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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광주한빛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가자산으로
☆ 탐방코스 ; 탑산사/휴양림→ 석굴암/좌측길→ 대장봉/억새길→ 연대봉→ 봉황봉→ 장안사
정남진물축제의 주 무대인 생태공원을 빠져 나와 용산면을 거쳐 차로 15분 달려 도착한 곳은 장흥의 명산 천관산이다.
지리산과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더불어 호남 5대 명산에 손꼽히는 천관산은 웅대하진 않지만
언제나 넉넉한 우리네 어머니 품처럼 늘 포근하다.
특히 꼭대기 부분에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은 모습을 보고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 같다 하여
천관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산에 오르면 남해안 다도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지고 북으로는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제암산,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맑으면 먼 바다로 제주도 한라산까지 그 당당한 위용을 드러낸다.
또 능선을 따라 흐른 기암괴석은 자연조형물의 전시장 같이 펼쳐지고
정상부근에 다가 설수록 130만㎡의 억새평원이 장관을 이뤄 매년 가을 이 곳에서 천관산 억새재가 열리기도 한다.
산 중턱에는 신라 애장왕 때 영통화상이 세운 천관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법당, 칠성각, 요사 등만 남아 아쉬움을 더한다.
여기에 천관사 3층석탑 (보물795호), 석등(전남 유형문화재134호), 5층 석탑(135호) 등
장흥의 찬란한 옛 역사를 짐작케 하는 문화유적들이 아직도 현존하고 있어 아이들의 역사학습장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장흥이 간직한 육.해.공 천혜의 자연을 감상하려면 천관산에 올라 보자.
천관산이 품은 풍부한 자연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정훈 기자 blacky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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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낳은 장흥의 억새소리
장흥 천관산 억새
일렁이는 억새밭 위의 창공으로 패러글라이더들이 새처럼 날아다니는 능선.
꼭 가보고 싶은 가을 천관산의 정경이다.
“천관산 억새 정말 멋지던데요. 얼른 가 보세요.
” “바위 꽃이 삐쭉삐쭉 솟아 임금님 모자처럼 생겼다는 산 말이죠?” “네. 맞아요.
지금 억새가 피어 장관이어요.
” 20대부터 전국의 산을 훑기 시작해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명산대천을 다니시는 답사 여행사 사장님의 말씀은 늘 정확하고 고맙다.
천관산은 전남 장흥에 있는 바위산이다.
벼가 누렇게 익고 있는 들판을 지나고 탐진강을 건너 관산읍에 이르니
멀리서도 성냥개비처럼 솟은 바위들이 보인다. 한눈에 봉우리임을 알 수 있다.
천관산은 남도 제일의 지리산을 비롯해
아기단풍이 많은 내장산, 바위덩어리 월출산, 처녀림을 간직한 내변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에 속한다.
길쭉한 바위들이 막대기처럼 솟아 있는 모습이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 해서 천관산이라 불린다.
정상 능선은 억새가 많이 덮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의 수염처럼 억새가 희다.
환희대와 연대봉을 잇는 1km 정도의 능선을 비롯해 서쪽의 구룡봉에 이르기까지
억새가 폭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10월 중순, 하순이 절정이다.
일렁이는 억새밭 위의 창공으로 패러글라이더들이 새처럼 날아다닌다.
다도해에 면한 가을 천관산의 정경이다.
바위들은 수석전시장처럼 무리 지어 솟아 있다.
남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은 사나이에게 활력과 기개를 불러 넣어 주는 풍경이다.
천관산 억새풀은 장흥이 낳은 소설가 한승원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청년 시절 천관산 자락에 있는 천관사에서 글 공부를 할 때 들었던
슬픈 억새 소리를 생각하며 쓴 소설이다.
나에게 장흥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적에 “워매 장흥으로 넘어가 부렀어야”라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읍내 주막 등에서 혈기방자한 청년들이 취중에 싸움을 벌여 당사자들끼리 해결을 보지 못하고
광주 지방법원의 지원이 있는 장흥으로 소송 건이 넘어가
누군가가 곧 징역살이를 하게 됐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청준의 ‘이어도’ , ‘당신들의 천국’, 한승원의 ‘목선’ 같은 작품들 덕분에 장흥은
이제 공포가 아니라 푸근한 문향의 이미지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 두 소설가가 태어난 곳이 천관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회진면 포곡리와 신상리 해안마을이다.
갯마을과 포구, 그리고 듬직한 천관산은 이들의 유년시절을 살찌워 준 영감의 창고였던 것이다.
등산은 장천재 코스가 대표적이다.
장천재는 조선시대 실학자 존재 위백규 선생이 학문을 가르치던 곳이다.
‘재(齋)’는 고개가 아니라 제사를 올리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뜻이다.
원래 조선시대 위씨 성을 가진 한 하급관리가 이곳에 모친의 묘각을 세우고
제사를 지낸 데에서 장천재라 했지만 훗날 위백규의 연구소 겸 강의실로 쓰였다.
장천재에는 범상치 않아 뵈는 소나무가 삐뚜름히 서 있다.
주민들은 이 나무가 우는 소리로 날씨 예측을 했다고 한다.
600년이 넘은 소나무다. 체육공원을 지나면서 본격 등산이 시작된다.
활엽수림과 조릿대숲을 지나 40분쯤 오르니 전망이 확 트인다.
회진포도 시야에 들어온다.
그런데 계곡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는 바람 소리가 마치 용의 포효처럼 굉장했다.
떡갈나무 잎은 고물상 집 녹슨 지붕처럼 이울고 있고,
바람은 계속 원시 울음을 울어대는 산길, 먹장구름이라도 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노승봉에 이를 즈음 신기란 바위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대세봉에 이르자 육중한 바위들이 장수들처럼 무리 지어 서 있다.
군기가 바싹 든 군인들의 기세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한승원 작가의 가슴을 절절이 울렸던 억새가 천지사방에 깔려 하염없이 나부낀다.
환희대에 오르면 고생 끝이다.
환희대(720m)는 대장봉의 다른 이름으로 모든 것을 성취하고 환희를 얻게 해 준다는 평평한 바위다.
환희대에서 정상인 연대봉(723m)까지 1km 가량 고운 억새길이 열려 있다.
구룡봉(675m)쪽도 역광을 받아 희끗희끗 빛이 난다.
연대봉은 연기를 피워 올리던 봉우리, 즉 봉수대다.
지금은 돌을 튼튼하게 쌓아 올려 옛 면모를 되찾았다.
조선 초기에 연기나 불을 피워 국가의 위급한 상황을 중앙정부에 알리던 긴급신호 시설이다.
봉수대에서는 득량만과 회진 포구, 노력도, 완도군의 조약도 고금도 등이 시원하게 보인다.
천관산 등산 코스는 크게 장천재, 천관산 자연휴양림, 탑산사 코스가 있다.
어디로 오르든 4~5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장천재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면 정상에 갈 수 있다.
천관사쪽에서는 20~30분 더 걸린다. 탑산사, 휴양림 쪽에서 연대봉까지는 각각 1시간 30분 걸린다.
탑산사는 해발 300m 중턱에 있으며 자동차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