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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청도'라고 들어보았나? 중국 여행지나 맥주 말고, 이름 비슷한 천도복숭아도 말고, 경상북도에 있는 ‘청도’말이다.
대구광역시 아래에 있는 청도는 이색 여행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들어가기만 해도 서늘한 와인터널, 마음을 비우고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운문사, 빛과 함께 한 일루미네이션 테마파크 청도 프로방스까지. 여름에 어디론가 떠나고는 싶고, 해외여행을 가기엔 돈도 시간도 부족하다면 최고의 장소인 청도! 이곳의 어떤 매력이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지 한번 살펴보자.
홍시로 와인을 만든다고? 와인터널
▲ 와인터널 입구
시원함을 찾아 떠난 첫 번째 도착지, 얼마나 시원한지 알아보기 위해 온도계와 동행했다. 일단, 터널 밖의 온도는 34도! 불볕더위의 위엄이 느껴진다. 와인터널은 과거 기차가 다니던 터널을 개조해 만든 관광 명소다. 시원하고 쾌적한 내부와 동심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찻길의 디자인, 내부를 수놓은 불빛, 와인 장식 등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 터널 안은 18도이지만, 터널 밖은 무려 34도!!!!
깊은 산속에 위치한 동굴이어서일까. 터널 안쪽은 한여름인데도 18도로 굉장히 서늘했다. 안팎의 온도차가 무려 15도 정도라, 그냥 나가기가 싫어진다. 와인터널은 상시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와인이 숙성되기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라고 한다. 점심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와인을 즐기며 햇살이 가라앉을 때까지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은 생각.
▲ 터널 곳곳에는 감와인이 장식이 되어 있다. 청도의 특산물인 감도 판매한다.
터널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스크린, 조명 기구 등으로 만든 아름다운 구조물이 많다. 이곳저곳에 있는 깨알 같은 장식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적으로는 와인과 참나무통 등을 빛으로 장식한 광경이 인상 깊었다.
터널 안에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일반적인 와인과는 다르게 끝 맛이 쌉싸래한 것이 청도 감와인의 특징. 풍부한 탄닌 때문인데, 탄닌은 심장병과 노화 방지에 좋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감와인 특유의 달콤함을 원한다면 레귤러 와인을, 쌉싸래한 맛을 원한다면 드라이 와인을 시도해보기 바란다. 그 밖에 감식초, 감말랭이, 감초콜릿 등도 맛볼 수 있다. 와인터널에서는 ‘꿈 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꿈을 적어 와인병에 넣어 보관하는 것인데, 1인당 1만 원을 내야 한다. 단, 15인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여행정보]
입장료: 터널 입장료는 무료이나, 안쪽에 마련된 전시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2천 원의 입장료가 필요하다. 영업시간은 아침 9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다. 와인 레귤러 한 잔 가격은 3천 원, 스페셜은 5천 원. 과일과 함께 섞여 있는 상그리아는 한 잔에 5천 원에 맛볼 수 있다.
이동 방법: 청도버스터미널에서 7번 버스를 타고 20~25분 정도 이동해 와인터널에서 하차. 버스 배차 간격은 30분, 길게는 2시간으로 일정하지 않으니 염두에 두자. 자동차가 있다면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근처 맛집: 터널 근처에서는 맛집을 찾기가 어렵다. 버스를 타고 약간 내려와 용암온천역에 내리면 음식점이 많이 있다. 기자는 용암온천 근처 ‘망향비빔국수’에서 국수와 만두를 먹었는데, 맛있게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전화번호: 054-371-2755, 가격: 국수 5천 원, 만두 3천 원
상쾌한 삼림욕을 즐기려면 운문사로!
와인터널에서 나왔는데 아직도 햇볕이 한창이라면, 운문사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신라 진흥왕 21년에 만들어진 운문사는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절로, 전체 17동의 전각이 있는 큰 사찰이다. 이 중 대웅보전은 보물 제835호로 지정되어 있다. 산중에 있어 버스를 타고 오랜 시간 이동해야 하지만, 버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이내 더위가 가신다.
정류장에서 내려 운문사에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코스가 있다. 소나무 숲이다. 크고 화려한 소나무 숲을 지나 운문사에 도착했다. 운문사를 돌아보고 사리암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참 아름답다. 그래서 걸어보기로 했다. 그늘이 져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에 그만이었다. 길을 걸으며 계곡과 절벽을 구경했다. 고요한 숲 속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어느덧 더위도 잊었다. 생각난 김에 온도를 측정해 보았다. 34도였던 터미널에 비해 4도가 낮은 30도를 기록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절의 모습과 아름드리 소나무 덕분인지 체감 온도는 더 낮았다.
절 안쪽에는 신라 시대부터 이어진 전통미를 잘 간직한 공간이 많다. 푸른 빛이 감도는 지붕, 천연기념물 180호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 스님들이 기르는 꽃밭 등, 소소한 볼거리가 자리하고 있다. 단, 일부 구역은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출입이 통제되니 심신을 수련하는 스님들께 결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자.
[여행정보]
입장료: 성인 2천 원, 청소년 1천 원, 어린이 5백 원. 주차료는 승용차 기준 2천 원
이동 방법: 청도버스터미널에서 3번 버스를 타고 1시간가량 이동. 운문사 앞에서 하차. 배차 간격은 1시간 정도로 일정한 편이다. 다만 운문사 입구부터 절 내부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소모되므로, 여행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잡으면 넉넉할 것이다.
주변 맛집: 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 입구로 가는 길목에는 버섯전골, 산채비빔밥, 오리불고기, 콩국수 등 많은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다. 청도지역을 대표하는 모범 음식점도 많이 있으니 운문사를 둘러본 후에 점심을 먹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히.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
청도 프로방스는 국내 최대의 빛축제 테마파크로, 청도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좋은 코스다. 낭만적인 기찻길, 고흐나 샤갈처럼 유명한 화가의 그림, 환상적인 거울 미로나 앵그리버드 새총게임 등,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해가 지면 수많은 전구가 이곳을 빛으로 수놓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밤이 되자 기온이 내려가긴 하지만, 전구 때문인지, 많은 연인들 때문인지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았다. 아뿔싸!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하는 걸 깜빡했다. 화려한 불빛에 마음을 뺐겼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프로방스는 하나의 작은 시골 마을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다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조명 시설만큼이나 사진 찍을 곳도 많은데, 삼각대를 가져 가면 좀 더 또렷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랑표 터널’은 연인이라면 꼭 들르는 필수 코스다! 로맨틱한 분위기 때문에 커플이 아니더라도 저절로 사랑이 꽃피울 것 같기도 하다.
평지와 산의 한편을 전부 테마파크로 만들어서일까? 바닥부터 하늘까지 온통 빛으로 가득한 이곳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아 보였다. 곳곳에 위치한 열매, 새 장식, 이글루, 허수아비처럼 귀여운 장식은 사람들의 눈길을 훔친다. 황홀한 불빛에 이끌려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었다.
▲ 테마파크 꼭대기 부분에서 찍은 사진. 이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면 빛으로 수놓은 들판과 멀리 보이는 마을, 기찻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 프로방스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프로방스 안에는 한우, 전골, 일식집, 양식 레스토랑, 카페 등 많은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모범음식점으로 선정된 곳도 3곳이나 있다. 기자는 그 중 '프로방스 레스토랑'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여유롭게 즐기다 식사를 즐긴 후, 소화할 겸 테마파크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프로방스 안쪽에 마련된 허브 매장.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으니 구경 삼아 둘러보면 괜찮을 것이다.
[여행정보]
입장료: 성인 6천 원, 초등학생 이하는 4천 원. 20인 이상 단체의 경우 1명당 성인 5천 원, 어린이 3천 원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동 방법: 청도버스터미널에서 7번 버스를 타고 10~15분 정도 이동해 용암온천 앞에 내린 후, 표지판을 따라 20분간 걸으면 된다. 걸어가기는 좀 위험한 길도 있으니 가능하면 승용차를 가져갈 것을 추천.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주차장 이용료는 무료다. 또, 넓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 맛집: 용암온천에서 프로방스를 올라오는 길목에 많은 모범음식점이 즐비해 있다. 비빔국수, 오리고기, 전골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프로방스 테마파크 안쪽에도 많은 모범음식점이 있으니 이곳 근처에서는 식사 걱정은 덜어놓아도 된다. 기자가 찾았던 ‘프로방스 레스토랑’의 경우, 가격대는 1~2만 원대였다. 학생 입장에서 약간 비싸다고 생각이 들지만, 맛은 그에 수긍할 정도로 맛있었다.
청도 여행 후기 & TIP
청도를 처음 본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라며 놀랄 것이다. 그만큼 신기한 볼거리가 많은 청도이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불편한 점이 여럿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청도를 가고자 한다면 몇 가지 팁을 참고하길 바란다.
1. 대중교통으로는 좀 불편하다
가능하면 승용차를 가져가고, 그렇지 않다면 일정을 잘 계획해 낭비하는 시간이 없도록 하라. 기차를 타고 청도역에서 내려도 여행지까지 걸어서 가기에는 굉장히 멀다. 게다가 여행지를 다니는 버스의 배차 간격은 대부분이 1~2시간이다. 또한, 맛집은 물론 음식점 자체가 몇몇 여행지 근처에 몰려 있으니 잘못하다가는 뙤약볕에서 밥도 못 먹고 2시간 넘게 기다려야만 한다.
2. 여행 순서는 상관없지만, 가능하면 이동시간을 줄이자.
보통 KTX를 타고 청도역에서 내리면 청도 시내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운문사는 동쪽으로 1시간 정도 걸리며, 와인터널과 프로방스는 북쪽으로 15~20분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다. 여행지를 이동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리는 편이니 가까이에 위치한 곳을 같은 시간대에 구경해야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추천 코스:‘운문사 > 점심 > 청도 시내와 석빙고 구경 > 저녁 식사 > 와인터널, 프로방스 구경
3. 숙소가 문제라면 대구도 옵션이 될 수 있다!
보통 청도 여행이니 청도에 숙소를 잡기 쉽지만, 숙소를 청도로만 한정하면 불편한 일이 꽤나 생길 수도 있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꽉 차 전화로 일일이 빈 곳을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고, 숙소의 위치가 천차만별이라 여행지나 청도 시내에서 이동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럴 때, 대도시인 대구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은 대안이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좋은 호텔을 찾을 수 있다. 기차를 이용하면 대구까지 2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무궁화호 기준).
어느새 여름방학도 반이 넘게 지나버렸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다시 바쁜 학기가 시작된다. 학기의 시작과 함께 다가오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걱정에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워야 할 텐데, 이대로 방학이 지나가 버리면 어쩐지 서운하지 않겠나? 잠깐이나마 시간을 내 시원한 청도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분명,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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