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해[食秊]` : 생선을 재료로 하여 생선을
토막친 다음 소금 ·조밥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한국 음식이고,
`식혜[食醯]` : 찹쌀과 엿기름물 재료로하여
찹쌀을 쪄서 엿기름물을 붓고 삭힌 다음
밥알은 냉수에 헹구어 건져 놓고, 그 물에
설탕과 생강을 넣고 끓여 식힌 다음 밥알을 띄워 만든 한국 고유의 음료입니다.
함경도 전통가자미 식해 : 식해의 영양가치
우리 고유의 음료를 생각하면 단연
식혜가 떠오릅니다.
식혜는 식후 더부룩한 속을 개운하게 하고,
푸짐한 고깃집 회식 후 따르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그만입니다.
하지만 같이 ‘시캐’라 불리면서도 실제는 젓갈인
식혜의 이방인이 있으니 바로
‘가자미 식해’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엔 ‘식혜’로 표기)입니다.
흔히 발음이 같아서 같은 의미로 생각하기 쉽지만,
엿기름을 발효해 음료로 먹는 음식을 식혜라 하고,
생선 토막내 삭힌 반찬은
식해라하므로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때문에 가자미 식해는 음료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실은 생선과 곡류로 만든 일종의 젓갈입니다.
가자미 식해는 가자미를 뼈째 삭힌 후
조밥과 무를 첨가하여 만듭니다.
함경도에서 주로 많이 해먹은 터라 이북식
홍어회로 불리기도 합니다.
깍두기에 섞어 다시 한번 발효시키면 더욱
새콤해져 맛이 일품입니다.
북한에선 최고급 음식으로 분류되어 당 간부도
함부로 먹기 힘든 음식이라고 합니다.
가자미 식해는 주로 반찬이 나술안주,
혹은 회냉면의 고명으로 이용됩니다.
가자미 식해에 쓰이는 가자미는 ‘가자미눈’이라는
말 때문에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영양에 있어선 바다의 정력제라 할 만큼
뛰어납니다.
동의보감에선 동해의 가자미를 '접어’라 칭하면서,
성질이 평안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고, 허약한 것을
보강하고 기력을 세지게
하며, 많이 먹으면 양기를 움직이게 한다고 해서
그 가치를 높게 삽니다.
가자미는 원래 맛이 담백한 저지방 고단백의
흰살 생선입니다.
살이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더구나 발효시킨 가자미식해는 소화가 잘되어
환자나 노약자의 영양식으로 적합합니다.
또 가자미에는 비타민B1, B2, 콜라겐이 풍부합니다.
비타민 B1은 뇌와 신경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
스트레스를 해소시킵니다.
따라서 뇌질환의 예방과 더불어 각기병,
멀미, 현기증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타민 B2는 설염이나 구내염, 질염 등 각종 염증을
예방, 치료하며 성장발육을 도와줍니다.
기초화장품 성분으로 쓰이는 콜라겐 성분은 세포막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팽팽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기에 가자미식해는 생선을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을 다량 공급해 줍니다.
그러나 잘삭혔기 때문에 뼈가 입안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씹히는 감촉이 사각거리면서도 탄력이 있어,
씹는 맛과 부드러움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자미 식해에는 엿기름이 아닌
조가 쓰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는 예부터 말하는 오곡안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한 곡식입니다.
보리 다음으로 많이 재배된 잡곡으로 이북지방에선
보릿고개를 넘는 주식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조에는 차조, 메조 두 종류가 있는데
가자미 식해에는 메조를 씁니다.
메조는 열을 다스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조혈이
빠르고 당뇨와 빈혈에 좋다고 전해집니다.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도 높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방적 관점에서 볼때 곡식중에 가장
따뜻한 곡식이 조라는 사실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보온식품으로 속이
냉한 사람들이 먹으면 좋습니다.
그래서 조밥을 첨가한 가자미식해는 여름 보다는
겨울철 별미로 인기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