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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16 - 로봇축구대회 1
S#1. 캠퍼스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99년 카이스트 로봇 대회]
지나가던 학생 두엇이 걸리고 있는 현수막을 구경하며 뭔가 얘기를나누는데..
그 위로 들리는 만수의 중계 목소리.
만수 : (E) 드디어 1999년도 카이스트 로봇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시합에는 세계 대회의 진출권이
달려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올해 로봇 세계 대회는 브라질에서 개최됩니다.
(브라질 음악을 입으로 소리내고..)
S#2. 이교수 랩
만수가 부지런히 타자를 쳐대고 있고 그 위로.
만수 : (E) 그런데 불행하게도 세계 진출권은 최우승팀, 딱 한팀에게만 주어집니다. 나머지 팀은? 2등은? 물론 꽝입니다. 꽝!
최후의 승자. 딱 한팀만을 뽑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
S#3. 도서관 내부
학생들 몇이 모여 내기를 하고 있다.
한 학생이 수첩에 이름을 적고 있고 둘러선 학생들이 떠들고 있는 모습. 그 위로..
만수 : (E) 내기라면 시험치다가도 달려드는 우리 카이스트 학우들 사이에 또 다시 내기 열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S#4. 이교수 랩
만수 열심히 치고 있다.
만수 : (E) 현재 내기의 초점은 세 팀으로 압축되고 있습니다.
만수 고개를 주욱 빼서 컴퓨터 저쪽을 본다.
그 곳에서는 명환과 중희 등이 모여서 로봇축구를 작동해보고 있다.
만수 : (E) 첫 번째로 꼽히는 팀은 단연 허리케인팀. 다년간의 연륜과 최고의 기술로 무장된 최고 학력을 자랑하는 허리케인!
명환이 신경질적인 얼굴로 프로그램을 작동시켜보는 얼굴 위로..
만수 : (E) 그 팀장은 또 그야말로 최고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정명환군. 현재 약혼자와의 데이트도 미루고
축구 로봇에 매달려 있습니다.
S#5. 또 다른 랩
용재와 몇몇 학생이 로봇 축구를 손보고 있는 모습 위로.
만수 : (E) 두 번째 우승후보는 작년도 교내대회 우승팀인 베스트팀입니다. 베스트팀은 말그대로 베스트팀원들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잘생긴 이용재군을 팀장으로 해서 더욱 잘생긴 팀원들이 좌청룡우백호를 이루고 있습니다.
S#6. 복도
만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앞에는 녹음기의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는 황경. (학교 방송사 리포터)
황경 : 허리케인팀이나 베스트 팀은 대학원생 위주의 팀이지요? 약점이 있다면 뭘까요?
만수 : 이번 카이스트 대회의 사회를 맡은 저, 정만수가 세미나시간을 희생해가며 철저히 조사 분석해본 결과에 의하면
에.. 팀원들이 대학원생들이다보니까 나름대로 자기 연구에 무지하게 바쁠거 아닙니까?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로봇을 만지고 있을 시간이 적었다.. 요게 가장 큰 약점이 되겠습니다.
S#7. 구내식당
민재와 채영, 정태가 밥을 먹으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교내 방송이 들리고 있는 중.
만수 : (E) 세 번째 팀은 역시 미스터팀을 지목해야겠군요. 학부생팀으로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팀이지요.
황경 : (E) 미스터팀에게도 약점이 있을텐데요.
만수 : (E) 물론입니다. 대단히 치명적인 약점이 있고말고요.
황경 : (E) 뭘까요.
만수 : (E) 돈이 없어요.
민재 : (쓰게 웃는다)
만수 : (E) 돈이 없다보니까 몸으로 때우고 있는 팀이라고 할까요. 특히 회장자리에서 물러나서도 아직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이민재 전회장의 구호가 뭐냐..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어디서 많이 들었던 소리죠? 요것이 군사문화가 득세할 적에..
민재 : (숫가락을 놓는다. 열이 받기 시작한다)
황경 : (E) 요기서 끊겠습니다. 네에 감사합니다. 이상 황경기자였습니다. (이하 음악이 들리고...)
채영 : (민재에게 숫가락 들어주며) 먹어. 인기스타의 비애라구 생각해.
정태 : 틀린 말 없잖아. 돈이 없어서 몸으루 때운다.
민재 : ...내가 몸만 가지고 때운다고 생각해? 로봇 축구가 몸만 가지구 할 수 있는거라구 생각해? 그래?
S#8. 동아리방
정태가 화이트 보드 앞에 서있고, 그 앞에는 민재 채영 재명 옥주 마이클이 모여있고...
정태 : 임시로 미스터팀의 군사고문을 맡은 나 김정태가 분석해보자면...
채영 : 군사고문?
정태 : 제갈공명 몰라?
채영 : 그럼 민재는 유비야?
정태 : 유비는 재명이지. 민재는 관우.
채영 : 그럼 내가 장비야?
민재 : 야야 진도 나가. 진도.
정태 : 그래. 진도 나가서... 우리 팀은 최고의 무기 두 개를 가지고 있어. 첫째는..(칠판에 '내접기어'라고 쓴다)
이것이야말로 돈이 없어서 몸, 그중에서도 머리로 때운 이민재 일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지.
재명 : 맞어. 민재 형 대단해.
민재 : (한 손을 들어 보이는..)
정태 : 또 하나의 무기는 (칠판에 296이라고 쓴다) 296 마이크로 모션 콘트롤러 칩. 이건 채영이의 프로그램 실력이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꿨을거야.
채영 : (양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어보이는)
정태 :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직 다른 팀에서 이 두 개는 생각도 못하고 있어. 허리케인이나 베스트팀이나 마찬가지.
그래서 결과. (잠시 침묵하여 돌아보더니..씨익 웃고) 이번 우승은 아무래도 우리팀인 거 같아.
모두 와아 소리를 지른다.
마이클과 재명, 옥주는 서로 악수를 해대고.. 채영 민재를 퍽퍽 치며 축하한다.
민재 : (좋지만..) 아직 시합은 시작도 안했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의미에서 정확도 테스트 한번만 더해보자.
아이들 우우우....
S#9. 석학의 집
미순이 학내신문을 들여다보며...
미순 : 아무래도 허리케인팀이 세긴 제일 세지 않을까아.. 거긴 박사과정이 둘이나 있다고 하잖어.
진영 : 그래도 의리가 있지. 우린 미스터 팀애들하고 제일 친하잖아요. 그러니까 응원을 하면 그애들을 해야 되지 않겠어요?
미순 : 그러니까 넌 미스터다 이거지. 얼마 내기할까?
진영 : 언니는요
미순 : 나.. 베스트.
진영 : 거기가 실력이 좋대요?
미순 : 이름이 좋잖어. 베스트. 베스트래잖어.
진영 : 얼마 내기요.
미순 : 가만 있어봐. (신문 다시 보며) 허리케인이 나을까.. 이것두 이름이 박진감 넘치단 말여...
진영 : 아이구참.. 무슨 시합을 이름 가지구 해요? 그 팀이 어떤 기술을 얼마나 가지구 있나.. 그런 걸 보구 결정을 해야죠.
미순 : 무슨 기술?
진영 : 로봇이 얼마나 힘이 센가. 얼마나 빠른가. 얼마나 정확한가.
S#10. 로봇 작업실
경기장. 로봇 세대와 서너개의 종이컵으로 장애물이 설치되어있다. 그 앞쪽에 공이 놓여있다.
반대 진영에 서있는 로봇.
박교수와 남희, 정태를 뺀 미스터 동아리 아이들이 둘러서있다.
박교수는 흥미진진해서 구경중이다.
채영 : (컴 앞에 앉아서) 준비됐어?
재명 : (로봇 배치를 끝내고) 오케이.
채영 : (엔터키를 치면)
반대진영의 로봇이 달려와 공을 차는데.. 그 공은 전혀 장애물에 닿지 않고 정확하게 골인이 된다.
아이들 환호성을 지른다.
박교수 : 호오.. 이거 거의 호나우도잖아.
마이클 : 싸부님. 봤지요 봤지요. 퍼팩트하지요.
박교수 : 이 정확도가 바로 296 칩 때문이다 이거지.
민재 : (만족해서 교수에게 꾸벅 절하며) 교수님 덕분입니다. 교수님께서 컴파일러를 빌려주셨잖습니까.
박교수 : 아냐아냐 컴파일러 있다고 아무나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아니지. 신형칩인 만큼 연산능력이 빠르긴 하지만
그만큼 프로그래밍이 어렵단 얘기잖아. 대단해. 훌륭해. 멋있어. 수고했어.
민재 : (만족해서 채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 친구 작품입니다. 현재 296 칩에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프로그래머거든요.
마이클 : 나도 도왔어요. 나도 했어.
민재 : 알어. 너두 장해.
박교수 : 호오.. 근데 방금 유일한 프로그래머라구 했나..
민재 : 예?
박교수 : 한 팀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어디드라..
옥주 : 허리케인이요? 거기 선배들도 이 칩 써요?
박교수 : 아냐. 그런 이름이 아니었는데..
재명 : 베스트 팀입니까?
박교수 : 아냐 더 화려한 이름이었는데... 화려.. 뻘건.. 그래그래. 레드존이라고 하든가. 거기 애들두 이 컴파일러 빌리러 왔었어.
민재 : 빌려주셨어요?
박교수 : 내가 뭐 컴파일러 공장 하냐. 이교수님께 가보라고 했거든. 거기서 빌렸을걸?
S#11. 이교수 연구실 앞 복도
만수가 뭔가 먹으며 보는...그 앞에는 민재와 채영.
만수 : 레드존?
민재 : 어. 거기서 296칩의 컴파일러 빌려갔어?
만수 : 레드존이 워디여.. 아아 그 학부생팀?
민재 : 빌려갔어?
만수 : 어. 저번에 와서 빌려간 게 그건가?
민재 : 빌려갔구나. 걔들 그걸로 프로그래밍한대?
만수 : 모르지. 프로그램이야 각 팀의 일급비밀이잖어.
채영 : 만수선배는 카이스트 정보통이래매. 것두 몰라?
만수 : 마. 난 이번 대회의 사회자야. 사회자는 물론 각 팀의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어야 되지.
그런데! 그 비밀을 함부로 흘리고 다닌다는 건 이건 공인으로서의 양심 문제다 이거다.
채영 : 그래서 모른단 얘기지?
만수 : ....그렇지. 그러나아..
민재와 채영은 이미 돌아서 가며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다.
만수 : 야야.. 좀 더 길게 물어봐. 정보 이용료는 안 주냐?
S#12. 로비 쪽
민재 채영 걸어오며..
채영 : 신경 쓰지마. 레드존이라면 저번에 우리하구 시범경기 한 팀이잖아. 3학년 정진수인가.. 걔가 팀장이구..
민재 : 맞어.
채영 : 아이구 걱정을 마셔. 그 때 우리가 5대 1루 이겼잖어. 걔들 로봇 빌빌대구, 가다가 멈추고, 지들끼리 엉키구
난리부루스였잖아. 이교수님께서 막 화내구.. 야야 무시해두 돼.
민재 : (멈추더니 한곳을 보며) 양반이 못 되는군.
채영도 보면 저만치서 진수와 대욱이 걸어오고 있다. 이쪽을 발견하더니..
진수 : 안녕하세요. 채영이 누나 잘되가요?
채영 : 니들 잘 만났다. 느네 레드존팀이지? 콘트롤러 칩 뭐 쓰냐?
진수 : 하하 누나. 그건 피차 비밀 아니에요?
채영 : 시합이 내일 모레야. 지금 서로 알아봤자 소용없잖아. 뭐 써?
대욱 : 아아. 이 여자가 바로 그 악명높은 박채영이야?
채영 : 뭐야?
진수 : (대욱을 막으며) 누나가 그렇게 물어보는 거 보니까 무슨 얘길 듣구 그러는 거 같은데..
채영 : (이미 진수에게는 관심이 없이 대욱에게)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대욱 : 댁이 그 악명높은 여자냐.. 이렇게 물은 거 말이유?
채영 : 너 몇학년이야. 몇살이야.
대욱 : 처녀가 남의 남자 나이는 알아서 뭐하시게?
채영 : (우욱 해서 앞으로 나서는데)
민재 : (막아서며) 너 진수하구 같은 학년이냐. 그럼 선배한테 그런식으루 말하면 안되지.
대욱 : (민재를 보며) 형님두 이 여자 옆에서 쥐어박히구 사는 남자 중에 하납니까?
민재 : 뭐?
대욱 : 소문이 그렇든데요. 박채영이라는 여잔지 남잔지 구별이 안 가는 사람이 있는데.. 도대체 남녀유별도 모르고..
성격은 포악하고..
채영 : 너 계속 말루 할거야. 주먹으로 할거야.
민재 : (겨우 채영을 잡고) 됐어. 말루 해. 말루.
진수 : (얼른 대욱을 끌어가며) 누나 이해해. 이 친구 좀 보수적이라서 그래. 야 가자. 어?
대욱 : (끌려가며) 이상하네. 생기긴 그냥 여자같이 생겼잖아.
채영 : 야 이 자식아. 너 일루 와. (민재에게) 이거 좀 놔봐...
S#13. 동아리방
정태와 지원이 앉아서 복사물을 보고 있는데 민재와 채영이 들어선다. 채영은 너무나 화가 나있다.
민재 : 왜 나한테 화를 내구 그래.
채영 : (가방을 의자에 냅다 던지며) 너 눈 없어? 귀 없어? 그 자식 하는 짓거리 보구 들었잖아. 그런데 날 잡어? 왜 나를 잡어!!
지원 : 왜 그래?
민재 : 아 좀 웃긴 녀석이 있었는데..
채영 : 좀 웃긴 녀석? 그런 위아래도 없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을 보고 좀 웃긴 녀석?
정태 : 누가 채영일 건드린거야?
민재 : 레드존 애들 만났거든.. 근데..
채영 : 아무래두 나 오늘 이대루 잠 못자. (다시 나가려는데)
민재 : (잡으며) 잠 못자면 잘 됐지. 로봇 프로그램이나 밤새 체크하고..
채영 : 니 눈엔 로봇 밖에 안보이지? 그래 알았어. 너 죽으면 무덤에 로봇 한 마리 넣어줄테니까 죽을 때두 끌어안구 가.
지옥에 가서 로봇 끌어안구 울란말야.
민재 : 화가 나면 실력으루 이기면 되잖아. 그 녀석들 시합에서 만나서 정정당당하게 10대 영으로 이기라구! 실력으로 싸우란말야.
채영 : (민재를 노려보는)
정태 : (아주 재밌다는 듯 두손을 뒤로 깍지 껴 보며) 왜. 그 녀석들이 채영이 실력을 깔본거야.
채영 : 그게 아냐. 나보구.. 나보구..
정태 : 너보구 뭐.
채영 : 반말 찍찍 하면서..
정태 : 그러면서..
채영 : 포악하다구 그러잖아.
정태 : 야아 그 자식들 어떻게 알았지 그걸?
채영 손에 잡히는 복사물을 정태의 얼굴에 집어던진다.
S#14. 대강당 무대 위
열댓명의 아이들이 무대 위에 늘어서있고.
그 중에는 재명의 모습도 보이고. 객석에는 그들의 동료들이 우루루 자리잡고 있다. 민재와 채영, 옥주 마이클의 모습도 보인다.
이교수가 탁자위에 놓인 추첨함 앞에 자리 잡고 서있다.
용재가 나가서 추첨함에 손을 넣더니 심호흡을 하고는 뽑아든다.
이교수 : (추첨표를 받아보고는) 베스트팀 9번.
만수가 재빨리 대진표 9번에 베스트의 종이를 붙인다.
무대 위에는 대진표가 그려져있다. (16개 토너멘트용 대진표입니다)
1번에는 허리케인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외에도 4개 정도의 이름이 붙여져있다.
이교수 : 미스터.
옥주가 긴장하여 두손을 모아쥔다.
옥주 : 제발 2번하구 10번만 안되면 되는데..
대진표에 보이는 글자.. 1번에 허리케인 옆의 2번이 비어있고. 9번의 베스트 팀 옆의 10번이 비어있다. 그 위로.
채영 : (E 역시 긴장해서 재명에게 들리지도 않겠지만 낮게..) 재명아. 2번 10번만 빼구.. 알았지.. 허리케인이나 베스트는 안돼.
민재는 뚫어져라 재명을 본다.
무대위의 재명은 이쪽을 한번 돌아보더니 손을 추첨함에 넣는다. 이윽고 꺼내어 이교수에게 주면.
이교수 : (받아보더니) 미스터.... 7번.
채영과 옥주, 소리 안나게 예스.. 좋아한다. 마이클 덩달아 좋아서..
마이클 : 와우. 그럼 우리 훠스트 시합 이긴거야?
대진표 7번에 MR 명찰이 붙여진다.
재명도 이쪽을 돌아보며 좋아서 헤벌쭉 두 주먹을 흔들어보인다.
그때 들리는 소리.
이교수 : 다음 레드존 팀.
대욱 : (E) 파이팅!
아이들 소리나는 곳을 돌아보면.. 대욱이 관객석에서 주먹을 흔들어보이고 있고.
그 옆에는 레드존팀들이 휘파람이며 환성을 질러대고 있고.
무대 위에서는 진수가 추첨함 앞으로 나서고 있다. 진수 종이를 꺼내 이교수에게 준다.
채영 : 제발 우리 옆에 붙어라. 8번.. 8번..
이교수 : (보더니 만수에게) 레드존 3번.
채영 : 자아식들 목숨이 길구만.. 첫 번째로 묵사발을 내줄랬더니.
민재 : 레드존에 신경 쓸 때가 아냐. 봐. 우리 준결승에서 허리케인하구 붙게 되있어.
채영 : 준결승? 거기서 지면 뭐야.
민재 : 끝이야. 다 끝나는 거라고.
S#15. 밤 캠퍼스
도서관에서 나오는 지원. 걸어가려다가 문득 손목시계를 불빛에 비추어 본다.
걸어가려던 방향과는 다른 한쪽을 돌아본다.
S#16. 동아리방 (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원. 손에는 우유나 김밥 등이 든 비닐 봉지를 들고.
방에는 정태가 테이블 앞에 앉아서 로봇의 몸체를 사포로 살살 밀고 있다.
마이클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졸고 있다.
정태 : (돌아본다)
지원 : 채영이 여기 없니?
정태 : 작업실에 있을걸. 왜? (사포질한 것 후후 불어서 굴려보고..)
지원 : 채영이 저녁에도 라면 먹었지?
정태 : 그랬을 걸.
지원 : 알았어. (돌아서는데..)
정태 : 니 손에 들고 온 거.. 그거 먹는 거 아니냐.
지원 : 미안해 채영이 꺼 밖에 없어.
지원이 나가버리고.. 정태 체..해서 사포질하는데.. 마이클 끄응 개기며...
마이클 : 브라질 오 예.. 브라질.. 아디오스...
S#17. 작업실 (밤)
경기장 위에서 뱅뱅 돌고 있는 로봇 두 마리.
채영 꾸역꾸역 김밥과 우유를 먹으며 컴퓨터 모니터의 프로그램을 체크해보고 있다.
채영 : 너무너무 고맙다야. 안그래도 아사 직전이었어.
지원 : (돌고 있는 로봇들을 보며) 얘들은 왜 이렇게 돌리고 있는거야.
채영 : 그거 방전시키는 중이야. 완전방전을 한 담에 완전충전을 해놔야 배터리 수명이 길어지거덩.
지원 : 지금 새벽 세시 넘었는데 안 잘거야?
채영 : 안 자. 그 망할 놈들한테 로봇 축구란 게 뭔지 보여줘야 되거든.
지원 : 누구?
채영 : 있어. 3학년인가본데 무슨 조폭에 똘마니같이 생겨가지고 입에다 걸레 물고 다니는 놈 있어.
지원 : (웃고) 너 혼자 있을거야? 딴 애들은?
채영 : 하난 저기 뻗어 있구.. 민재는 세수하러 간다드니 세면기 붙잡구 자나부다. 민재 오기 전에 이거 다 먹어야되는데..
(김밥을 입에 쑤셔넣는)
한쪽에 재명이 의자 세 개를 붙여놓고 꾸부러져 자고 있다.
지원 : 그럼 수고해. 난 갈게.
채영 : 진짜 고맙구 미안해. (여전히 마우스를 움직이며 웅얼웅얼..) 이거 끝내구 나서 스터디 열심히 할게. 약속해 약속.
(모니터 향해) 그래그래. 내가 입때까지 널 찾고 있었잖냐. 어디보자..
지원이 웃으며 조용히 나간다.
S#18. 캠퍼스 (밤)
지원 걸어오다가 멈칫 한곳을 본다. 저만치 누군가가 앉아있다. 지원 기웃거리고 본다.
앉아있는 민재의 뒷모습이다. 지원 망설이다가 다가서며..
지원 : 이민재?
민재 : (움찔하는 듯 돌아본다) 어.
지원 : 뭐해 거기서.
민재 : 아직 안 잤어?
지원 : 자러 가는 중이야.
민재 : 어.. (어쩐지 우울해보이는 얼굴)
지원 : (망설이다가 옆으로 간다) 긴장되서 그러는거야?
민재 : ... (어색하게 웃더니) 그냥 앉아 있는거야.
지원 : (옆에 앉는다) 시합 내일부터지?
민재 : 응. 내일은 예선 1차전.
지원 : 전력은 느네가 제일 세다면서. 아직은 버그도 없고.
민재 : 없어. 테스트도 할만큼 다 했고. ...그거 알어? 이럴 때가 제일 기분 나뻐. 할 일이 있을때는 정신없이 거기 매달리면 되는데
더 이상 해야할 것도 모르겠고.. 그냥 기다리는 거 밖에는 할 게 없을 때.. 이런 순간이 제일 기분 나쁘다구.
지원 : (좀 웃더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안될까. 아무리 그래봐야 그까짓 로봇 축구일 뿐이라구.
그까짓 시합에서 이기거나 말거나 내 인생에는 아무 상관도 없다구.
민재 : 그까짓 로봇축구? (생각해보는)
지원 : 난 아주 갖고 싶은 게 있을 때 그렇게 생각해. 그까짓 오리털 잠바 없어도 상관없어. 이렇게. 그럼 맘이 편해져.
민재 : 오리털 잠바가 갖구 싶었니?
지원 : 응. (웃는) 중학교때 우린 교복 자율화였거든. 애들이 아주 따뜻 해 뵈는 오리털 잠바를 입고 다녔어.
근데 난 초등학교 때 입던 반코트밖에 없었거든.
민재 : 또 갖구 싶은 거 있었어?
지원 : 음... 남자친구.
민재 : (놀라서 보는)
지원 : 고등학교 때. 나도 남자친구가 있음 좋겠드라구.
민재 : (어이없어 웃는) 니가?
지원 : 그래. 그런데 어떤 남자애두 나한테 말 걸어오지 않드라구.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어. 그까짓 남자친구 없는 게 백번 낫다.
민재 : (웃는다)
지원 : 그런데 너한테 로봇 축구는 그까짓게 안되지?
민재 : ... 어. 로봇 축구는 ...그러니까 ...처음으로 내가 시작한거야.
지원 : ?
민재 : 그런 거 있잖아. 언제나 남들이 하라는 걸 해왔잖아. 공부도 그렇고..숙제도 그렇고.. 여기 학교에 들어온 것도 그렇고..
근데 로봇축구는 내가 시작한 거거든. 남들이 다 말리는데 내가 시작한거란 말야. 음..뭐랄까..
이건 내 생애 첫 번째 만난 벽같아. 이 벽을 넘지 못하면..담부터는 또 남들이 가라는대 로 질질 끌려가며 살거 같다구.
(말하다가 민망해서..) 아무래도 잠이 부족한가보다. 헛소리가 나온다야.
지원 : (보다가 웃더니 일어선다) 먼저 가서 잘래. 내일 시합 구경 못갈 거 같애.
민재 : 일차전인데 뭐.
지원 먼저 가는데 그 뒷모습 보다가..
민재 : 지원아.
지원 : (돌아보면)
민재 : 고맙다. 얘기 들어줘서.
지원 대꾸없이 돌아서 가는데 미소가 떠올라있다.
S#19. 대강당 (아침)
로봇 대회 축구 준비가 세팅되고 있다.
멀티큐브, 경기장, 비전시스템등.. 이하 음악과 함께 대회 전의 흥겨운 스케치 분위기로..
S#20. 박교수 연구실
남희가 여러장의 시합참가팀들에 대한 정보가 있는 종이를 서성거리며 읽고 있다.
박교수 윗도리를 걸쳐입으며 나가려다가 남희가 보고 있는 종이를 슬쩍 엿보려 한다.
남희 얼른 치우며.
남희 : 안됩니다. 교수님. 각 팀의 정보는 시합 전에는 공개 못해요.
박교수 : 에 그냥 어디가 제일 강한지만 알려줘. 응?
남희 : (수상쩍게 보는)
박교수 : 아하참. 슬쩍 힌트만 줘봐봐.
남희 : 교수님도 내기하셨지요?
박교수 : 어 어떻게 알았어?
남희 : (흘겨보는) 어느 팀에 얼마나 거셨는데요?
그들에게서 팬하면 벽에 붙어있는 FIRA 대회의 포스터.
S#21. 복도
서교수와 처장이 걸어오고 있다.
처장 : 그 참 큰일이에요. 학생들마다 내기를 하고 있댑니다. 이건 일종의 도박같은건데..
서교수 : 뭐 도박이라고 할거 까지야 있겠습니까? 점심내기 정도겠지요.
처장 : 그런데 이번에는 허리케인팀이 우승후보라고 하든데..
서교수 : 학부생들도 만만치 않겠든데요..
처장 : 아무래도 연륜이 무섭지요. 허리케인팀은 석박사 학생들로 만든 팀이잖아요.
서교수 : 기술이란 건 연륜하고는 좀 다른 거 아닌가요.
처장 : 허어. 그럼 서교수는 학부생팀이란 얘깁니까? 내기할까요?
그들 지나간 뒤로 주욱 빠져보면 학생들이 네명 정도 둘러서서 돈을 주고 받고 있다. 내깃돈이다.
S#22. 대강당 옆 게시판
백곰이 지나가다 보는 곳에 미순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백곰 다가가서 미순의 등 뒤에서 들여다본다.
포스터에는 [카이스트 로봇 축구 대회 기념 맥주 대축제 대회기간 중 10퍼센트 할인가 판매 우승팀 예상 술내기 대환영!]이라고
서툰 글씨로 크게 쓰여있다.
백곰 : 이게 뭡니까?
미순 : (놀라서 돌아보더니) 보면 모르쇼? 한글로 되있으니 읽어보면 알겠구만..(아직 여러장 남은 포스터를 들고 가려는데)
백곰 : 이거 허가받은 포스터입니까?
미순 : 이 양반이. 지금이 무슨 대자보 붙이는 유신시댄줄 아쇼? 어디 무슨 허가를 받아야 되는지 법조항부터 말해봐요
백곰 : 아니 학내에 술광고를 붙이고 있는 겁니까 지금?
미순 : 어허 참. 여기 어디 술광고라고 되있다는거야. 봐요 여기 (글자를 가르키며) 로봇 축구대회 기념 대축제..
백곰 : 고 가운데에 맥주란 글자가 있잖습니까?
미순 : 아따 이 양반 술 좋아하시나보네. 술만 눈에 띄게. (웃으며 백곰의 옆구리를 치며) 이따 우리 석학의 집에 와요.
내 생생한 생맥주 한잔 대접하리다. 그럼 이따 봐요.
미순 가버리고.. 남은 백곰 잠시 멍해 보다가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더니 삐익 분다.
그에게서 팬하면 옆에는 대강당 입구..학생들이 삼삼 오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음악 끝나고...
S#23. 동아리방
회원들이 모두 모여 서있다. 정태 제외.
옥주 마지막으로 로봇에게 유니폼을 정성스럽게 씌우더니 뽀뽀를 하고 내려놓는다.
민재 : 자 회장 뭐라고 한마디 해야지.
재명 : 어.. (생각해보는)
모두 둘러서서 재명을 본다. 기다리다 답답해져서.
마이클 : 멋있게 안해도 돼. 아무 말이나 해.
옥주 : 무조건 이기자. 이러면 되잖아.
재명 : 아...
채영 : 통과 통과... 시합 시간 다 됐어.
재명 : 아냐 할거야. 으흠.. 먼저 형들 누나 마이클 옥주.. 모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채영 : 일절만 해라.
재명 : 저는 말만 회장이지 제대로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민재 : 아냐 너 수고했어. 나같은 선배 참아주느라고 고생했다.
채영 : 잠깐.잠깐. 이거 시합 다 끝나고 하는 말들 같잖아.
옥주 : 아이참 조용히 해봐. 재명이 얘기 좀 들어줘.
재명 : 저는 이번 시합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세계 대회에 나가고 싶습니다. 나가서 MIT도 꺽고 싶습니다.
그래서 특히 민재형... 졸업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모두 민재를 본다. 옆에 섰던 채영, 민재를 툭 치며 웃는다.
민재 : 고맙다.
재명 : 그런 뜻에서 민재형. 파이팅 해줘.
민재 : 내가?
모두 박수를 치고 마이클. 인디언 소리를 내며 격려한다.
민재 : 좋아. 간만에 손좀 잡아볼까. (한손을 내민다)
아이들 : (그 위로 손들을 탁탁 쌓고)
민재 : 나가자!
아이들 : 싸우자! 이기자! 화이팅!
S#24. 오리연못
오리 몇마리가 보이면 더 좋고. 그 위로 들리는 만수의 소리.
만수 : (E) 안녕하십니까. 1999년 카이스트 로봇 대회 해설을 맡게 된 보고 싶으면 언제나 볼 수 있는 남자, 정만수 인사드립니다.
(입으로 부는 팡파레)
S#25. 대회장
로봇 축구 예선 첫 경기이다.
MR팀과 상대팀, 무대 위에서 스탠바이 하고 있고,
객석 맨 앞에는 이교수와 박교수가 앉아서 보고 있다. 관객들도 있고. (나중의 결승전에 비해서 적은 수입니다)
무대 왼쪽에는 만수와 남희가 해설자석에 나란히 앉아 있고 경기장 가운데 심판이 있다.
재명과 엑티브 팀의 주장이 심판 양옆에 선다.
심판이 동전을 던진다. 재명과 엑티브 주장이 일제히 동전을 쳐다본다.
경기장 가운데로 떨어지는 동전. 앞면이다. 민재가 로봇을 배치하는 동안.
만수 : 네 미스터팀의 공격으로 시합 시작되겠습니다. 신남희씨 경기 방식에 대해 잠깐 설명해주시죠.
남희 : (만수를 흘겨보고) 경기는 전후반 5분씩 10분동안 진행됩니다. 각 팀이 세대씩의 로봇 선수들을 출전시키게 되는
마이로솟 방식입니다. 그중에 한 대는 골키퍼를, 나머지는 공격을 맡게 되죠.
액티브 팀이 로봇을 배치한다.
만수 : (E) 미스터팀에 이어서 액티브팀이 로봇을 배치하고 있군요.
남희 : (E) 공격팀이 먼저 로봇을 배치하고 수비팀이 그에 따라서 로봇을 배치하게 됩니다. 이제 심판 호각소리에 따라서
시합이 시작되는 데요. 일단 시합이 시작되면 각 팀은 프로그램이나 로봇에 손을 댈 수가 없게 되있지요.
만수 : 이제 드디어 각본 없는 드라마. 로봇들의 대혈투. 로봇 축구 대회 예선 첫 경기가 마악 시작되려는 순간입니다.
앞 자리의 이교수, 심판에게 수신호 보내고. 모두들. 일제히 심판을 쳐다 보고 있는...
심판의 호루라기에 따라 미스터팀의 로봇이 공을 차고 나간다.
경기 장면과 대회장의 아이들의 표정,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채영, 그 뒤에서 모니터와 경기장을 번갈아 보고 있는 정태.
경기장 앞에 앉아있는 민재. 그 옆에 옥주와 마이클의 모습...
멀티 화면으로 보여지는 경기장에 서 이리저리 달리는 로봇들..
그리고 교수들과 관객들의 모습이 적절히 보여지는 가운데.
만수 : (소리) 이번 대회 우승팀에게는 세계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지고 경비 일체가 부담됩니다. 으아 좋겟다. 브라질입니다.
브라질. 지금 열리는 첫 경기. 학부생인 MR팀과 역시 학부생인 ACTIVE 팀과의 대결인데요. 이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남희 : (소리) MR팀은 97년 세계 대회 준우승 팀이고 교내 대회에서도 우승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최강팀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에 비해 ACTIVE팀은 학부 1,2학년들 위주로 만들어진 신생팀 이거든요.
만수 : (소리) 전통이나 경험. 모든 면에서 MR팀이 유리하다 이 말씀이지요?
남희 : (소리) 해설자로서 미리 예상하자면 그렇습니다.
만수 : (소리, 여기서부터는 해설대로 진행 되는 경기 장면 보여지는) 아, 미스터 볼 잡았습니다. 수비 선수 달려 오지만
옆으로 제치고 패스. 예. 잡았습니다. 골키퍼와 1대 1 찬스. 슛이냐? 패스냐? 옆으로 틀면서 예! 슛 골인. 골인입니다.
민재네, 일제히 환호하고 관객의 박수 터지는데.
저 객석 어딘가에 앉아 냉소적인 얼굴로 보고 있는 진수와 그 옆에 앉은 대욱.
S#26. 도서관 컴퓨터실
지원, 자료를 들고 지나간다.
컴퓨터들에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로봇 축구 인터넷 생중계를 보고 있다.
지원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화면을 본다. (소리는 안 나오고 화면만 보이는 영상입니다. 도서관이니까)
-화면 : MR팀의 로봇 달려가 다시 한 골을 넣는다. 환호하는 민재네. 화면 한 켠에 MR 7 : ACTIVE 0 이라는 내용이 뜬다.-
지원,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는.
S#27. 동아리방
채영과 옥주 재명 마이클이 들어서고 있다. 다들 잔뜩 흥분한 모습.
재명 : 7대 영이야. 7대 영. 이 정도면 민재형도 만족하겠지 어?
마이클 : 우리 이겼어. 그러니까 파티해야 돼. 파아리... 잇츠 파리타임..
채영 : 누가 쟤 좀 말려봐.
옥주 : 재명아 니가 말려.
재명 : (마이클의 어깨를 감싸며) 마이클. 파티는 시합 다 끝나고 우승한 담에 하는거야. 알겠지?
마이클 : 우승할려면 시합 몇번 더해야되지?
재명 : 내일 예선 2차전. 모레 준결승하고 결승. 세 번만 더 이기면 돼.
마이클 : 세 번? 우리 세 번만 더 이기면 브라질 가는거야?
재명 : 가야지. 가서 태극기를 날리는거야. 우하하하.
채영 : 그나저나 그것들은 어떻게 지고 있나 모르겠네.
옥주 : 그것들?
채영 : 레드존인지 뭔지 있어.
옥주 : 레드존? 우리하구 시범경기에서 깨진 애들?
채영 : 그래. 하아 아깝다. 그애들하고 예선1차전에서 붙었어야 했는데. 그럼 20대 영으로 이겨줬을텐데..
옥주 : 혹시 알어. 이겨서 올라올지. 그때 이겨주면 되잖아.
채영 : 흥. 그것들이?
재명 : 레드존이면 작년에두 예선1차에서 8대 0인가.. 엄청나게 깨지고 떨어진 팀 아닌가.
채영 : 그랬었어? 흥 그랬겠지.
하는데 지원이 문 열고 들어선다.
채영 : 지원아아.. 우리 이겼다.
지원 : 알어 7대 0.
채영 : 어 너 경기장에 왔었어?
지원 : 도서관에서 인터넷 생중계 봤어. 근데 니들 여기 이러구 있어두 돼?
채영 : 자암깐 쉬는 중이야. 아주 자암깐.
지원 : (컴퓨터에 디스켓 꼽으며) 나 여기서 프린트 좀 할게.
채영 : 그 프린터 두 번만 두들겨 주고 해. 그럼 조용해져.
지원 : 니들 다른 팀 경기 모니터 안해두 돼?
채영 : 허리케인팀 경기는 봤어. 그 팀 스피드 하나 볼만하든데 뭐.
지원 : (인쇄 조작하며) 레드존이라는 팀 알어?
채영 : 왜. 그것들이 또 무슨 건방을 떨었어?
옥주 : 그 팀 경기 봤어 언니?
채영 : 보나마나지. 몇대 영으로 졌니?
지원 : 6대 0
채영 : 흥. 상대팀이 좀 봐줬군.
지원 : 이기구 있어. 전반전에서만 6대 0이야.
모두 돌아본다.
채영 : 뭐야??
S#28. 경기장
와아 환호성이 들리며 멀티큐브의 점수판이 6대 0에서 7대 0으로 바뀐다.
남희 : (E) 지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네요.
만수 : (E) 이.이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만수 대학원 합격 이후 카이스트 최대의 이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재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보고 있다. 옆에서 정태도 팔짱을 끼고 보고 있다. (정태는 너무 인상을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경기장에서는 각 팀이 로봇들을 재배치하고 있고...
만수 : (E 계속) 3년 연속 예선 1차전 탈락의 기록을 남겼던 레드존. 그 레드존이 맞습니까?
현재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정확성. 그리고 힘으로 7대 0이라는 놀라운 점수차를 벌이고 있네요오.
남희 : 상대팀은 아직까지 제대로 슛도 못해보고 있습니다. 중간에서 계속 공을 뺏기고 있어요.
만수 :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레드존 팀의 힘입니다. 힘. 여러분. 빨간 유니폼의 레드존 로봇들의 저 힘 좀 봐주십시오.
경기장에서는 로봇 위치가 다 정해졌다.
프로그램 담당인 진수는 컴퓨터 앞에. 대욱은 경기장 앞에. 그 옆에는 다른 팀들..의 모습도 보인다.
박교수는 거의 엉거주춤 서서 경기장을 본다.
심판이 호각을 분다.
레드존 팀의 로봇이 공을 밀고 들어간다. 수비태세를 갖추는 상대팀.
그러나 레드존 로봇은 그대로 공을 밀고 간다.
골대 앞의 두 개의 상대로봇이 막지만 레드존 로봇을 상대 골키퍼 로봇을 그대로 밀어버린다.
골대안으로 함께 들어가는 공과 양진영의 로봇. 호각소리..
남희 : (E) 또 밀렸어요. 두 개의 로봇이 그대로 밀려버리네요.
만수 : (E) 이 경우에는 골이 아닙니다. 골키퍼를 밀고 들어갔을 때는 노골로 선언이 되죠. 이야아. 그래도 이거 뭡니까.
정태 민재를 돌아본다.
정태 : 저거 모터가 뭔지 알겠니? 어떻게 저렇게 되냐.
민재 : (말없이 경기장만 바라보고 있다)
컴퓨터 뒤의 진수, 싸늘한 얼굴로 재빨리 프로그래밍한다.
다시 양 로봇이 배치되고. (레드존 배치는 대욱이)
다시 울리는 호각소리.
정지되어있던 상대팀 로봇이 드리볼을 시작하자 레드존팀의 로봇 한 대가 그대로 달려가더니 정면 충돌을 해버린다.
(여기서부터 슬로우로)
상대 로봇 콰앙 부딪히는 여세로 튕겨나가 경기장 벽에 부딪치며 충격으로 바퀴 하나가 빠져버린다.
그 사이에 레드존의 다른 로봇이 공을 몰고 가서 골인을 시켜버린다. 울리는 휘슬. 객석에서 터지는 탄성..
민재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본다.
만수 : (역시 놀라서 입을 벌리고 보고 있다)
남희 : 세상에.. 바퀴가 빠졌어요. 이럴 수가..
만수 :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정만수 이제까지 수백번의 로봇 경기를 봐왔지만.. 충돌시 충격으로 바퀴가 빠지는 장면은
보다 처음 봅니다. 정말 엄청난 힘입니다. 우와아.. 이건 로봇이 아니에요. 이건.. 마징겁니다. 마징거.
남희 : (만수를 돌아보더니) 마징거도 로봇이야.
진수 미소를 띄며 경기장을 보고 있다. 대욱, 한손을 들어 파이팅을 하며 신이 나서 로봇을 재배치한다.
멀티큐브에서 바퀴가 빠지는 장면이 리플레이되고 있다.
그 화면을 넋을 잃은 듯 보고 있는 민재.
S#29. 대강당 앞
민재와 정태 터덜터덜 나오고 있다. 옆에는 경기 관람을 끝내고 나오는 다른 학생들도 보이고.
그때 저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는 채영. 급히 와서 세우더니.
채영 : 니들 레드존 경기 봤어?
정태 : 봤어.
채영 : 지원이가 걔들 이기구 있다든데..
정태 : 이긴 정도가 아냐. 케이오승이야. 완전 티케이오승.
채영 : 무슨 소리야?
정태 : 상대 로봇 두 대가 죽어버렸어.
채영 : 죽어?
정태 : 충격으로 내부가 손상됐나봐. 움직이질 못하게 됐어. 후보 선수는 없고. 그래서 경기 중단. 8대 0으로 티케이오승.
채영 : (민재를 본다) 나 좀 알아듣게 설명 해봐.
민재 : (말하기 싫다. 채영을 비켜서 가려다가 멈춘다)
채영과 정태도 민재가 보는 곳을 본다. 거기 진수와 대욱이 내려오고 있다.
민재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그들 앞으로 간다.
민재 : 축하한다.
진수 : 아 민재형. 형네 팀두 1차전 이겼죠? 축하합니다.
민재 : 부탁이 있는데..
민재 옆으로 와 서는 정태와 채영.
민재 : 니들 로봇.. 안에 좀 볼 수 있니?
진수 : (빤히 보기만 하는)
대욱 : 와아. 이건 좀 너무하시네요. 우린 지금 적군입니다. 적군. 적군 사령부에 와서 무기고 좀 보여달라고 하면 말이 됩니까?
정태 : (찌푸려서 대욱을 보는)
민재 : ..미안하다. 니 말이 맞다. 그럼 하나만 물어봐두 될까?
진수 : 대답할 수 있는 거면 대답하죠.
민재 : 느네 내접기어 쓰고 있니?
채영정태 : (놀라서 민재를 보고 진수를 보는)
진수 : (잠시 민재를 보다가 피식 웃더니) 네.
채영 : 그럴 수가. 내접기어는 민재가 개발한거야. 니가 어떻게..
진수 : 누나 말이 이상하네요. 그럼 내가 남이 개발한 걸 훔쳐 쓰기라도 했다는 거에요?
채영 : 아니.. 그럼.. 야아 그렇지만.. 그게...(말이 잘 안나오는데)
대욱 : 더듬지 마요. 더듬지 마. (진수에게) 야 이 선배여자분이 어째서 말보다 손이 먼저 나온대는지 알겠다.
말이 잘 안나오니까 손이 먼저 나오는 걸거야 그치?
정태 : (채영에게) 이 녀석이냐. 니가 조폭에 똘마니 같다고 했던 놈이?
대욱 : 어라.. 이 형씨는 누군데 초면에 이놈저놈이래.
정태 : (눈이 가늘어져서 대욱을 보는데)
민재 : (진수에게 또박또박) 내접기어에 296 마이크로 모션 콘트롤러 칩을 사용하고 있고?
진수 : 왜요? 그것두 형네 팀에서 개발한거라고 말하고 싶으세요? (아주 온순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래서 더 밉다)
민재 : 그걸 쓰고 있구나.
채영 : 아하 이것들이 이제 보니까 남의 꺼 훔쳐서..
민재 : 채영아.
진수 : 말조심해주세요. 누나.
채영 : 우와.. (말이 막히고 열이 뻗쳐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겠다. 제자리에서 한바퀴 도는데)
진수 : 만에 하나 우리가 형네 꺼 훔쳤다면 아무래도 형네보단 성능이 떨어져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시합을 기다려보죠 뭐.
그럼 지는 팀이 이긴 팀의 걸 훔친 셈이 되지 않을까요.
대욱 : 맞어 맞어. 넌 언제나 말을 참 잘해. 그거야 바로.
정태 : (대욱에게) 너 이름이 뭐냐.
대욱 : 근데 그 말에 대답하기 전에 말이지요. 나한테 반말하시는 댁에는 누구십니까?
정태 : ...너 정말 질이 안좋은 놈이구나.
민재 : (정태의 어깨를 감싸 누르고) 알았다. 니들 말이 옳아. 시합에서 결정이 나겠지. 그럼 나중에 보자.
정태를 감싼 채 돌아 걸어간다. 정태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채영 여전히 남아서 두발 딱 벌리고 서서 진수와 대욱을 보더니..
채영 : 한가지 무지하게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진수 : 말씀하세요.
채영 : 니들은 평소에 뭘 먹구 살길래 고렇게 얄미운 소리만 골라 할 수 있니?
S#30. 지원/채영의 방
책상에서 공부를 하던 지원이 돌아보면 채영이 성난 맹수처럼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리고 있다.
지원 : 너 동아리방에 안가봐도 돼?
채영 : 갈거야. 갈거라구.
지원 : 내일 시합 준비 안해? 너 옷만 갈아입고 나간다구 했잖아.
채영 : 알어. 그랬어. 가만 좀 있어봐. 생각 좀 해보고..
지원 : 아직도 레드존 애들 생각하고 있는거야?
채영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민재가 만든 내접 기어 말이야. 이건 아무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게 아니라구.
지원 : (아예 돌아앉아서 말상대해 줄 자세 취하고) 그걸 민재가 처음 개발한 건 맞어?
채영 : 그러엄.. 이게 어떻게 된거냐하면.. 로봇 몸체 안에 들어가는 모터 있잖아. 우리가 돈이 없었잖어. 모터가 비싸면 작아두
힘이 센데 싸면서 쎈거를 쓸려니까 이게 등치가 너무 크더란 말야. 그래서 우리의 민재가 밤에 잠도 안자고 미친 듯이
고민하다가.. 드디어 생각해낸거야. 맞다. 기어를 안에 넣어버리자. 원래 기어하구 바퀴는 밖에 붙어있잖아.
이건 정말 아무도 생각 할 수 없었던 거라구. 국내최초구 세계 최초란 말야.
지원 : 민재는 뭐래?
채영 : 그 곰단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아까부터 경기 녹화한거 보구 또 보구 또 보고 그러구 앉아있어.
S#31. 동아리방
티브이 모니터에 비치는 레드존팀의 경기장면..
돌진해가는 레드존 로봇이 상대 로봇에게 부닥치고 상대 로봇이 튕겨져 나가 바퀴가 빠져버리는 장면이다.
민재 그 부분에서 멈추고 화면을 뚫어져라 본다.
정태 : 고만 봐. 이건 뻔한 얘기야. 그 녀석들.. 지난번 시범경기때는 작년에 쓰다남은 로봇들을 갖고 나온거야.
그래서 자기들 전력은 숨기고.. 우리 로봇들 성능시험해보고.. 모두 안심시킨 다음에 뒤통수를 친거지.
야아 자식들. 진짜 야비하게 구는데.
민재 : 이거 데이터 좀 뽑아볼 수 있을까?
정태 : 무슨 데이터.
민재 : 우리 팀하고 얘네들 전력 비교.
정태 : (잠시 보다가) 비교하면...
민재 : (여전히 자기 생각에 빠져있어서 멍한 상태) 뭐?
정태 : 비교해보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길 수 없겠다.. 그럼 어떻게 할거냐구.
민재 : (멍해서 보다가) 어떻게 해야지.
정태 : 글세 어떻게.
민재 : (벌떡 일어서 오락가락하다가 멈춰서더니) 어떻게 하지?
정태 : (보고만 있는)
민재 : 난... 할 수 있는 거 다했어. 생각할 수 있는 거 다 해내고..고칠 수 있는 거 다 고쳤어. 뭘 어떻게 더 하지?
정태 : (답답해서) 너 97년 대회때 말이야. 경기 치룰 때마다 프로그램 수정하고 로봇들 고쳐가면서 매일 업그레이드 시켰어.
그게 니 특기잖아.
민재 : 내가 지금 뭘 하구 싶은지 알어? 몰래 해킹이라도 해서 레드존 프로그램 들어가보구 싶어. 밤에 몰래 걔네들 방에 들어가서
로봇 한 대 훔쳐다가 다 뜯어보고 싶어. 아니면 걔들 주파수 알아내서 경기장에 방해전파 흘려넣어 이기고 싶다구.
걔들 주파수 뭘 쓰지?
정태 : (놀란 기분에 보다가 억지로 웃는) 마. 너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한다. 어?
민재 : ...농담 아니야. 난 세계 대회에 나가고 싶어. 나가서 한번만 MIT를 이겨보고 싶다구. 그런데 여기서 발목 잡힐 수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그놈들이 먼저 내꺼를 훔쳐간거야. 그런 놈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두 이겨야 돼. 그러니까...
(문득 말을 멈추고 정테를 본다. 그러더니..) 내가 왜 이러지.
정태 : 그래. 너 왜 그러냐.
민재 : ....(돌아서더니 나가버린다)
S#32. 작업실
작업대 위에 놓여있는 로봇들... 미스터의 유니폼.. 그 중의 한 대는 유니폼이 벗겨져 있는 상태.
현재 재명, 옥주, 마이클이 작업대 주위에 이리저리 앉아 로봇들을 물끄러미 보며 침묵하는 중이다. 그러다가..
옥주 : 민재오빠랑 채영이 언니는 왜 안오는거지?
마이클 : 우리 이번에 지면 브라질 못가는거야?
재명 : 갈 수도 있지.
마이클 : 하우?
재명 : 아시아 태평양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거야.
마이클 : 오우 소우 심플. 그럼 이번에 지고 아시아 대회에 나가면 되잖아. 그럼 우리 이렇게 걱정 안해도 돼.
재명 : 돈 있냐?
마이클 : 돈? 무슨 돈?
옥주 : 지원금 한푼 없이 아시아 대회 경비를 어떻게 대? 지금도 돈 없어서 7천원짜리 모터 겨우 사서 쓰는데.
그리고 브라질은 텔레포테이션해서 가니? 비행기 값. 숙박비. 그 돈이 어디 있어.
마이클 : 돈만 있으면 갈 수 있어?
재명 : 글세 그 돈이 어디 있냐구.
마이클 : 난 없지. 재명이도 없어?
재명 : (대꾸도 하기 싫다)
마이클 : 옥주도 없어?
옥주 : 없어. 그러니까 딴 생각말구 이번 대회 이길 생각이나 하라구.
재명 : 차암 이상하네. 채영이 누나 말이 그 자식들이 우리하구 똑같은 내접기어 쓴다구 했지?
마이클 : 296프로그램도 똑같다구 했어.
재명 : 그럼 힘도 비슷해야 되잖아. 어떻게 그런 무식한 힘이 나오지?
옥주 : (뭔가 생각하는..)
마이클 : 옥주 눈 돌아가고 있어. 좋은 생각이 났어?
옥주 : 응.
마이클 : 뭔데.
옥주 : 우리이... 살짝 가서 보자.
재명 : 뭘 살짝 가서 봐?
옥주 : 걔들 동아리방 어딘지 알지?
재명 : (보는)
마이클 : 오우 스파이.. (좋아서 입이 벌어진다)
재명 : 야 그래두..
옥주 : 그냥 살짝 보기만 하자. 응?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긴대잖아. 여기서 한숨만 쉬구 있음 뭐해. 그러니까..
마이클 : 나 찬성. 나 스파이 할거야. 나 그런거 하고 싶었어.
재명 : (말은 못하지만 솔깃하다)
옥주 : (재명에게) 응? 응? 시간없어. 빨랑 결정해.
S#33. 복도
민재 혼자 걸어오고 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다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뒤돌아 걸어간다.
그러다가 다시 멈춘다. 후딱 고개를 돌려 가려던 방향을 본다.
S#34. 레드존 동아리방 앞
문 앞에는 요란하게 커다란 빨간 글씨로 RED-ZONE이라고 쓰여있고, 그 밑에는 로봇 세계대회의 포스터가 붙여져있다.
그리고 해골 그림과 함께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글자도 적혀있다.
그 문에서 이만치 떨어진 곳에서 민재가 그 방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그때 레드존의 문이 열린다. 민재 움칠해서 몸을 돌려 숨는다.
방에서 나온 대욱과 다른 학생 한명. 대욱이 뭔가 떠들며 저쪽으로 가버리고..
민재 이러는 자신이 한심해서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채영 : (E) 이민재.
민재 : (멈칫해서 보면)
채영이 지원과 함께 오고 있다.
채영 : 여기서 뭐해. 우리 로봇들 어떻하구 나와있어?
민재 : 어.. 그냥..
채영 : (문득 레드존의 방 쪽을 보더니) 너 그 자식들 만나러 온거야?
민재 : ...가자. (가려는데)
채영 : 야야 걱정 마. 나 지금 목욕제계하구 왔어. 그러니까 오늘 밤새구 재정비를 하는거야.
민재 : 무슨 재정비를 해.
채영 : 할거 많지. 일단 기어하구 모터 유격 다시 조절해보고.. 그리구..
민재 : 됐어.
채영 : 되긴 뭐가 돼. 레드존 애들 걱정 마. 걔들 내일 허리케인 팀이랑 붙잖아. 그러니까 일찌감치 떨어져 나갈거야.
저것들 더 생각 안해두 돼.
민재 : (어쩐지 짜증 나며) 넌 그렇게 보는 눈이 없냐. 허리케인이 이겨줄 거 같아? 봤잖아. 정확도. 속도. 다 레드존이 한 수 위야.
뭘 기대하구 있는거야?
지원 : (불쑥) 그럼 넌 뭘 기대하는건데?
민재 : (돌아보는)
지원 : 이렇게 남의 팀 방 앞에 와서 기웃거리면서 뭘 얻구 싶은거냐구?
채영 : (민재의 눈치를 보며) 야아.
지원 : 쟤들 프로그램이라두 훔쳐보고 싶니? 아님 부속이라두 하나 빼놓을려구?
채영 : 야..하하 무슨 소릴 하는거야? 민재두 너무 답답하니까 그러지. 쟤들이 먼저 우리 껄 훔쳐갔단 말이야. 그래서..
지원 : (채영에게) 어떻게?
채영 : 뭐?
지원 : 니들이 자랑하는 하드에 내접기어. 소프트에 296프로그램. 걔들이 어떻게 훔쳐갔냐구?
채영 : 어..그야 보진 못했지만..
지원 : (민재에게) 난 니들 동아리두 아니구, 로봇 축구에 관심두 없지만 옆에서 보기 좀 한심하네. 난 니들이 오늘 밤엔
숨 쉴 틈두 없이 뭔가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을 줄 알았어. 근데 (채영이 보며) 소프트 담당은 남의 욕이나 하고 있구.
(민재 보며) 하드 담당은 남의 방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잖아.
채영 : 너 말 좀 심하게 하는 거 아니야?
지원 : (민재를 똑바로 보며) 이게 민재 니가 벽을 넘어가는 방법이야?
민재 아무 말없이 지원을 보다가 가버린다.
채영, 화가 나서 지원을 보며.
채영 : 너 왜 그래. 안그래도 민재, 기가 죽어서 저러는데.
넌 민재가 그 동안 로봇축구에 얼마나 매달려 왔는지 몰라서 그러는가본데..
지원 : 너야말로 왜 그렇게 모르니.
채영 : 내가 뭘 몰라.
지원 : 옆집에서 자라구 같은 학교다녔다면서.. 넌 민재를 너무 모르는 거 같아.
채영 : 뭐?
지원 : (좀 웃더니) 너 속편하게 사는 건 좋은데.. 가끔은 남의 속도 좀 살펴보면서 살라구.
지원 가던 길을 간다. (민재가 간 쪽과는 반대)
채영 찡그려져서 민재가 간 곳과 지원이 가는 것을 번갈아 본다.
S#35. 밤 캠퍼스
아주 깊은 밤이다.
S#36. 레드존 동아리 방문 앞
옥주가 당당하게 걸어오더니 노크를 한다.
S#37. 레드존 동아리
안에는 학생 한명이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가.
학생 : 누구세요?
문이 열리더니 옥주가 고개만 넣어서 안을 들여다본다.
옥주 : 안녕하세요.
학생 : 어떻게 오셨어요?
옥주 : 여기가 레드존팀 동아리방이죠? (하며 방안을 재빨리 살피는)
학생 : 그런데요.
옥주 : 레드존 팀이세요?
학생 : 그런데요.
옥주 : 실례지만 이름 물어봐두 되요?
학생 : (영문 모른채로) 윤지민인데요.
옥주 : 아 그러시구나아. 내일 시합이시죠? 건투를 빕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하더니 문을 닫고 가버린다. 학생 어리둥절한데..
S#38. 복도
레드존팀에서 떨어진 복도의 구석에 모여있는 재명과 마이클. 옥주 다가오더니.
옥주 : 한명이야. 다른 팀들은 대회장 가서 세팅하구 있을거야.
재명 : 사람이 있음 안되잖아. 밤새구 기다릴 수도 없구.
마이클 : (시계 보며) 벌써 밤새구 있어. 지금 밤 세시 넘었어.
옥주 : 방법이 있어. (배시시 웃는)
재명 : 웃지 마. 너 그렇게 웃으면 겁나.
옥주 : 컴퓨터 켜놨드라. 암호 몰라두 될 거 같애. 마이클 쟤네 프로그램 우리 컴퓨터에 전송하는데 시간 얼마나 걸리지?
마이클 : 프로그램 전부 다?
옥주 : 바보. 필요한 것만 해. 전송하구 나서 흔적 지우는 거 알지?
마이클 : 오우 나 심장 뛰어. 부바부바부바..
재명 : 어떻게 할려구 그러는거야?
옥주 : 재명아 이번엔 니 차례야.
S#42. 대강당 안
무대 위에는 이제 레드존팀과 허리케인 팀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있다.
허리케인 팀의 명환과 중희 등이 레드존 팀을 본다.
레드존팀은 둥글게 모이더니 파이팅을 외친다.
명환,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만수 : (신이 나서 떠들기 시작한다) 이번 경기야말로 오늘 예선 2차전에서 빅이벤트가 될거 같습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허리케인팀. 그리고 어제의 예선 1차전 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8대 0으로 대승을 거둔 레드존팀.
남희 : 그것도 상대 로봇이 경기불능 상태가 되는 바람에 7분만에 승패가 나버렸죠.
만수 : 니예 맞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레드존 앞에서 허리케인은 과연 시들어버리고야 말 것인가.
명환 :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만수를 돌아본다)
만수 : (굳굳하게) 장강의 뒷물은 앞물을 밀어내는 법. 과연 오늘의 시합에서 노장들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오늘 무너지면 과연 앞으로 무슨 낯으로 후배들에게 큰소리를 칠 수 있을 것인가.
남희 : (마이크 잡고) 뭔 소릴 하는거야?
만수 : (작게) 그동안 쌓인 원한을 풀고 있는 중인데요.
저앞에선 명환이 일어서서 이리로 오려는 것을 중희가 말리고 있다.
객석의 앞에는 이교수와 박교수, 서교수가 나란히 앉아서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저만치 옆쪽.. 민재네 그룹이 자리를 잡고 구경하고 있다.
민재의 옆에 앉아있던 옥주가 망설이다가 민재에게.
옥주 : 오빠 할말이 있는데..
민재 : 경기 시작한다. 나중에.
옥주 : (단념하고..재명을 돌아본다)
재명 : (역시 불안하고)
그 위로 심판의 휘슬이 요란하게 울린다.
만수 : (E) 경기 시작됐습니다. 허리케인대 레드존. 레드존의 공격으로 시작됩니다.
멀티큐브 화면.
레드존 팀의 로봇이 공을 앞에 놓고 있다.
다음 순간 레드존 로봇이 공을 몰고 무서운 기세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수비를 하기 위해 나서는 허리케인의 로봇.
그런데 레드존 로봇은 그대로 허리케인의 로봇을 받아버린다.
허리케인의 로봇이 옆으로 넘어지고, 튕겨나갔던 공을 레드존의 다른 로봇이 몰고 가더니
미처 허리케인의 골키퍼가 막기도 전에 골인시켜버린다.
잠시의 침묵이 지나더니 와아 함성이 오른다.
만수 : (E) 아니 이게 뭡니까. 경기 시작하자마자 한점을 넣어버리는 레드존. 방금 뭐가 지나갔나요?
남희 : 순식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허리케인의 로봇 한 대를 엄청난 힘으로 쓰러뜨리더니 골키퍼가 미처 자리잡기도 전에
공을 넣어버렸어요. 세상에..
만수 : 전광석화. 파죽지세. 아아.. 지금 화면으로 아까의 장면이 다시 보여지고 있습니다.
멀티 화면에 아까의 장면이 슬로우로 다시 재연되고 있다. 그 장면이 보여지고...
민재의 팀들은 넋을 잃고 그 장면을 보고 있다.
그 때 옥주가 다시 민재의 팔을 잡아당긴다.
옥주 : 오빠.
민재 : (돌아보면)
옥주 : 우리한테 쟤들 프로그램 있어.
민재 : (잠시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있다가) 뭐?
옥주 : 우리가 레드존팀 프로그램을 빼냈다구.
민재 어이없어 보는 얼굴. 옆에서 채영과 정태도 돌아본다.
민재 다시 무대 위를 본다.
레드존의 진수와 대욱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돌아서던 진수, 똑바로 민재를 찾아 바라본다.
민재등 그들을 보는데서...
첫댓글 레드존 학생 - 윤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