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적산(574m)
금남정맥의 양정고개에서 북으로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정맥은 계룡산 주릉을 향해 급경사의 능선을 올라가 전망 좋은 바위봉에 닿는다. 이 암봉에선 계룡산 천황봉, 쌀개봉, 문필봉, 연천봉이 뾰족뾰족한 성곽처럼 가파른 산세를 이루고 있고 발아래 펼쳐진 신도안 풍경은 천하의 명당답게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현란하게 펼쳐진다. 향적산은 이 암봉에서 정맥의 반대편인 왼쪽(남쪽)으로 가치를 쳐 달아나는 능선상의 최고봉이다.
향적산은 향을 쌓았다는 뜻으로 이름 자체가 신앙의 냄새를 풍긴다. 지형으로 보아도 특이하다. 금남정맥의 절정을 이룬 계룡산 천황봉에서 한 단계 낮아진 산줄기가 직선으로 뻗어있어 계룡산의 꼬리처럼 보인다. 마치 계룡산을 향해 길게 엎드려 절하는 모양 같다. 헌데 이 산을 향적산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계룡산 국사봉이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실지도 이곳 나이 많은 마을 주민들은 향적산이 아닌 국사봉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향적산의 새벽조망은 천혜의 비경이다. 남북덕유산을 비릇하여 운장산, 민주지산, 각호산, 서대산의 장쾌한 산줄기가 앞 다투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여러 모양으로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금강의 남쪽 산줄기인 금남정맥이 대둔산에 이르러 북으로 방향을 틀어 바랑산을 빚어놓고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 함박봉, 개태산, 천마산을 지난다. 금남정맥은 양정고개로 가라앉아 엄사를 지나며 한껏 고개를 숙이다가 천하명산 계룡산을 일으키기 위해 산세가 일어나기 시작하여 무명봉(513m)을 일으킨다.
그 무명봉에서 금남정맥을 이탈하여 남쪽으로 가지를 쳐 1.2Km(도상거리)를 뻗어나가 솟구친 산이 향적산 이다. 향적산을 들어 올린 산릉은 계속하여 9Km쯤 남진하여 남은 여맥들을 1번국도 옆으로 흐르는 연산천에 가라앉힌다.
1월1일 태양은 새롭다. 지나간 1년 365일 동안 쌓인 세상의 먼지를 털어 내고 맞는 해돋이 산행은 새날 새 아침의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어 더욱 좋다. 칠흑같이 캄캄한 새벽6시 맨재저수지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임도처럼 널찍한 길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산을 오른다. 독립가옥 옆에 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왼쪽 눈 덮인 좁은 산길로 산을 올라간다.
이제 등부터 훈훈한 기운이 올라오더니 땀이 솟기 시작한다.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능선에 닿아 천천히 올라오는 대원들을 기다린 다음 빠른 발걸음으로 고스락을 단숨에 올라섰다.(7:00) 고스락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캄캄했던 하늘이 어느새 밝아온다. 그러나 하늘은 구름이 가득 끼어있고 가늘 은 눈도 내리며 멀리 있는 산들은 보이지 않는다.
해 뜨기 직전의 아침산은 한 폭의 잘 그린 산수화 같은 비경이다. 그 위로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멀리 끝없이 펼쳐진 준령들이 붉게 띠를 이루면서 여명을 준비한다. 이년 전 1월1일 이곳에서 뛰어난 일출 풍광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는데... 오늘은 해맞이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고스락에서 50분을 기다려도 일출은 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계룡산 천황봉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나아가다가 층계 바위가 있는 능선에서 시산제 준비를 할 때 갑자기 하늘의 구름이 걷히면서 일출의 장관을 맞이했다.
해는 서서히 하늘로 떠올랐다.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줄 듯 한 여의주처럼 맑디맑고 찬란한 모습으로 눈이 부시도록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태양의 기운을 머금기 위해 한껏 입을 벌려 정기를 마시고 나의 인생도 오늘같이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떠오르듯이 순조롭게 되어 성공할 것을 기원한다.
조망이 뛰어나고 그윽한 쉼터 역할을 하는 금남정맥 분기점 봉우리에서 아름다운 계룡산 자태에 뿍 빠져들며 다시 한 번 산행의 즐거움을 누린다. 이제 아쉽지만 본격적인 하산이다. 금남정맥 능선을 따라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나아가 안부에 닿은 다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금남정맥을 이탈하여 휴양림 쪽으로 산을 내려가 행복한 산행을 마친다.(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