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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대한 모든 것! 까도녀 발레리나와의 인터뷰 AND 레슨
1. 춤의 기원, 서양의 발레
현존하고 있는 문화-예술이 그렇듯 춤도 종교와 함께 탄생했다. ‘칼빈’이라는 신학자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간의 마음에는 ‘종교의 씨앗’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자연현상이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여 종교를 만들었다. 이것을 원시종교라고하는데 이때 사람들이 행했던 종교의식이 바로 춤이었다. 다시 말해 춤, 무용은 처음부터 종교와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 축제’와 관련된 그림을 보면 춤추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디오니소스’하면 떠오르는게 술과 도취, 광기이다. 이것은 이성과 현실, 빛을 상징하는 ‘아폴론’과 대비된다. 그런 까닭에 ‘디오니소스’는 예술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아폴론’도 예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디오니소스’의 예술은 조금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예술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영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디오니소스’는 과학과 합리주의, 이성에 대해서 비판했던 ‘니체’가 사랑한 신이기도 하다. 그렇게 태동한 무용은 원시종교부터 성경시대, 로마시대, 중세시대까지 종교의 우산 아래 있었다. 그러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춤이 종교와 구별되서 여흥과 오락으로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귀족들이 있었는데, 이때의 춤은 대개 왈츠나 군무처럼 ‘함께 추는 춤’이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장르 예술로서 극장 무용이 된 것이 ‘발레’이다.
2. 발레의 정의와 발전사
발레(ballet)는 연극의 대사 대신에 춤에 의하여 진행되는 무용극이다. 16세기에서 17세기 사이 프랑스 궁정에서 발달했지만, 본래 발레의 뿌리는 이탈리아이다. ‘발레’라는 어원은 ‘춤을 추다’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의 동사 ‘ballare’에서 유래되었다. 1489년 이탈리아 토르토나의 궁정 연회 중 ‘베르곤치오 데 보타’라는 부유한 예능애호가가 ‘밀라노 공 갈레아초 스포르차’와 그의 신부 ‘이사벨라’를 위한 결혼 축하연에서 상연된 ‘이아론과 금의 양모’라는 발레가 시초이다. 그 후 피렌체에서 출생한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의 ‘앙리 2세’의 왕비가 되었고, 프랑스 궁정에 조국의 발레를 소개하면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그 후 1581년 파리의 ‘앙리 3세’의 궁정에서 상연된 ‘왕비의 발레 코미크’가 기록상으로는 최초의 발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때의 발레는 오늘날 상영되는 종합적인 예술보다는 ‘가장무도회’의 성격이 더 강했다.
3. 발레의 발전
발레의 시작은 프랑스의 앙리 2세로부터였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발레를 사랑해서 스스로 당대 최고의 발레리노로 활동했고, 무대를 떠난 뒤에도 발레의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 있다. 그가 바로 1638~1715 년의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이다. 그는 ‘태양왕’으로 유명한데,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절대왕정의 절대군주 체제를 황립했다. 에티켓이라 불리는 ‘엄격한 궁정예법’이 탄생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런데 왜 루이 14세를 태양왕이라 부를까? ‘태양왕’이라는 별명은 발레에서 유래되었다. 그가 15살 때 ‘밤의 발레’에서 태양역을 맡았고, 바로 거기서 탄생한 별칭인 것이다. 겨우 5살 때 왕위에 올라 어린 시절부터 위협에 시달렸던 루이 14세는 발레라는 예술을 통해 태양과 같은 절대권력을 성취한 당대 최고의 발레리노였다. 이처럼 발레는 프랑스에서 궁중무용으로 시작되어 왕실 권력의 후원 아래 귀족 중심으로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19세기 초에 이르러 발레가 ‘극장 예술’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이때부터 발레는 귀족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층이 관람할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현재 알고 있는 발레의 역사가 시작되는데, 시기별로 로맨틱 발레, 고전 발레, 현대 발레로 나눌 수 있다. 춤도 구분되어 혼자 추는 동무, 둘이나 셋씩 조를 짜서 추는 조모, 여러 명이 함께 추는 군무로 나뉜다. 공연의 내용도 발전해서 음악, 문학, 미술, 조명과 의상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이 고루 발달하게 되었다.
4. 발레의 종류, 낭만, 고전, 모던
1) 낭만적인 로맨틱 발레
낭만 발레는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발전했다. 패션과 예술, 낭만의 나라 프랑스답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발레사에서는 이 시대의 무용을 ‘로맨틱 발레’로 통칭한다. 주로 현실세계와 동 떨어진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내용’을 소재로 삼았다. 로맨틱 발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공기의 요정’이라는 뜻의 ‘라 실피드’와 ‘지젤’이 있다. 발레리나가 입는 스커트를 ‘튀튀’라고하는데, 낭만 발레시대의 옷을 ‘로맨틱 튀튀’라고 한다. 의외롭게도 치마가 길었는데, 보통 복숭아뼈까지 오는 스커트였다. 또 이 시대의 남성 무용수들은 역할이 거의 없었다. 단지 여성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여성 무용수가 회전할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보조자에 불과했다.
2) 고전스러운 클래식 발레
프랑스에서 낭만 발레가 발달했다면 고전 발레는 러시아에서 탄생했다. 보통 ‘클래식 발레’라고 부른다. 발레가 러시아로 옮겨가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낭만 발레가 쇠퇴하고, 고전 발레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러시아는 지금도 클래식 발레의 본산으로 군림하고 있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은 클래식 발레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한편 고전 발레에서 입는 의상을 ‘클래식 튀튀’라고 부르는데, 뒤집힌 우산 모양의 짧은 스커트이다. 또한 이때부터 남성도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무대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3) 모던한 현대 발레
현대 발레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보통 ‘모던 발레’로 지칭된다. 이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저 유명한 ‘이사도라 덩컨’이다. 오늘날 현대 무용, 즉 현대 발레의 어머니로 불리는 그녀는 1899년 미국 시카고 공연에서 정신적, 육체적 구속의 상징인 ‘토슈즈’를 벗어버리고 타이즈도 입지 않은 채 맨발로 무대에 올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녀를 ‘맨발의 이사도라’라고 불렀으며, 그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발레 장르가 싹을 틔우게 되었다.
5. 발레리나와의 인터뷰 - 연재 중인 소설 캐릭터 차용
Q: 안녕하세요? 오늘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자가 최대한 환히 웃으며 인사한다. 그러나 도도한 발레리나는 말이 없다. 황갈색 머리칼이 외이브져 흐른다. 이목구비가 딱 인형처럼 예쁘다. 몸의 곡선이 극히 섬세하고 우아하다. 자, 이쯤되면 짐작이 가시리라. 그렇다. 이번 깜짝 인터뷰의 발레리나는 글속 캐릭터 유란이다.
A: 시간 없어요. 인터뷰할 거면 빨리 하죠.
Q: 네에. 그럼 첫 번째 질문인데요. 발레리나의 옷을 튀튀라고 하는 이유가 뭐-예요?
유란의 눈살이 와락 찌푸려진다.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다. 꼭 못물어볼 질문을 들은 표정이다. 당연히 필자는 엄청 당황한다.
A: ‘튀튀’는 불어로 ‘엉덩이’를 뜻해요. 주로 어린아이들의 ‘엉덩이’를 표현할 때 쓰죠.
Q: 아, 그, 그렇군요. 어, 엉덩이 .....
유란이 당황할 만한 주제였다. 확실히 민망한 말이니까 말이다.
Q: 그럼 발레의상은 처음부터 몸매가 드러났나요?
A: 공부 안 하고 왔죠? 인터뷰 전에 기본적인 건 알고 오는 게 정상 아니에요?
Q: 네, 죄송합니다. 아니, 저도 공부는 했는데 말이죠. 이건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분들을 위한 거니까 .....
필자는 우물우물 말끝을 흐린다. 유란이 여보라는 듯 한숨을 쉰다.
A, 일단 대답은 No에요. 초기의 궁정 발레는 의상 퍼레이드 같았거든요. 귀족이 자신을 뽐내려 은실로 짜서 만든 의상과 새의 깃털, 각종 보석으로 아주 화려하게 치장하고 춤췄죠.
Q: 우와, 그거 정말 멋졌겠어요.
A: 아니요. 딱 잘라서 그건 춤이 아니에요. 오늘날의 발레랑은 엄청난 갭이 있어요. 그저 흐느적흐느적 율동일 뿐이었죠. 치장을 하느라 옷이 무거워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춤을 추었거든요.
Q: 아, 내 상상이 .... 산산이 부서졌어!
A: 아무튼, 이후 전문 무용수들의 시대가 오면서 의상은 좀 간소해 졌죠. 하지만 무용수들은 여전히 자신의 역할보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치장하기 바빴어요. 이때 등장한 개혁자가 바로 장 조르주 노베르죠. 그는 불필요한 장식물을 던져버리고 표현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그래서 19세기 초반에 접어들면서 무용 의상은 그리스식의 얇은 튜닉을 소화할 만큼 개방적이 되었죠. 이어 낭만발레의 시대가 오면서 바로 튀튀가 등장하게 된 거-예요.
Q: 아하, 그렇구나. 그런데 치마, 그러니까 튀튀의 종류가 세 가지잖아요. 그 차이가 정확히 어떤 거-예요?
Q: 진짜 하나도 모르잖아! 정말 공부는 한 거-예요?
유란이 짜증스럽게 물어본다.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가버릴 것 같다. 그러나 필자도 나름대로 억울했다.
Q, 했어요, 했죠. 그런데 영 연상이 안 된다구요. 클래식이고 로맨틱이고, 다 똑같은 튀튀가 떠올라서 말이죠. 그, 뭐랄까, 딱 감이 안 온다고나 할까.
A: 둔하긴.
Q: 헉!
발레리나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필자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A: 발레리나의 옷은 위는 딱 붙고 아래는 활짝 펼쳐진 치마 형식이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에요. 튀튀 역시 나올 때부터 오늘날 모양으로 탄생한 건 아니구요.
Q: 네, 기리가 좀 차이지죠.
A: 맞아요. 낭만 발레의 튀튀는 치마가 길어요. 발목까지 오는 의상도 있죠. 오해할까봐 말하는데요, 낭만 튀튀가 옛날 의상이긴 하지만 오늘날 아예 입지 않는 건 아니에요. 요즘도 군무를 출 때 로맨틱 튀튀를 입곤 하거든요. 호두까기 인형에서 파티 장면 있죠? 거기서 무용수들이 입은 게 바로 로맨틱 튀튀죠. 무릎까지 내려오는 하얀 드레스 말이에요.
Q: 혹시 입어보신 적은?
A: 뭐, 가끔은. 하지만 주로 동무를 더 좋아해서 말이죠.
유란이 새침하게 고개를 돌린다. 사교성이 부족한 티가 나는 것 같다.
Q: 그럼 클래식 튀튀는요?
A: 그건 일단 치마 길이가 짧아요. 거기에 치맛단이 약간 위로 들렸죠. 무용수의 기교가 중점이 되면서 탄생하게 됐어요. 백조의 호수에서 발레리나들이 입는 의상을 상상하면 쉬울 거-예요. 그중에서 백조가 동무를 출 때를 생각해봐요.
Q: 저, 본 적이 없는데.....
A: 무식하긴. 다음에는 무용적인 소양을 더 키우고서 와요!
Q: 우우우! 너무해, 못볼 수도 있는거지.....
필자는 울먹이며 테이블에 엎어졌다. 하지만 발레리나는 코웃음을 쳤다.
A: 마지막으로 현대 의상은 격식을 많이 버린 게 특징이죠. 타이즈를 벗고 다리를 들어낸다든가, 클래식 튀튀를 기조로 로맨틱 튀튀에서나 볼 수 있는 긴 망토나 숄 등을 두른다든가, 튀튀에 한복의 디자인을 차용한다든가.
Q: 한마디로 복합과 융합이군요.
A: 지식은 짧아도, 이해력은 봐줄만 하네요. 그나마 다행이에요.
유란의 성격은 참 까칠한 것 같다. 이제는 단련돼서 그냥 흘려버린다.
Q: 그런데요, 발레는 서양의 춤이잖아요. 한국인이 배우고 출 때 뭐 어려운 점 같은 게 있나요?
A: 글쎄요. 아무래도 신장차가 좀 걸리긴 하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치마가 더 미니가 됐다는 평가도 있어요.
Q: 에? 그건 또 무슨 소리?
A: 발레는 서양의 춤인 만큼, 동양인은 서양인 만큼의 긴 다리를 가지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뭐, 요즘은 다리 늘씬한 무용수들이 많지만요.
필자는 유란의 몸매를 살핀다. 가늘고 늘씬하고, 한마디로 맵시가 좋다.
Q: 부, 부럽다.
A: 졌군요. 부러우면 지는거래잖아요?
문득 필자는 울고 싶어진다. 발레리나가 도도하게 웃는다.
Q: 얘기나 계속 해주세요. 신장차가 있다는 건 이해했어요.
A: 그래서 인위적으로 튀튀를 이용해 다리를 조금이나마 더 길어보이게 하기로 했죠. 그러다보니 치마는 점점 짧아지게 됐고, 오늘에 들어서는 대개 허리와 거의 평행을 이루는 디자인이 된 거죠.
Q: 그렇군요. 자, 그럼 인터뷰는 여기서 쫑내고. 지금부터는 발레리나와 함께 간단한 발레 동작을 배워볼까요?
6. 까도녀 발레리나의 기본 레슨 - 소설 속의 등장 캐릭터들 출연
유지: 음, 긴장되네. 난 발레에는 초심자니까. 물론, 쪼금, 딱 요만큼 정도는 배워보긴 했지만. 그래도 .....
유란: 이번에도 기본적인 거니까 쉬울 거야.
희수: 저기, 정말로?
유란: 일단은. 뭐, 그것도 못하면 어지간히 둔하다는 거겠지.
희수: 저, 그, 그건 좀 ..... 아닌 것 같은데......
유란: 참고로 글속에서 나오지 않은 동작도 가르쳐줄 예정.
유지: 에, 그럴 것까지는 없는데.... 가뜩이나 배운 포지션도 어렵다구.
유란: 나더러 똑같은 수업을 두 번 연속으로 하라는 거야?!
유지: 아, 아니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란: 자, 그럼 먼저 기본적인 발동작을 가르쳐줄게. 이건 총 5가지 자세가 있어. 뭐, 몇 가지는 글속에 나왔을 걸?
1) 발동작
(1) 퍼스트 포지션(first position): 똑바로 서서 무릎이 밖을 향하게 한다. 이때 다리는 꼭 붙어있어야 한다. 발끝의 각도는 180 도로 한다. 뒤꿈치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2) 새컨드 포지션(second position): 무릎이 밖을 향한 상태에서 양쪽 발뒤꿈치가 떨어진 상태다. 양쪽 발뒤꿈치의 거리는 12인치이며 각도는 여전히 180 도로 유지한다.
(3) 써드 포지션(third position): 무릎과 발이 밖을 향하도록 선다. 오른발이나 왼발 중 편한 쪽을 앞쪽으로 옮긴다. 이때 앞발 뒤꿈치가 다른쪽 발의 중간 지점에 닿도록 한다. 발의 각도는 계속 180 도로 유지한다.
(4) 포쓰 포지션(fourth position): 써드 포지션에서 두 발이 10인치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앞뒤로 떨어지도록 한다.
(5) 피프스 포지션(fifth position): 무릎은 밖을 향하고 두 다리가 딱 붙도록 선다. 앞발 뒤꿈치와 뒷발 엄지발가락 끝이 서로 맞닿게 한다. 발의 각도는 180 도를 유지하고 뒤꿈치가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희수: 이건, 할 때마다 힘들어.
유란: 평소 몸이 굳었다는 뜻이야. 자, 긴장 좀 풀고, 허리도 더 세워!
희수의 등을 제법 세게 친다. 엄격한 발레리나의 손은 맵다.
유지: 저러다 자세 교정하기 전에 몸이 나무젓가락처럼 될 것 같은데..... 그것도 뚝 불어진 걸로.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그나저나, 발레가 옳바른 자세를 교정하는 데 효과적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발을 옮기는 것 뿐인데 왜 자꾸 균형이 안 잡히는 건지 궁금하다.
유란: 자, 그럼 발 동작을 배웠으니까. 다음은 팔의 자세를 가르쳐줄게. 이건 동작이 4가지야.
유지: 그나마 하나가 적구나. 다행이다.
2) 팔동작
(1) 앙 바(en bas): 아래에서라는 뜻으로 팔을 모으는 동작이다. 배에 힘을 주고 어깨는 펴주며, 가슴은 앞을 향해 내민다. 양손을 둥글게 타원 모양으로 만들어 배꼽 앞쪽에 오도록 한다. 이때 양쪽 겨드랑이와 몸통의 간격은 달걀 하나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또 팔꿈치는 뒤로 휘어지지 않고 앞쪽으로 들어주어야 한다. 이때 손을 배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엄지손가락은 손바닥 쪽으로 붙여서 멀리서는 보이지 않게 하며, 손을 손목과 같은 두께로 손가락 끝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이때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2) 앙 아방(en avant): 앞으로라는 뜻으로, ‘앙바’ 상태에서 팔을 허리 윗쪽으로 올리는 동작이다. 팔꿈치가 아래로 쳐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손끝은 자연스럽게 명치 앞쪽에 위치하도록 한다.
(3) 앙 오(en haut): 위를 뜻하는 말로,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동그라미를 그리듯 모으는 동작이다. ‘앙아방’ 상태에서 팔을 이마 높이까지 들어준다. 팔이 머리 뒤로 넘어가서는 안 되며, 손바닥은 이마를 향하도록 한다. 어깨가 같이 딸려올라가기 쉬운데, 팔만 올라가도록 주의해야 한다. 앙 바와 앙 아바, 앙 오까지 진행되는 데 있어 양팔이 그리는 타원형의 크기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팔꿈치가 너무 벌어지거나 손이 너무 뒤로 가면 갈비뼈가 열려서 예쁘지 않음으로, 딱 이마 위까지만 올리도록 한다. 또한 엄지손가락을 벌리면 모양이 보기 좋지 않기 때문에 엄지가 많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
(4) 알라 스콩드(ala seconde): 순식간에라는 뜻으로, 앙 아방 상태에서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팔을 양쪽으로 벌린다. 그러나 모으고 있는 손은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한다. 마치 아름드리 나무를 안고 있는 느낌으로 팔만 벌려주는 게 포인트다. 이때 팔꿈치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며, 손바닥은 정면을 향하도록 한다. 어깨보다 팔꿈치가 살짝 내려가고 팔꿈치보다 손가락이 살짝 내려가되, 전체적인 팔의 라인은 거의 일찍선을 유지한다. 또한 팔은 어깨보다 앞에 위치해야 한다.
유란: 거기, 음침 오타쿠! 몸이랑 팔이 너무 붙었잖아! 그래서 달걀이 들어가겠어?
희수: 네, 네! 저, 이렇게?
유란: 이번에는 어깨가 올라갔잖아! 목이 쑥 들어갔네 아주. 그리고 유지, 팔꿈치 자꾸 앞으로 나오게 할 거야? 아니, 지금은 또 아래로 쳐졌잖아!
유지: 우우우, 이거 어려워어!
유란: 뭐야, 이미 한 번 했으면서 왜 그 모양인데?
유지: 네, 고치겠습니다! 고칠게요!
상체 동작은 신경 쓸 게 많다. 몸에서 삐그덕 소리가 날 것 같다.
유란: 자, 이제 팔과 다리는 끝. 이제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동작을 해보자.
희수: 으으, 좀 쉬었다 하면 안 될까?
유지: 여기서 더 어려워지는 건 참아줘!
3) 중앙동작
(1) 탄듀(tendu): 뻗는다, 혹은 펼치다라는 뜻이다. 한쪽 발을 마루를 쓸드시 밀어낸다. 이때 무릎이 자연스레 쭉 펴지게 되는데, 중요한 건 바닥에서 발을 떼지 않는다는 것이다.
(2) 데가제(degage): 자유롭다는 뜻이다. 한쪽 다리가 마루를 떠난 상태를 뜻한다. 이때 체중을 싣고 있는 다리는 움직이지 말아야 하며, 들어올린 다리는 허벅지부터 움직이도록 해야한다. 쉽게 말하자면 한쪽 발로 서는 동작인데, 들어올린 다리를 곧게 펼치거나 구부리거나 하며 변화를 주는 동작이다.
(3) 그랑 바뜨망(grand battement): 한쪽 발에 체중을 두고 다른쪽 발을 빠르고 힘차게 공중으로 차는 동작이다. 그냥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공을 차드시 해야 한다.
(4) 아라베스크(arabesque):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쪽 다리를 뒤로 뻗는 동작이다. 고난도 동작일 수 있지만, 이 자세는 특히 고관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5) 퐁듀(fondu): 다리를 부드럽게 움직여서 앞과 옆과 뒤로 옮기는 동작을 말한다. 요컨대 바뜨망에서 퐁듀로, 자유자제로, 또 연속적으로 동작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때 균형을 잡는 다리는 흔들리지 말아야 하며, 내뻗는 다리는 군더더기 없이 일짜로 움직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지: 어, 앗!
유란: 아, 뭐야 진짜.
유지: 아야야, 또 넘어졌어.
유란: 벌써 12번째네. 이러다 20번 돌파하는 거 아냐?
희수: 저기, 그 전에 무릎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데.....
유란: 둔하긴. 균형감각 제로야.
유지: 아니, 너무 난위도가 높은 거거든?
유란: 흥, 변명은.
유지: 우이씨, 까칠 발레리나.
희수: 여기, 약. 상처에 발라.
역시 발레는 무용의 ‘갑’이다. 따지자면 한 발로 서기인데, 땀을 뻘뻘 흘린다.
유지: 말로만 하지 말고 발레 좀 직접 보여주지?
꽤나 뿌루퉁한 얼굴로 말한다. 까도녀 발레리나한테 왕창 시달려서 조금 화가 난 모양이다.
희수: 헤에, 나도 보고 싶다. 사실, 본 적 없거든. 발레 공연 같은 거.
유란: 뭐야, 역시 서민이군.
유지: 피이, 자기는 무슨 귀족인가? 그리고 나도 본 적 없어.
아미를 찌프리며 혀를 내민다. 그러다 마지막은 희수를 보며 말한다. 발레리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유란: 정말이지, 이거 안 되겠네. 뭐, 딱히 춤 추고 싶지는 않지만. 애들이 워낙 불쌍하니까.
발레리나가 도도하게 턱을 치켜든다. 아무래도 발레를 펼칠 모양이다. 그것도 퍽이나 고난도 동작인 듯 싶다.
4) 점프와 회전
(1) 시손느(sissonne): 두 발로 뛰어올라 한 발로 도약하는 동작이다. 즉, 처음 점프할 때는 두 발로 뛰어오르지만, 착지 후 도약할 때는 한쪽 발로만 점프하는 동작이다.
(2) 샹주망(changement): 변화를 의미하며, 공중에서 발을 바꾸는 동작이다. 여러 차례 뛰어오르고 도약하며, 양쪽 발을 번갈아 사용한다. 이를테면 처음 도약은 오른발로, 다음의 점프는 왼발로 하는 식이다.
(3) 앙트르샤(entrechat): 수직으로 뛰어올라 양발을 앞뒤로 빠르게 교차시키는 동작이다. 공중에 뜬 채 발끝을 붙이는 걸 생각하면 된다. 몇 번 교차하느냐에 따라 명칭이 변하는데, 2번 교차시 앙트르샤 되, 4번 교차시에는 앙트르샤 캬트르, 6번 교차시 앙트르샤 시스라고 한다. 2번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4번이나 6번 교차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여기서 앙트르샤가 얼마나 난위도가 높은지가 잘 들어난다고 할 수 있겠다.
(4) 죄때(jete): 던지다라는 뜻으로, 한쪽 다리를 던지듯이 공중에 날리면서 다른 다리로 도약을 이어가는 동작이다. 모든 방향으로 다양한 죄때가 가능하며 허공에서 양쪽 다리를 쭉 뻗는 동작은 그랑 죄때라고 한다.
(5) 아라베스크 푸르미네이드(arabesque furumenaide): 아라베스크 상태에서 회전하는 동작이다. 한 발로 선 채 한쪽 다리를 뒤로 뻗는다. 그 상태에서 턴을 하려니, 균형을 요하는 어려운 자세라고 하겠다.
(6) 죄때 앙 투루낭(jete en toumant): 도약하면서 회전하는 동작이다. 점프하면서 허리의 반동을 주어 턴을 하거나, 허공에 체공한 상태에서 회전한다. 연속으로 하기 위해서는 점프할 때 힘을 주어야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회전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7) 피루엣(firuet): 한 발을 바닥에 찍은 채 회전하는 동작이다. 발끝으로 선 채 균형을 유지하고, 동시에 온몸에 탄력을 주어 턴을 한다. 대개 연속으로 회전하는 것이 특징이다.
(8) 푸에테(foutte): 발레의 무용 중에서 단연코 가장 어려운 동작이다. 한쪽 발로 선 채 회전하면서 다른 다리는 균형을 잡는 다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돈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또 가장 유명한 푸에테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32 회전 푸에테’이다.
* 출처: 다음 백과사전
* 편집 및 각색: 카페 주인장
* PS. 발레리나 인터뷰와 발레 레슨은 소설 속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꾸몄습니다. 여흥 삼아 정리한 거니 참고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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