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동부 뉴욕을 중심으로 Disco의 열풍이 시들해진 사이 많은 클럽의 DJ들은 R&B의 코러스부분만을 반복하여 틀면서 (Loop) 사이사이 스크래칭을 가미하여 새로운 DJin'을 시험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흥을 돋우기 위해 중간중간 리듬에 맞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지껄이곤 하였다.
이러한 당시의 DJ들의 시도는 그저 시들해진 Disco의 열풍을 대신하는 정도로만 이해됐을뿐 이러한 경향이 힙합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의 출발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1970년대에 DJ들에 의해 힙합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 형성된 후, 단순한 유행의 하나로만 간주되었던 힙합은 1978년 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라는 싱글앨범이 발매되면서 상당한 논란과 함께 서서히 그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지나면서 Sugarhill Gang, Sequence,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 Afrika Bambaataa등의 등장과 그들에 대한 흑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대중과의 호흡을 통한 진정한 음악적 장르로의 자리매김을 의미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힙합에 대한 흑인의 놀라운 지지와 열광은 그동안 자신들만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해온 흑인들에게 있어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었다. 그들은 Grandmaster Flash and the Furious Five의 "The Message"를 통해서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분노와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표출했고, Afrika Bambaataa는 "Planet Rock"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리듬의 형태를 공유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힙합장르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사건이 바로 Run-DMC의 등장이라고 하겠는데, 그들은 지금까지의 힙합을 음악과 램에 있어서 체계화 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대중사이로 깊숙히 파고 들고 있었다. 또한 현재 랩음악의 모토를 이룬 사회 비판적 성향은 당시 상당한 논란과 함께 이들을 통해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1983년 그들이 발표한 "It's Like That"라는 싱글을 시작으로 "Sucker MCs"란 곡을 거치면서 이들은 대중에게 상당한 지지를 얻어내기 시작한다.
그 중 "Sucker MCs"란 곡은 자기 과시적 랩스타일의 새로운 조류를 형성하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 있어 힙합의 새로운 경향중의 하나는 UTFO와 Roxane Shante에 의해 생겨난 Diss Rap의 등장이었다.
UTFO는 "Roxanne, Roxanne"를 통해 Roxanne Shante에 대한 자신들의 자유로운 생각을 늘어 놨으며 Roxanne Shante는 이에 대해 "Roxanne's Revenge"란 곡으로 응수하게 된다.
다시말해 현재의 자기과시적이고 상대 랩퍼에 대한 비방을 늘어놓는 랩계의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은 Diss Rap은 이 당시에 생겨 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에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 하나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다름아닌 백인힙합그룹 Beastie Boy의 등장이다.
그들의 등장은 흑인들뿐만 아니라 백인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는데 그동안 힙합음악의 사회비판적이고
공격적인 가사에 불안해하던 백인에게 있어 이들의 등장은
흑인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흑인 고유의 음악에 대한
인정임과 동시에 흑인과 백인과의 동등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기성세대층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Beastie Boys의 앨범 "Licensed to Ill"은 백인들만의 문화였던 락과 흑인의 랩을 적절히 배합하면서 젊은 백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또한 이 당시 Eric B. and Rakim의 등장은 자기 성찰적인 흑인들 까지도 힙합의 카테고리안으로 끌여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들의 자기성찰적이고 지적인 가사가 그동안 폭력적인 가사에 비판적이던 흑인들에게 어필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와는 정반대로 흑인 특유의 사회 비판적이고 폭력적인 가사로 인정받은 그룹이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Public Enemy였다.
이들은 흑인의 인권문제에 정치적인 상황을 접목한 가사로
흑인사회의 선동가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킹목사나
말콤 X등 흑인 사회에 중요한 지도자가 사라진채 자신들의
존재 자체에 심각한 자책을 하고 있던 흑인들에게 Public
Enemy는 그들의 자리를 랩을 통해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Chuck D와 Flavor Flav, Professor Griff, Terminator X등의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매스미디어를 믿지 말라(Don't Believe The Hype>)", '구조받을 권리마저 흑인에게는 없다'라는 "911 구조전화는 농담이야(911 Is A Joke)", "우리를 막으려면 수백만명은 필요할 걸(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백인들의 우상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웨인에 대한 적대적인 가사로 유명한 "Fight The Power", 제임스 딘에 대한 비아냥 "중단없는 반항(Rebel Without APause)"등의 백인사회에 대한 적대적인 말콤 X, 휴이뉴튼, 루이스 파라칸에 이르는 전현직 블랙파워 리더들을 칭송하는 "Bring The Noise"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선동가적인 전형은 현재에 까지 그들의 파란만장한 행보와 더불어 랩계의 상징적 의미로 남아있다.
1980년대와 1990대를 잇는 랩계에는 N.W.A가 있었다.
그들은 동부(East Coast)가 주도하던 랩계의 주도권을 서부(West Coast)로 옮겨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Public Enemy의 뒤를 잇는 Attitude Rap의 강자로 등장한다.
또한 이들은 그러한 랩스타일을 통해서 Public Enemy의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뒷골목 흑인의 삶을 랩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데 이러한 경향이 바로 갱스타 랩(Gangsta Rap)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는 견해가지배적이다.
이렇듯 1980년대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의 체계화와 문화로서의 힙합이 해체되어 가던 흑인사회속에 깊숙히 침투하면서 그들을 힙합이라는 구심점속에 하나로 규합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던 시대였다.
그만큼 1980년대는 힙합이라는 장르뿐 아니라 흑인사회에도 커다란 변화를 요구 했고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한 셈이다.
N.W.A에 의해서 서부로 옮아온 랩계의 주도권은 1999년에 이르면서 L.A 롱비치(L.A Long Beach)만이 가지는 자유분방함과 밝은 분위기에 편승한 '슈가랩(Sugar Rap)'의 자생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더 그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MC Hammer로 대변되는 슈가램의 등장은 그동안 B-Boy들에 의해 주도 되어온 댄스에도 새로운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Hammer에 의해 생겨난 "Hammer Dance"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댄스풍의 슈가랩은 MC Hammer의 "U Can't Touch This"와 10대 듀오 Kriss Kross의 "Jump"를 거치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어필하기에 이른다.
슈가랩의 도약은 동부와 서부로 양분된 랩계의 동향을 다시금 슈가랩과 갱스타랩으로 양분화 하기에 이르는데, 이러한 랩계의 양분화 현상은 장르의 다변화와 발전에서 기인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1990년대 초반 랩계에는 대단히 놀라운 일로 기억될만한 역사가 이루어졌다.
이는 바로 N.W.A를 탈퇴한 젊은 랩퍼 Dr. Dre의 화려한 솔로 데뷰였다.
"Yippee Yo Yippee Yae"로 대변되는 데뷔앨범은 랩계의 일대 변혁을 일으키면서 400만장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또한 은 Dr. Dre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Snoop Doggy Dogg이였다. 그는 앨범의 뒤를 이은 자신의 데뷔앨범을 통해 다시금 서부 랩퍼의 위력을 과시하게 이른다.
이들 둘은 서부랩계의 대부라고 불리던 George Clinton의 P-Funk에 리듬라인을 좀 더 강화시킨 g-FUNK라는 랩스타일로 서부랩계의 역사를 다시 쓰게된다. 또한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새로운 특징은 정형화된 라임과 R&B계열 곡들의 샘플링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1990년대 초반의 랩계는 g-FUNK가 서서히 장악하고 있었다.
213라는 언더 랩그룹에서 Snoop Dogg, Nate Dogg등과 함께 활동하던 Dr. Dre의 이복동생 Warren G는 Nate Dogg과 함께 "Regulate"라는 곡을 영화 "Above The Rim" 사운드트랙을 통해 발표 함으로써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Snoop Dogg의 사촌인 Dat Nigga Daz 역시 Kurupt The Kingpin이라는 랩퍼와 함께 Tha Dogg Pound라는 그룹을 결성 "Dogg Food" 앨범으로 데뷰하면서 g-FUNK Family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g-FUNK 계열의 랩은 리듬 자체는 상당히 그동안의
랩들에 비해 순화되었지만 가사자체만큼은 여전히 과격했는데 이는 바로 갱스타랩의 연장선상에 g-FUNK가 존재함을 의미했다. 다시말해 g-FUNK는 갱스타랩 속의 한 장르로서 장르적 발전을 주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N.W.A를 탈퇴한 Ice Cube와 비운의 랩퍼 2PAC에 의해서도 이어졌는데 Ice Cube는 N.W.A의 Attitude Rap Style을 더욱 체계화하고 이어갔으며, 2PAC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서부 갱스타랩 장르의 위세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동부에서는 레코드 레이블인 Def Jam의 Onyx, DMX, Red Man등의 도약이 두드러 졌으나 서부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랩계는 더욱 서부와 동부의 양분화 현상이 가속화 되는데 서부의 위세에 눌려있던 동부에 새로운 기조가 싹트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Wu-Tang Clan이라는 거대 그룹의 출현이다.
중국 고대의 무술을 컨셉으로 총소리 대신 칼소리를 샘플로 사용하고 Wu-Sound로 대변되는 독특한 사운드와 독특한 가사는 데뷰 당시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그러한 그들의
출현으로 동부 랩계는 다시금 힘을 얻게된다.
또한 Notorious B.I.G의 데뷰는 랩계를 더욱 양극화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리고 Nas와 Mobb Deep등의 등장은 주목할만한 동부의 변화였다.
이 당시 랩계에는 레코드 레이블을 중심으로 랩퍼들이 크루(Crew)를 이루는 현상이 가속화되어 Deathrow를 중심으로한 서부와 Bad Boy를 중심으로한 동부가 그 대표적이었다. 랩 사상 최초의 더블앨범인 "All Eyez On Me"의 폭발적인 성공으로 인해 서부와 동부의 암투는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2PAC과 Notorious B.I.G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서부와 동부의 대표 랩퍼 2명을 잃은 뒤에야 랩계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갔고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Deathrow 레이블은 이미 떠나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한 Dr. Dre와 사망한 2PAC의 뒤를 이어 많은 랩퍼들이 떠나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서부 랩계를 혼돈에 빠뜨렸고 위기를 맡게 한다.
이에 비해 동부는 Notorious B.I.G의 사망에 힘입어(?) 등장한 Puff Daddy로 인해 다시금 활기를 찾는데 그는 9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슈가랩 스타일로 대중 속에 파고들면서 인기를 얻어 나갔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랩퍼들의 대거 등장과 기존 랩퍼들의 분발로 인해 랩계는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No Limit(Master P, Snoop Dogg, C-Murder), Cash Money(B.G, Juvenile, Lil Wayne)등 새로운 레이블의 등장과 Wu-Tang 멤버들의 솔로앨범 발매, g-FUNK Family(Dr. Dre, Warren G)의 새로운 앨범의 발매, Canibus, Made Man, Mos Def, BlackRob등 재능있는 신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하겠다.
이제 2000년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힙합이라는 음악적 장르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할지는 사실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힙합은 더이상 문화적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유행을 동반한 하나의 어설픈 사조가 아닌 힙합이 가지고 있는 역사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에 관한 깊은 사색으로서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슬램>의 감독 마크 레빈의 말을 끝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힙합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이 세상의 시스템에 도전하게하고 더 공평하고 정당한 세상을 위해 싸우도록 일깨우는 굉장한 저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랩음악의 가사가 점점 여자와 차와 부자가 된다는 것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젊은이들도 변화를 만들어 내기위해 시를 쓰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