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8(1943). ★★★★☆ (4.5)
"자유를 묻다"
42. 넬레 노이하우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북로드/ 2011(2010). ★★★ (3.0)
"재미가 없진 않지만, 허술한 플롯과 작위적 전개가 허탈감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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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1.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2008], 타셈 싱. ★★★★☆ (4.5)
"아름다운 영상 + 죽음의 이야기(나)가 삶의 이야기(우리)가 되는 여정"
42. 홀리 모터스 [2013], 레오 까락스. ★★★★☆ (4.5)
"진솔한 삶들이 연기하는 그 경계에 관하여"
43. 문라이즈 킹덤 [2013], 웨스 앤더슨. ★★★★ (4.2)
"어른들의 세계를 구원할 12세의 사랑이야기"
44. 가족의 나라 [2013], 양영희. ★★★★ (4.2)
"국가 체제가 벌이는 가족 인질극"
45. 더 헌트 [2013], 토마스 빈터베르그. ★★★★ (4.2)
"공동체란 미궁에 빠진 진실의 행방"
46. 그래비티 [2013], 아폰소 쿠아론. ★★★★☆ (4.5)
"우주라는 시공간이 던지는 세가지 관계적 질문- 인간과 지구, 지구와 우주, 인간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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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54. Arctic Monkeys 5집 - AM [2013] ★★★★ (4.0)
"성실한 실험, 획득된 무게"
55. Pet Shop Boys 12집 - Electric [2013] ★★★★ (4.0)
"여전한 클래스를 선보인 훌륭한 앨범"
56. 장미여관 1집 - 산전수전 공중전 [2013] ★★★★☆ (4.5)
"올해의 발견! 유머와 음악의 기막힌 조응"
57. 지드래곤 (G-Dragon) 2집 - 쿠데타 (COUP D`ETAT) [2013] ★★★☆ (3.8)
"괜찮은 아이돌팝,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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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29. 강풀/ 마녀/ 다음/ 2013. ★★★★ (4.0)
"마녀의 잔혹하 사정을 향해 전진하는 한 남자의 지독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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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2. 나인 [2013], 김병수(연출)` 송재영(극본) ★★★★☆ (4.5)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추궁하는 놀라운 드라마. 시간 여행자과 그 관계자들의 아이러니한 사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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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텍스트
그래비티 [2013], 아폰소 쿠아론. ★★★★☆ (4.5)
이번 달 선정 텍스트는 아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입니다. 호평이 자자했는데 저도 그 자자에 동참하게 되네요. 많은 분들이 권해주신 대로 IMAX3D로 봤습니다. 우주적 체험도 인상적이었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도 상당하더군요. 이 영화 놓치면 두고 두고 후회하지 않을까 합니다. <더 폴>은 잡글웹진 선정 영화가 되어 보게 되었는데, 이 작품도 너무 좋았습니다. 환상적인 풍경도 압권이었지만, 다루고 있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타인에 의해 뒤틀리는 이야기에서 구원을 발견하게 되죠. <홀리 모터스>도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인데, 삶과 연기의 경계를 대단히 영화적으로 묻습니다. <문라이즈 킹덤>은 어린 10대의 사랑을 통해 어른의 세계에 질문을 던집니다. 동화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무게감도 갖는 영화였습니다. <가족의 나라>는 기본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추궁으로 읽히지만, 국가와 체제를 사유하게끔 유도하는 작품입니다. 국가 체제에 의한 가족 인질극이죠. <더 헌트>는 황당한 오해에서 비롯된 진실의 행방을 다루지만, 오롯이 드러나는 것은 공동체의 특성입니다.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일원이 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 안정감이 실은 얼마나 기만적일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번 달에 본 영화들은 하나같이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라는 예술매체가 갖는 위대성을 더 없이 체감하는 시간을 보냈지요.
<그리스인 조르바>는 매번 봐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닿지 않았던 작품인데,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다루길래 계기로 삼아 읽었습니다. 조르바는 '자유'의 화신 같은 존재인데, 그를 읽어 갈 때마다 '어떤' 자유여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더군요. 비단 '자유' 뿐만 아니라 '믿음'의 문제,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 이상과 현실의 괴리 따위 등을 직시하게 했습니다. 읽기가 만만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보면 볼수록 침잠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전을 한 권 봤으니, 재미삼아 읽어볼 책을 고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택했습니다. 사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웹진 선정 도서가 되는 바람에 보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닙니다. 나름 재미가 있긴 한데 추리소설답지 않게 치밀함이 너무 떨어지더군요. 플롯도 허술하고 등장인물들도 몇 몇 주요인 외에는 작위적으로 배치되고 소모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한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아틱 몽키즈의 신보가 나왔습니다. 벌써 정규 5집인데, 어쩌면 다소 어둡고 묵직한 이러한 지향이 이제 이 밴드의 색깔이 됐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위트있고 번뜩였던 1, 2집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완성도의 앨범을 꾸준히 내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펫 샵 보이즈의 신보도 즐겁게 들었습니다.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앨범 같은데 생각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장미여관의 데뷔앨범 <산전수전 공중전>은 개인적으로 올해의 발견이었고, 올해 들어본 국내 앨범 중 가장 좋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음악적 성향 자체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 보이지만,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지디의 새 앨범도 즐겨 들었습니다. 대박 앨범은 아닐지 몰라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편차는 있지만 'Black'이나 '삐딱하게' 같은 곡은 매력적이었습니다.
강풀의 신작 웹툰 <마녀>를 봤습니다. 강풀의 작품들 중 특별히 돋보이는 웹툰은 아닐지 몰라도 클래스는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할 수 없는, 혹은 사랑해서는 안 되는 관계의 극단을 설정한 로맨스죠. 웹툰은 거절을 극단적인 묘사로 형상화 했지만(죽음, 부상), 실은 일방적 사랑의 속성 자체가 그렇게 아픈 결과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시적이지 않은 사랑의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도 이 웹툰은 담고 있고요. 강풀 작품은 완결이 되면 유료화가 되니 관심있는 분들은 신속히 보는 게 좋겠네요.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나인>이 워낙 대단한 수작이라고들 하여 저도 챙겨봤습니다. 와, 정말 수작이더군요. 놀랐습니다. 각 에피소드들이 하나 같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또 허술하게 감정을 소모시키지도 않더군요. 아이러니가 아이러니를 물고 무는 전개도 흥미 진진했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을 드라마일 것 같습니다.
그럼, 매번 그랬듯이 몇 몇 곡을 소개하고 2013년 10월 결산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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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tic Monkeys - R U M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