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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번식구조 중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단연 레크(lek)이다. 멧닭(black grouse), 목도리도요(ruff), 극락조(bird of paradise)를 비롯한 20여 종의 새들과 어류, 포유류, 곤충 등에서 간간히 나타나는 번식구조로서 매년 수컷들이 전통적으로 모이는 곳에 암컷들이 오로지 짝짓기만을 위해 방문하는 형태를 취한다. 유럽어인 레크(lek)는 알바니아의 화폐 단위이자 서부 네덜란드의 강 이름이기도 하지만, 번식구조를 가리키는 레크는 ‘놀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leka’로부터 파생된 단어이다. 레크는 번식구조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수컷들이 모이는 장소를 지칭하기도 한다. 해마다 번식기가 되면 먼저 수컷들이 레크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들은 서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수컷들이 차지하는 작은 터는 전형적인 의미의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안에 먹이가 있거나 둥지를 틀 만한 공간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춤추고 노래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공간이다. 수컷들은 결국 무대 위에서 가장 좋은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암컷이 쇼핑하듯 수컷을 고르는 곳, 레크(l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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