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문山 산행記(09-23)
-완도군 약산면 삼문山을 다녀와서-
누가 칠월을 기다리기나 한 것일까?
학창시절 사랑하는 애인과 바다에 가겠다고 없는 돈 털어 마련했던 수영 팬티 한 장,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는 지지리도 못난 친구 놈처럼,
세월은 바람처럼 화살처럼 소리 없이 빠르게 흘러가버렸고, 바다는 시원스럽게 열려있어도,
이제는 퇴색해버린 팬티입고 뛰어들 바다가 없다는,
기축년도 반 토막이 나버렸네, 마치 도마 위에 얹어놓은 얼간고등어 한 마리처럼 싹둑 잘려 나가버렸고,
아! 부질없는 세월이여, 청춘이여, 사랑이여, 슬픈 회한(悔恨)이여.
세상 모든 것의 시작은 끝을 예고(豫告)하는 것,
벌써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햇볕은 멀지 않는 날에 나뭇잎을 말려 황금색으로 물들게 하면,
또 한 해를 보내야하는 아쉬움에 눈물 흘려야하나?
집을 나서는데 하늘은 안개인지 구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운무(雲霧)로 가득했고, 광주역에 도착하니,
빗방울 하나둘씩 떨어지고, 요즘은 하느님도 사람들의 변덕스런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데,
기상청이 무슨 수로 변화무상한 하느님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랴,
비가오고 아니 오는 것은 운명이라 정의하고 우리는 그냥 떠나보는 것이다.
오늘은 완도군 약산면에 있는 三門산을 산행하는 날이다.
섬 중앙에 삼문山(三門山:397m)이 솟아 있는 조약도는 완도군 약산면을 이루는 주된 섬으로,
有人도는 조약도(助藥島)뿐이고 대죽도, 소죽도, 정개도, 섬어두지 등은 모두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인구는 오천여명정도이고, 해안선 굴곡이 심한 편이며, 약산島라고도하고 완도港에서 15.2km 떨어져있다.
동쪽에 평일도(平日島), 서쪽에 고금도(古今島), 남서쪽에 신지도(薪智島)가 있다.
섬 중앙은 삼문山을 비롯한 산지가 솟아있어, 北西쪽과 北東쪽 해동里일대에 약간의 평지가 펼쳐져있고,
경지는 비교적 넓은 편이며, 주요 농산물은 쌀, 보리, 콩, 고구마 등이고,
섬의 南東쪽과 南西쪽 연안에서는 김, 미역양식이 성하며,
부근수역은 난류성 어족의 회유가 많아 고등어, 전갱이, 도미, 갈치 등이 많이 잡힌다.
문화재로는 완도 해동里사지(海東里寺址), 관산里망대(冠山里望臺), 죽선里요지(竹仙里窯址), 약산면 조개무지 등이 있다.
완도군에서 김氏 성을 가진 사람이 해태를 제일 먼저 양식하기 시작해 해태가 김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으며,
섬 곳곳에 나는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이곳의 특산물이고,
삼지구엽초를 먹고 자란 약산흑염소는 예로부터 임금님께 진상하였다는 보양식품으로 유명하다.
마량港에서 고금도를 잇는 고금-연륙대교가 지난6월29일 개통이 되었고,
고금, 약산을 연결했던 약산연도橋를지나 관산里 등넘발재 고개 길에서 하차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산행코스는:-큰담안 -불당골 삼거리 -오른쪽계곡 밭길 -西능 등허리삼거리 -움먹 재 -등거山 -움먹재 -(北능)
-망峰 -파래밭재 -상여바위 -탕근바위 -큰새발재 -장룡山-神仙골 -죽선마을로 내려오는 3시간정도의 산행거리였다.
아침에 우리를 불안하게 했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이고
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산의 높낮이보다 더 괴롭히는 山行길이었다.
해발(海拔)로 시작되는 섬山의 높이가 내륙의 산보다 山의 높이가 만만치가않다는 것은
같은 높이의 산이라도 지대가 높고 자동차도로가 정상 가까이까지 나 있는 실제등산거리가 짧은 내륙의 山보다는
군 더기가 없는 거리라는 것이다.
山은 높지 않고 산세가 험하지 않았어도 불당골 삼거리에서 오른쪽계곡 밭길을 오르는 데는
우거진 풀숲으로 바람한 점 구경할 수 없었고, 시야는 막혀 답답했으며, 무더운 날씨가 비지땀을 흘리게 했었다.
그러나 西능 등허리삼거리를 지나고 움먹재에서 등거山정상으로 올라가자 삼문山의 진가를 알아 볼 수 있었으니,
정상을 형성하고 있는 오밀조밀한 바위들과 바위위에서 내려다보는 확 트인 시야가 가슴을 시원하게해주고,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앙증맞게 널 부러져있어 자연의 조화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바둑판모양 잘 정리된 논에는 벼가 푸르게 자라고 있고, 방파제안쪽에선 생업에 바뿐 어민들의 모습도 보였고,
등대하나 한가로이 졸고 있는 어촌마을의 집들은 빨강, 파랑, 색색으로 선명하고 텃밭과 마을길이 경계를 만들며
잘 그려진 한 폭의 수체畵를 완성하고 있었다.
움먹재로 되돌아온 우리는 이정표를 따라 北능으로올라 봉화대 터가 있는 망峰을거쳐, 파래밭재, 상여바위,
탕근바위를 구경하며 장룡산으로 향했다.
山行길에서는 바다를 구경할 수 없었고, 산행路 좌우주변의 풀과 나무뿌리가 파헤쳐져있고,
상당히 훼손되어있었는데 한 회원의 말로는 방목하는 흑염소 짓이라고 했다.
무심코 지나온 산행路주변에 염소들의 배설물이 많이 있었다는 생각을 해냈는데,
약산흑염소를 유명하게 만든 삼지구엽초가 보이지 않는다고 모두들 수다를 떤다.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줄기의 가지가 3개로 갈라지고 그 가지 끝에 각각 3개씩, 모두 9개의 잎이 달려서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라 하는데. 음양(陰痒)곽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이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옛날 중국에 어떤 양치기가 수백 마리의 양을 몰고 다니는데, 많은 양 가운데 숫양 한 마리가 있었는데,
사시사철 발정하여 연일 암양과 관계를 계속하지만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한다.
어느 날 그 숫양이 슬그머니 양들의 무리를 떠나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몰래 따라가 보았더니,
이름 모를 풀을 마구 뜯어 먹더라는 것이다.
그 이후로 羊의 정력을 발동시켰다 하여 이 풀을 음양 곽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경기도 북부, 강원도 이북 등지에 분포하며 나무가 많은 숲속이나 인가 근처에서 자라며,
높은 산지의 경우 눈과 얼음이 미처 녹지 않은 이른 봄에 새순이 나와 꽃을 피우므로 山地에서 꽃을 보는 것은 쉽지 않고,
꽃은 배의 닻 모양을 닮아 닻 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관상용으로도 심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약용식물로 일반적으로 강장 및 강정제로 널리 알려져 있어,
비슷하게 생긴 깽깽이 풀, 꿩의 다리 등까지 덩달아 뽑히는 수난을 당했다.
한방에서는 이뇨, 강장, 임포텐츠, 건망증, 반신불수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하고, 달여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나,
선령비주라 하여 술로도 만들어 마시며, 차로 끓여서 마시기도 하는데, 다갈색으로 맛이 새콤하다.
山地의 나무 그늘에서 자라며. 키가 크지 않아 사람 무릎을 넘는 것이 별로 없다.
미나리아재目 매자나무科 식물로 음양곽, 방장草, 선약草, 仙靈비, 三指구엽풀, 강전, 천량금, 기장草라고도한다.
장룡산에서 1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굴이 있는, 神仙골을 지나 죽선마을로 내려오니 해는 중천을 조금 지나있었고,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진 회원들은 운영진들의 구수회의 결과에 따라
정유재난 때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사적지이고,
순국한 公의 시신을 일시 봉안하였던 충무사를 참배했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장렬히 전사한 구국명장의 영정에 우리는 스스로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었다.
충무사 참배를 마치고, 강진청자박물관을 관람했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말기인 9세기경부터 청자를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발상지이자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 강진이다.
1963년에 사적 제68호로 지정된 강진대구면 청자요지는 고려시대에 주로 청자를 구웠던 곳으로,
용운里에서 시작하여 여러 지역에 수백개소의 가마터가 산재되어있는데,
그중에서도 사당里는 12세기경 고려시대의 백미를 장식했던 곳이다.
600년 동안이나 단절된 아름다운 고려청자를 재현코자 옛 도공의 기예를 익혀 1977년부터
새로운 가마를 설치 명품재현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박물관주차장에서 하산주로 애호박을 썰어 넣은 칼국수를 먹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젊은 여성회원들은 고무호수 물로 장난을 치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구경하는 다른 회원들은 마냥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청포도
-詩人 이육사 지음-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2009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