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아 오 름
“오직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 갈을 것이요 달음박질 하여도 곤비치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치 아니 하리로다“ (사40:31)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어린이 뮤지컬을 교회 아이들과 보게 되었다.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로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게 된 어미 갈매기는 놀이터에 날아와 죽기 전 고양이를 만난다. “알을 낳고 내가 죽으면 새끼를 잘 길러주고 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어미 갈매기의 죽음 이후 정성껏 보살펴 주고 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네 자신이 날려 고만 하면 날 수 있어”라고 격려하여 결국 날아올라 어미 고양이의 품을 떠나는 장면에서 “아, 날아가는구나!” “사랑하는 부모님도, 아이들도 내 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버지가 폐쇄성 폐질환으로 아프신데 어렵게 어머니와 대전에 오셨다, 휴대용 산소기를 올해부터 보험이 되어 대여하셔서 만반의 준비를 하시고 오신 것이다. 기차역에서 휠체어를 대여하고 공익근무요원이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태워 주차장까지 안내해 주었다. 얼마나 감사한지 움직이기만 하시면 호흡이 힘들어 지신다. 벌써 몸이 불편하신지도 8년이 넘은 것 같다. 그래도 몸을 잘 관리하셔서 입원하지 않으시고 지내실 수 있어 감사하다. 딸한테 오신다고 밤새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고 하신다.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복어 집에 가서 탕을 사드렸다. 이도 안 좋으시고 호흡량이 딸려 많이 드시지 못하셨지만 행복해 하셨다. 천국가시기 전에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외할머니가 대장암이셨기에 수술비로 많은 돈이 들었다. 아버지는 장남이셨기에 홀로계신 아버지와 동생들을 위해 대학 진학도 포기하시고 동양공전에서 기술을 배워 보일러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한평생 일하셨다. 부모님은 나에게 상고를 가기를 원하셨지만 은행원 하기는 싫어 인문계를 나와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상고 나와 취업했으면, 아니 대학 졸업하고 공무원으로 취업했으면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효도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둘째 아이가 서울 로봇고등학교에 진학하여 2년 후면 직장을 다니게 된다. 나도 가기 싫었던 길을 너무 어린 아이에게 일찍 경험하게 하는 건 아닐까? 아버지도 손녀가 취업 먼저 한다고 하니 취업 후 꼭 대학을 보내라고 걱정하신다,
“13세에 완성되는 유대인의 자녀교육”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유대인들은 남자아이 13세, 여자 아이12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러주고 그 이후의 삶은 하나님께 맡기고 아이들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성인식 때는 성경책과 손목시계, 금일봉을 준다. 말씀으로 살고, 시간 약속을 지키며, 받은 돈을 가지고 적금과 채권 주식에 분할하여 투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 경제 교육을 시키고, 스스로 돈 모으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아! 나도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볼 필요는 없겠구나. 그들의 삶을 자기들이 선택한 대로 갈수 있도록 기도해 주고, 격려해 주면 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육아의 짐 또한 하나님께 맡기면 되는 것이었다. 날아 보내려면 내가 먼저 준비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별하기 전에 내 주위의 사람들과도 인사를 하고 추억어린 장소들도 둘러보고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또한 부모님과 아이들을 날아 보낼 준비를 할 때 그들 또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