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고 깨끗한 얼굴빛 >
선생님과 쌍유타 니까야 중에서 한 대목을 공부하였다. 부처님과 천인과의 대화편이다.
천인: 숲속에서 고요하고 청정한 수행자들이 하루 한 끼만 들고도 어떻게(그렇게) 얼굴빛이 맑고 깨끗합니까.
세존: 지나간 일은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일은 애태우지 않으며 현재의 삶을 지켜나가면 얼굴빛이 맑고 깨끗하다. 지나간 일을 슬퍼하고 오지 않은 일을 애태우는 어리석은 자는 얼굴빛이 낫에 잘린 풀처럼 시든 다네..... “
이에 대한 선생님의 부연 설명이다.
"근심 걱정은 후회하는 마음을 영양분으로 먹고산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열심히 해야 된다. 언젠가 큰 스승은 '방에 들어올 때 마음과 지금의 마음 중에서 어느 것이 네 마음이냐'고 물었다. 지금의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하니 정견(正見)이라고 하였다. 지금, 현재의 마음을 보아야 한다."
쌍유까 니까야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천인: 아들이 있는 자는 아들을 기뻐하고 외양간 주인은 소 때문에 기뻐하듯이 사람의 기쁨은 집착에서 생겨나니 집착하지 않는 자는 기뻐할 것도 없나니... “
세존: 아들이 있는 자는 아들로 슬퍼하고 외양간 주인은 소 때문에 슬퍼하듯이 사람의 슬픔은 집착에서 생겨나니 집착하지 않는 자는 슬퍼할 일도 없다네.“
이와 같이 천인은 사람의 기쁨으로 집착을 말하였는데, 부처님은 사람의 슬픔으로 집착을 말하였다. 이것이 부처님과 천인과의 지혜의 차이다. 부처님은 세상의 일을 고통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고 아셨다는 고집멸도(苦集滅道) 중에서 고(苦)와 집(集)만 생각하면 염세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런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과 닙빠나(열반) 즉, 갈망이 끊기는 길을 말해주셨다. 닙빠나(Nippana에서 nip은 止,중지란 뜻이고 panna는 갈망이란 뜻)는 갈망이 끊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고집멸도는 성인들의 깨달음이다. 최소한 수다원 이상의 경지를 간 사람들이 아는 경지다."
이어서 선생님은 집착을 다음 3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여 주었다.
1) 감각적 쾌락(깜마 우빠디)에 대한 집착: 안이비설신의에 대한 집착.
2) 존재의 다발(5蘊=색수상행식)에 대한 집착: 이 경우는 색수상행식(몸과 마음)과 같이 실체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생수상행식 중 상(想)에 대한 집착으로서 귀신이나 우상과 같이 실체가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을 말할 수 있다.
3) 번뇌치(낄레싸 우빠디, 오염된 번뇌)에 대한 집착: 실제로 우리는 괴로워하면서도 고통을 즐기고 있다. 선생님은 이에 대한 한 예를 들어주었다.
“이미 이야기 한 바와 같이, 하루는 한 한국 부인이 쉐우민 선원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작은 스승에게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스승은 ‘당신이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때 나는 스승의 그 꿰뚫어 보는 지혜를 짐작한 바가 있었지만 그것이 바로 고통을 즐기는 경우다. 그 부인은 이것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이미 거기에 길들여져 있었고 귀에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왜 안 그렇지?' 하며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그 부인도 처음에는 ‘내가 왜 그 귀찮은 것을 좋아 하겠는가’ 하며 자신이 병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이것을 받아들였다. 무지한 탓에 모르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통증에 대하여도 원인 분석을 하기 이전에 가슴을 보아야 한다. 수행을 통해 원인을 알아야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거부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 알아차려야 한다. 어느 순간 지혜를 얻고도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사유로 얻은 지혜이기 때문이다. 수행을 통해 얻은 지혜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우리는 가장 싫어하는 것을 가장 즐기고 있다. 이것이 번뇌치(煩惱恥다).
스승은 항상 말한다. 못 받아들일 것이 무엇이냐고. 세상에 일어난 것은 아픈 것도, 싫은 것도, 좋은 것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좌선할 때, 몸의 이완이 끝나고 호흡을 보기에 앞서 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나, 누구를 미워하고 있나, 마음이 산란한가를 살피라고 하는 것이다.“
첫댓글 선생님 안녕하세요~ ^^ 수행처에서 같은 방을 쓰는 영광을 누렸습니다..근 삼년을 못이 박히라 들은, 나날 탓인지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현재의 마음보기 " 바라는 마음이 있는가. 몸과마음이 바른가.화가 나 있나. 누구를 미워 하는가" 번뇌치가 희롱이라도 하듯 숨곤 하지요. 늘 감사 드림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