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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용의 42년만의 공사동기 모임>
<변종규의 영호강 야경>
<강성환의 참새이야기>
집안 텃밭 쪽 애완닭 자보 13세마리를 기르는 닭장에 참새들이 와글와글 요란하다.
닭의 신변 보호를 위해 고양이나 족제비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아랫부분의 철망을 튼튼하게 해두었는데,
윗부분은 그냥 그물이 덮인 상태여서 그 틈새로 참새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남은 닭의 모이를 지네들이 매일 깨끗이 먹어 치운다. 처음엔 몇 마리 정도였는데 지금은 수를 헤아리기가 어렵다.
내가 이런 참새를 그냥 그렇게 놓아두는데는 단순한 이유가 있다.
'그냥 참새가 좋다.'
어릴 적 친구들은 참새가 미운 새라고 야단들이었다. 특히 가을이면 참새떼들 때문에 학교도 못 오고,
논둑에 앉아 참새가 날아오면 허수아비 팔에 길게 메어놓은 줄에 매어단 깡통들을 흔들어 요란스런 소리로
참새떼를 쫒으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야 하는 것 때문에 참새떼을 미워했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높이 날진 않지만 그래도 자유자제로 가볍게 골목을 누비며 나는 참새가 나는 좋았다.
가끔 외국 여행을 가는 곳마다 참새를 보았다.
뉴욕에서도, 애틀란타, 시드니, 동경, 베이징, 모스크바, 오슬로에서도 참새를 보았다.
어디서 보아도 참새의 모습은 그냥 그렇게 화려하지도, 추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모습인데
그렇다고 싫증이 나거나 미운 모습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미국서 만난 참새는 덩저리가 우리나라 참새의 1.5배는 되는 것 같아 놀랐다.
맥도날드에서 감자칩을 던져주니 우르르 몰려 드는데 큰 덩치에 깜짝 놀랐다.
'잘 먹어서 그런가?'
그 뒤 가는 곳마다 쉽사리 참새를 만날 수 있어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우리의 참새와 조금 다를 뿐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여행에서도 모스크바, 오슬로 조각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빵 부스러기로 참새들를 불러 모아 보았다.
참새들이 우르르 날아왔다. 그리고 서로 빨리 많이 먹으려고 경쟁하는 것이 재미있어 방향을 바꾸어 가며
먹이를 던져 주었다.
그러다 지난 날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참새 이야기'를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미국의 작가 오그 만디노가 쓴 '아카바의 선물'이란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빈손으로 고향을 떠나
처음 도시로 나와 도시 생활이 두려운 나머지 숙소 창문을 열고 풀이 꺾인 상태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데,
그 때 마침 창가를 맴돌던 참새 한 마리가 방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뭔가를 찾고 있는 참새에게 손바닥에
빵조각을 올려놓고 바라보았다. 그 때 참새가 처음엔 망설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날아들어 손바닥 위에 빵조각을
물고 날아갔다.
"그래, 이거야. 용기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어!"
참새의 행동에서 용기를 얻은 주인공이 그 뒤 거친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책에는 '부자가 되는 10가지 지켜야 할 계명, 두루마리'가 소개되어 있다.
1. 오늘 부터 나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2. 나는 사랑이 충만한 마음으로 이 날을 맞이하리라
3. 나는 성공할 때까지 밀고 나가리라
4. 나는 자연의 가장 위대한 기적이다
5. 나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리라.
6. 이제 나는 내 감정의 지배자가 되리라
7.나는 웃으면서 세상을 살리라
8. 오늘 나는 나의 가치를 수백 배 증대시키리라
9. 이제 나는 실천하리라
10. 이제부터 나는 기도하리
이것을 교단에서 지식 이외의 것으로 가르친 때가 있었던 것을 생각했다.
"작은 미물인 참새도 용기를 기지고 사는데, 너희들도 졸업 후 세상에 나가면 그렇게 살도록 해라!"
오늘도 우르르 닭장으로 모여드는 참새를 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지난 날을 생각한다.