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마치 뭐에 꼭 홀린 듯이 일산에서 경복궁역까지 밥 한 끼 먹어보겠다고 올 겨울 제일 추웠던 그리고 눈이 하염없이 내렸던 어제 밤에 서둘러 일을 끝내고 그 밥 한끼 때문에 길을 나섰다. 그런 내가 내 자신이 안쓰러워 보이는 것을 넘어 이상해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어쩌면 누가 봐도 이상 하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 밥 맛 나는 밥 한 끼가 뭐라고.. 후후!
261. 파 한 단(경복궁 역)
밥 맛이 그만이라는 지인이 가르쳐준 경복궁역 근처의 대폿집 수준의 밥집을 찾아 경복궁역에 내려 겨우 물어 찾아간 밥집은 제법 깨끗했다. 뭐 단아하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이나.. 나온 반찬들도 보통 밥집들처럼 짜거나 달거나 그렇지가 않고서 한마디로 담백했다. 밥집 주인의 부모님이 이북 출신 분들이시라 그렇다나?! 아무튼 내 입맛에는 딱이 였었다.
문 닫을 시간이 되 장사를 더 이상 안 하겠다는 주인 여자가 지인에게서 내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서둘러 밥집 문을 닫고서, 나만을 위한 밥상이 차려지고, 술이 한 잔 배속으로 들어가 몸이 따뜻해지진 후 그리고 제법 얼굴이 곱게 생긴 밥집 주인 여자의 계속 되는 이상한 사적인 질문이 지루해져 갈쯤에, 몹시 얼굴이 피곤해 보이는 중 노년의 사내가 밥집에 문을 불쑥 열고 들어 와서는 묘한 얼굴에 표정을 지으며 파가 필요치 않냐?!고 물으며 나갈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실내를 서성 거렸다. 밥집 주인 여자도 그 사내와 안면이 제법 있는 것처럼 그리 귀찮다는 내색 없이 파가 필요하다고 대답을 했고.. 아무튼 뭔가 가 아쉬운지 한참이나 서성거리다 끝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밥집을 나서는 그 사내의 뒷모습을 보다가, 순간 사내가 어찌나 외로워 보이던지.. 묻지도 않았는데, 밥집 주인 여자가 마치 변명처럼 이상하게 들리는 두서없는 설명을 다 했다. 사내는 일 년 전에 상처를 한 밥집에 반찬거리 대주는 사람이라면서.. 사내에 대한 말을 들을 수록 괜히 내 마음은 딱히 이유도없이 불편해졌고.. 그 사내에게 난 그냥 지인이 밥맛이 좋다고 해 들린 사람이란 걸 말해 줄 것을.. 후후!
지루한 술 한 잔과 저녁이 끝나 밥집의 문을 나서는데 문 앞에 잎이 다 시들어 축 늘어진 파 한 단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뭐 꼭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던 그 중 노년의 사내 때문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그냥 밥집 문 앞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던 누렇게 잎이 퇘색되 버린 그 파 한 단의 모습이 마치 지금의 내 초라한 모습인 것만 같아 못내 내 마음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는지, “다시는 이 밥집에 오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난 겨우 밥맛 나는 밥 한끼 먹자고 왔었지만 어쩌면 내 놓을게 파 한 단 밖에 없는 사내에 마음을 내가 공연히 불편하게 한 것만 같아서..
눈이 속절없이 또 온다. 오늘은 경복궁역이 아니라 안국역으로 가야 하는데.. 안국역에는 딱히 밥맛이 좋은 집이 아예 없는데.. 아! 사는 게 뭔지?!
글. 고 사리
첫댓글 첫 방문에 이런 댓글을 달아서 외람되지만, , ,
다리 긴 늘씬한 여인 취향 이시군요!!!!
파씨도 같은 부류 아니던가요?????
ㅋㅋㅋ.. 쌘스가 있으시네요. 그나저나 뉘신지요?! 혹시 밥집 가르쳐준 그 지인?! 이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