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반값 아닌 폐지"가 마땅
15박 16일 ‘교육공공성실현 도보대장정’ 완주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등록금을 폐지해야 합니다.”
7월28일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교육공공성실현 전국도보대장정단이 마침내 서울에 도착했다. 완주자 중에는 전남과 광주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과 중학생도 함께 있었다. 이들 중 중학교 3학년인 이재원 학생은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대장정을 완주한 전남지역 중학생들>
“제가 이곳까지 왜 왔을까요. 대한민국에서는 시험만 한 번만 잘 보면 ‘땡’입니다. 결국 사교육을 위한 입시가 되는 것입니다.”
도보대장정조직위원회에는 30여개가 넘는 교육, 노동, 시민,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8월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난 완주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 이태기 위원장을 비롯해 최인섭(전교조 서울), 신윤철(전교조 울산), 신선식, 박은혜(이상 전교조 전남), 황정규(노동해방실천연대), 박명훈(대학생, 이재원, 신하석, 박재후, 임승현, 주현진(이상 전남 중학생), 여동현(광주 고등학생) 등이다.

이들은 대장정 기간 동안 교육공공성 강화가 전 국민의 요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루 일단을 후원금으로 건네준 트럭 운전기사, 일을 멈추고 손을 흔들어주던 농민, 지나가다가도 차를 멈추고 응원해준 시민, ‘진작에 오지 그랬냐’면서 반겨주던 식당 주인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해 △대학등록금 폐지 △국립대 법인화 반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대학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해 걸어온 15박16일간의 여정에 대한 주변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김태균 평등학부모회 상임대표는 “국민들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 국토대장정 참가자들이 보름동안 보여줬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교육문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회문제”라며 “국민들의 많은 지지와 호응을 받으며 완주한 500km의 대장정은 시대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장정 참가자들은 이어진 촛불행동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대장정의 끝이 새로운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도보대장정에 보여줬던 국민들의 열정과 힘을 바탕으로 교육혁명이 이뤄질 때까지 싸워나갈 것임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에 국민들의 요구가 기필코 실현되도록 대장정 조직위원회를 재구성하는 등 연대의 틀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이태기 사회공공성강화 위원장>
참가자들은 '반값등록금 38차 촛불행동'에 참석해 분위기를 이어갔다. 대장정 완주자인 공무원노조 이태기 사회공공성강화위원장은 “2,500리길을 도보로 행진해 오면서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생각을 해왔다”면서 “한국의 등록금은 OECD 34개 회원국 중 3위에 이르고 있으며, 정부 장학금 비율 또한 OECD 평균의 1/3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값 등록금이 아닌 등록금 폐지가 옳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국립대 법인화 또한 등록금 폭등과 기초·순수 학문의 고사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립대 법인화 반대에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길을 걸으며 / 손희윤
상주에서 문경새재로 이어지는 길은
풍운의 뜻을 품고 한양을 향해 힘차게 걷던 科擧길
재벌은 지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싹쓸이 할까 하며 달리던 길
농부가 지나가면서 어떻게 해야 농사가 잘될까 고민하던 길
노동자가 지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걷던 길
연인과 함께 지나가면서 장래 설계하며 새록새록 추억 쌓아 걷던 새재길
선각자 걸어간 이 길을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도보대장정이란 짐을 지고 묵묵히 걸어가노라
어떤 이는 최저임금 시급 백원만 더 올려 달라 걷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 달라 절규하며 걷는 이도 있네.
동지여!
그대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그 무엇을 담으려고,
그토록 힘겹게 걸어가는가?
등록금 걱정 없이 학문에 정진할 수 있는 그날까지
마이너스 통장 필요 없이 생활 영위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정리해고 통지 걱정 없는 정규사원 되는 그날까지
작은 소망 담아 아스팔트 녹아내리는 도포에 발자국 새기며...
묵묵히 걷고 있노라
길 위에서 버려지는 나의소중한날들이
뜨거운 아스팔트위의 힘겨운 발 울음소리가
그대 심장에 들릴 때 까지 걸어가려네.
길 위에 버려지는 내소중한 날들이...
묵묵히 걸어가는 이 길이 훗날 후회하지 않는 걸음이기를...
* 교육공공성을 위한 국토대장정에 부쳐, 공무원노조 경북대지부 손희윤 수석부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