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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막차 놓친 만포滿浦 나루 주막집, 낭림산狼林山 생치회生雉膾랑 거푸
마신 화주 몇 잔. 나이도 고향도 숨긴 희미한 늙은 사내
2
흑백사진 달랑 들고 옛 주소 물어물어 주름 깊고 마른 삭신 문밖에 선 봉두난발,
누구슈? 다 낡고 삭은 민적民籍 속의 저 이름……
3
반갑구나 귀밑 점, 점돌 아재 맞는구나. 할머니 눈 못 감던 아재 이름 맞는구나.
정말로 밤도둑처럼 그렇게 그가 왔다
-유재영, ‘어떤 자서自敍’ 전문
유재영 시인이 시조집 『느티나무 비명碑銘』(동학사)을 냈다. 북 디자이너답게 장정, 활자 크기, 배치 등에 공을 많이 들였다. 옅은 하늘색 종이에 가는 고딕으로 작게 찍힌 시조 23편이 마치 하늘을 이고 촘촘 서 있는 느티나무들 같다. 이렇게 그는 생의 육십 마디 어디쯤에서 비명碑銘을 새겼다.
그는 말한다. ‘나에게 6년 동안 시조 스물세 편은 너무 많다. 시간이 주어지면 절필하듯 시조를 쓰고 싶다’. 그가 서른 세 편의 루비 알 같은 시들을 모아 낸 서정춘 첫 시집 『竹篇죽편』은 대박이었다. 많다고 다가 아니다. 내 시집 『젤라의 꽃』에 답해 보내주신 시 ‘고요 뒤편을 치는 소리’를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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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시 읽어본다. 느티나무 비명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