지하게 되버린...
하지만 극을 바라보는 나에게 내내 가장 많은 매력을 느끼게 하고 많은 웃음을 주는...
누구보다도 미친듯한 사랑을 하는...
현실의 사람들은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로선 그 모습을 미워하기보단 안타깝게 했었던...
검은 마음과 하얀 사랑을 동시에 가진 하운두....
보는 내내 마음을 불안하게 했었던...
그저 속물로만 여기게 되고...괴물로만 보였던 그 녀...
알 수 없는 말로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이야기를 자꾸 뒤엉키고 있었던 그 녀...
하지만 결국은 가장 큰 희생과 가장 큰 상처를 지닌...
사랑하고픈 사람을 바라만 멀리서 보아야만 했고...그 사랑에게 괴물로 천시 받아야했던...
찢어진 날개를 가진 불쌍한 천사...페르수...
그리고...아직 끝나지 않은 캣츠비의 사랑이야기...
언젠간 날개를 활짝 필 백조가 된 캣츠비와 그 동료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에 악역은 없는 듯하다...
모두가 나의 모습이고...나의 사랑방식이기에...
공감하고 가슴아파할 뿐 그 누구도 판단 할 수가 없기에...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뒤늦은 설레임과 흥분을 느꼈다.
단순히 둘만의 시간을 갖고자 보게 되었던 공연...
나도 나지만 여자친구는 더욱 더 큰 기대가 없는 공연있었을 것이다...
둘이 뭔가를 한다는 생각이 앞섰을 것이고 일기에 쓸 이야깃 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기회였을지도...
어쨌든 캣츠비가 남긴 여운이 크다...
돌아온 다음날 수소문해서 원작을 밤새 공연을 떠올리며 하나하나 곱씹었고
주인공들의 가슴메이는 노랫소리가 아른거려서 홈페이지의 배경음악을 듣기위해
하루에 몇번씩 인터넷 창을 띄웠다...
미니홈피에는 한꺼번에 올라갈 수 없는 원작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캡쳐해서 실어보았고...
극중 대사들을 혼자 여기저기 적어두고는 혼자 그 감동에 젖어본다...
원작 만화가 주는 감동은 고갱이나 밀레의 그림 같다면...
뮤직컬 캣츠비는 고흐의 그림 같다고 하고 싶다...
여자친구와의 700일째의 데이트같은 데이트 하기 목표는
본의 아니게 많은 것을 안겨준 기회가 된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고 싶은 musical 위대한 캣츠비...
즐거움과 감동...그리고 설레임과 묵상을 같게한 배우분들과 준비한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하고 싶다...^^
후기를 마치면서 감동에 젖었던 그 장면을 원작에서 한번 발췌해 보았다...
바로 이 장면....
사족... : 누가 들으면 비웃음을 남길 이야기지만 선의 모습에서 나는 지금 나의 여자친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매번 내게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그 녀...26살 동갑내기 그 녀...가끔은 철없어 보이고 그 저 아무것도 모를것같은 그 녀...나 힘들땐 다 말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이 힘든 모습은 숨기려하는 속깊은 그 녀...힘들고 외로울 때 내게 기쁨이 되고자 많은 애를 쓰는 그 녀에게 오늘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왠지 찡해요 ^^; 끝까지 예쁜사랑하세요~~~~
우선은 정정할꺼 정정하고=ㅁ=... 캐츠비(x), 페리수(x) / 캣츠비(o), 페르수(o)....^^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선의 대사에서 모두들 가슴한켠이 찡할꺼예요...^^ 두분이 좋은 시간 보내셔서 다행이네요... 후기 잘읽었어요...^^ 후아... 이거 견디지 못하고 달려갈듯 하네요...ㅎ
^^정정할게요~~세심한 배려 감사하네요^ㅁ^
이 작품엔 악역이 하나도 없다라는 말...........완젼 맞아요!!!!!!!!!!!!!!!!!!!!!!!!!!완젼 공감 천퍼센트!!!!!!!!!!!!!!!!다...그냥 너무나 사랑한 것 뿐인데.........그래두 종민님은 우리 위캣의 주인공들처럼 너무 맘 아픈 사랑말구 예쁜사랑 계속 이어나가세요^^
후기읽으면도 가슴이 찡함은 왜일까요? 좋은시간보내셔서 넘 기뻐요^^ 앞으로도 캣츠비 많이 사랑해주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